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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하면 아버지, 아버지하면 삼국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2.0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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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날
아들방 청소를 했다
아들 생일이었다
아들에게는 
엄마가 꼭 필요하다
필요없는 것들을
말끔히 치우고
이불을 세탁하고
새로 깔아줬다
새벽에 늦게
퇴근해서 곤한 잠들겠지


내 안에 나 있다!
제발, 너부터 건강해라!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은 거다.
뼛속 깊이 새겨지는 말이다.


건강은 장담할 수 없지만 노력하면 더 나빠지지 않고 재수 좋으면 예전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분명한 확신이 든다.

건강은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까지 이르는 말일 게다.건강하면 행복하고 행복할수록 건강해 진다.건강이야 말로 스스로를 지키는 지름길이지 싶다.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듯 내가 새롭다.얼마나 외로웠던가!얼마나 두려웠던가! 너는 혼자가 아니다!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 나는 결정적인 순간 너무 쉽게 무너졌다.그런 내가 싫었다.문제에 답이 있다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오랜동안 찾았다.나조차 나를 버리고 싶을 때 살 길을 찾았다.


사람은 어떤 경우이든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삼국지 조조의 말이다.
아쉬운 게 없는 사람처럼 날카롭고 예리하게 싸워 보기도 하고 싸우기 싫어 도망치기도 했다. 마음이 약해서 몸이 부실해서 정신이 산만해서 스스로 점검하고 달래도 위로가 안 됐다.멘탈이 문제인가? 자기계발서 12권을 입 꾹 다물고 단숨에 읽었다.

 

한 권 한 권...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이 있을까. 어떡해 하면 멘탈이 강해질까 멘탈을 바꿔야 인생이 바뀐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감사의 기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책의 제목만 되뇌도 답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쭉쭉 읽었다. 마음챙김을 일상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 책이 나를 위로 했다. "나 자신에게 친절하라. 네가 있잖아,네 옆에 있어줄게" 내마음을 알아챈 눈물이 주책스럽게 흘렀다.한여름을 뜨겁게 보냈다.

 

멘탈하면 아버지다. 아버지 하면 삼국지다. 삼국지는 아버지가 즐겨 읽으시던 책이다. 잠결에 책장 넘기는 새벽소리가 아득히 마음에 좋았다.
간혹,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소리도 들려왔고 어쩔 땐 부엌에서 달그닥 거리며 솥단지 여닫는 소리도 들렸다. 잠이 많은 나는 그럴때마다 깨울까봐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귀까지 닫았다.혼나는 게 늘 정해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일하게 내게 온 삼국지는 7번째 책이 없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잃어버렸다고 아쉬워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리울수록 세심해진다. 왜, 그때는 생각을 못했을까. 내게 한 번도 아쉬운 소리를 안하셨던 아버지였었는데.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는데 부모가 돌아가셔도 자식의 가슴에 부모가 묻어지는 것만 같다. 내 삶의 위로가 되었던 아버지였다. 아버지처럼 살고 싶었다. 엄마와 사시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새엄마라는 딱지가 엄마를 엄마로 보지 못하게 했다.
두 분 청춘스럽게 싸우셨지만 그것도 소나기 지나듯 별일 아니었다. 자기 자식 낳고 사는 부부는 싸우지 않고 사는 줄 알았다.아버지는 술 드시면  네 자식만 자식이고 내 자식은 없냐며 엄마에게 울부짖었다.


그 모습이 너무 싫었다. 술주정이라 생각했으니 맨정신에  말못하고. 시시때때로 헛헛해지면 고향을 찾듯 나는 늘 아버지를 찾았다.
이 세상 아버지 흔적이라고는 아버지를 기억하는 몇몇의 사람 뿐이었다. 삼국지 첫장을 열면서 감격스러웠다. 그냥 내가 감히, 아버지가 읽으시던 삼국지를 보다니. 삼국지 읽는 새벽이 행복해서 책을 가슴에 꼬옥 안았다.속으로 아버지께 말했다. '아버지 저는요, 아버지가 삼국지 잃으실 때마다 혼자 맛있는 거 몰래 감추고 드시는 거 같았어요'


'곶감 빼먹듯 그리 행복해 보였어요.'
작년 겨울 오빠가 암이 두 개라는 진단 소식을 들었을 때 내 몸이 꼼짝 하지 않았다. 한동안 누워 눈만 깜빡였다. 오빠도 아버지처럼 죽는구나.


어떡하지. 어쩌면 좋을까. 두렵고 무섭다. 오빠 죽으면 안 돼는데..벌떡 일어나 오빠에게 전화했다. 삼국지 아냐고, 삼국지 읽어보겠냐 하니 오빠가 삼국지 읽을 자신이 없다고 했다. 오빠 삼국지는 어떤 책이야? 아버님께서 좋아하셔서 날마다 곁에 두고 보시던 책이지. 그럼, 삼국지 오빠도 읽자 내가 선물할게.
오빠가 왜 내게 선물할 생각했냐 물었다.


삼국지 읽다가 어떤 경우이든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 오빠에게 꼭 필요한 것 같아서. 그제사 "그럼,보내라"했다.
삼국지 읽고 있는 오빠에게 삼국지에 대하 한마디만 말해달라하니, "다른 게 아니라, 참으라는 소리지 뭐..."
"죽을 때까지 다 읽으려나..." 오빠의 소리가 작아졌다.


이 겨울이 끝나기 전 다시 삼국지를 전투적으로 읽어야겠다 결심했다. 나도 몰래 곶감 빼먹는 기분이다. 읽기도 아깝다 문득 든 생각 밥은 누가하고 청소와 빨래는 누가 해야하는가. 


바로 나였다. 칼을 갈듯 청소를 해야겠다.
그때부터였다. 청소와 빨래 그리고 밥하고 반찬하는 게 재미가 생겼다.
집중에 몰입이 되어 느려터진 움직임에 속도가 붙었다. 냄비 태우는 게 주특기라 남편에게 수시로 집태울 만큼 이골나게 혼났었다.
그 병이 낫았다.


부엌에 냄비가 반짝반짝 광이난다.
뭔일이래요"청소가 재밌어요"."요리하는 건 더 재밌어요."" 참,잘했어요"
"굉장히" 감동스러운
이 만족감이 나를 건강하게 하고 새롭게 한다. 집을 호텔화 시켜야겠다.
"당신을 초대합니다."
"진짜?"

 

 

 

이의숙 필수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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