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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피어나는 모습은 굴곡진 삶을 늘 새롭게 해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2.1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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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계절을 안는다. 계절 안에서 서로 보듬는다. 무슨 일이든지 내 앞에 맞닥트리면 그것들을 진실로 사랑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삶을 다시 한번 그리고 무수히 반복되는 삶을 사랑한다. 매 순간 일어나는 일들은 어찌 보면 창조된 삶이다. 


이것을 거창하게 삶의 목표로 삶을 수는 없는 일이다. 현재의 순간이 더욱더 구체적으로 부여 될 때 그 가치가 배가 된다. 있는 그대로 진실로 대할 때 마음이 착해진다. 삶 자체가 의미가 있고 모든 순간이 창조된 삶이라면 그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봄 산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가 상상력의 발현이다. 실제 상상한 일들이 봄 산에선 일어난다. 


솔잎에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는 쓸쓸하다. 작은 풀꽃들은 어든가 그리움이 물씬 풍겨 나온다. 봄의 최고의 백미는 새순이다. 새순은 부드럽다. 


그러나 봄의 기운이 가득 차 있다. 봄나물이 맛이 좋은 데에는 에너지가 가득 차 있어서다. 이른 봄 산은 비어있는 듯하다. 봄 산에 기대어 사는 이는 항상 겸허하다. 봄
 산으로 가서 깨끗한 손으로 세수하고 누워 쉬리라. 때가 되면 새순이 돋고 꽃을 피우리. 내 빈 가슴이 채워지는 그곳은 항상 변함이 없어서가 아니라 꾸임 없이 변하는 데에 있단다. 


진실하고 참됨은 정적인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누가 보지 않아도 홀로 진실함을 추구하고 그 길로 조용히 나아간다. 눈보라에, 비바람에 흔들렸다 하여도 이 자리는 나의 사랑스런 만남의 자리다. 세상풍파에 흔들렸다 하여도 그 삶의 흔적은 영광스럽다. 이 모든 것은 진실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내 앞에 단순한 사물과 만남도 가장 정직하게 대하는 태도는 가장 겸손한 삶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봄 산에 구슬붕이가 핀다. 유심히 보지 않고선 절대 보이지 않는다. 이걸 보기 위해서 허리를 구부린다. 가장 낮은 자세를 취해야 볼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말을 많이 하거나 너무 지나치면 진귀한 언어가 숨어 버린다. 세사에 시달렸으나 그 내색을 전혀 밝히지 않는 아름다운 얼굴들이 있다. 이런 사람은 천성과 더불어 노력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 크지 않은 소나무도 굴곡진 세월이 있었다. 옹이가 박혀 가슴에 응어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 흔적은 영광스럽다.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생명력이 더욱 왕성해질 것 같다.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이 하나가 되어 탄탄한 생명이 되었다. 오래된 소나무 옆에 진달래가 피어 있으면 정다운 풍경이 낳는다. 매 순간 즐거움은 어제 없었던 자연의 풍경을 보는 데에 있다. 소나무와 진달래 꽃이 서로 보듬는 풍경은 정말 설레는 일이다. 서로 처음 본 순간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오래된 일이지만 어색한 반주와 노래를 처음 본 사람에게 들려주었던 그때의 그 순간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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