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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타이가 숲속을 가다 1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2.0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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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잠들어 있는 새벽에 몸에 한기를 느끼면서 잠이 깼는데 화목난로의 장작불 타는 소리가 점차 희미해지고 불꽃이 사그러들고 있어 본능적으로 일어나서 난로에 장작을 집어넣는다. 밤중에 잠자는동안 난로불이 꺼지면 오르츠(Ortz) 안에서 자고있는 일행은 꽁꽁 언 동태 신세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추위가 매서운 곳이다. 


우리가 캠프를 차린 곳은 몽골 북서부 러시아와의 국경이 가까운 울란-울[Ulaan-uul - 몽골어로 '붉은 산(red mountain)'을 뜻한다.]이었다. 캠프에서 지내고있는 지난 일주일동안 기온은 -25°c를 오르내리고 있고, 체감온도는 그보다 훨씬 더 낮은 얼어있는 땅이다.


울란-울의 캠프에 머무는 동안 식사는 울란바토르에서 미리 구입한 식재료들로 직접 취사를 해서 해결했었는데, 고기는 꽁꽁 얼어있어 녹여서 조리할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채소들은 모두 얼어서 조리에 사용할 수 없어 버려야 할 형편이라서 밥과 국으로 겨우 허기를 면하는 정도로 식사를 해야만 하는 열악한 조건이었다. 지금은 울란-울캠프를 떠나 훨씬 더 북쪽에 있는 외진 타이가 숲속의 캠프에 있다. 말이 캠프지 울란_울 캠프보다 모든 것이 열악한 곳으로 지도에도 위치가 표기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곳이다. 


울란-울의 캠프에서 이곳까지 오는데는 자동차를 타고 꼬박 한나절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사방이 하얀 눈으로 덮혀있고 꽁꽁 얼어있는 동토는 따로 정해진 길이 없어 먼저 지나갔던 차바퀴의 흔적을 따라 이동했다. 오는 도중에 이 지역을 꿰뚫고 있다는 노련한 운전기사도 길이 눈으로 파묻혀 있어 잠시 길을 잃고 해매서 엉뚱한 곳으로 갔다가 현지 유목민에게 길을 물어 되돌아 오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나중에 지도를 검색해봐도 우리가 지나왔던 길은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해가 지고 검은 땅거미가 대지에 내려앉아 어둠이 세상을 지배하려는 시간에 가까스로 목적지 입구에 도착했다. 순록을 타고나온 마주나온 현지인들의 안내를 받아 움직였지만 차를 타고 캠프까지 들어갈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차에서 내려 헤드랜턴의 불빛에 의지하면서 모든 장비들을 대원들이 들고 옮겨야만 했다. 

 

소수 유목민인 차탄(Tsaatan)족을 만나다

 

시싯 강(Shishigt River)에 있는 차가안 누르 호수(Tsagaan Nuur Lake - 하얀 호수) 주변에 살고있는 주민들은 '순록(Tsaa)을 키우는 사람들'이란 뜻을 가진 차탄族(Tsaatan - 두칸族, Dukhans)으로, 현지 가이드는 그 수가 약 3천 명이라고 소개했다. 좀 더 정확한 내용을 알기 위해 검색해서 확인한 몽골 정부 통계청에서 발표한 공식적인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는 2000년 308명이었고, 2020년에는 208명에 불과한 소수 부족이다. 


처음에 몽골 정부는 국경을 무단으로 넘어오는 차탄족을 반복적으로 지금의 러시아 땅인 투바로 추방시켰는데, 1956년 몽골 정부는 마침내 차탄족에게 몽골 시민권을 주고 그들을 시싯 강에 있는 차가안 누르 호수에 재정착시켰으며,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여 보호하고 있단다. 

 

전기·통신·수도 등 현대 문명의 이기와는 단절된 원시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흡수골湖 국립공원 내의 외진 산속에 있는 차탄족의 타이가 캠프에서 2박 3일을 보냈다. 참기 힘든 순간들을 겪으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문명이 제공해주는 편안한 삶을 마다하고 모든 조건이 열악한 곳을 일부러 찾아와서 고생스런 경험을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특별히 깨닫거나 얻은 결론은 없지만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막연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실행에 옮겨 직접 체험할 수 있었고, 매일 되풀이되는 지극히 단조롭고 루틴화된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승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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