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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아가의 미소를 보는 기쁨이 밀려와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2.0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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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언덕에 복사꽃이 피었다. 산언덕에 진달래가 피었다. 마른 잎 사이로 노루귀 꽃 귀엽게 피었다. 산 넘어 깊은 곳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얼레지다. 봄꽃 중에 제일 아름다운 꽃이다. 


어릴 적에 높은 산을 오르내리고 했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세월 지나 고향에 내려와 보니 얼레지가 보인다. 생이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다. 너는 참 깊은 산속에서 기다렸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순수하게 웃음 짓는다. 그러나 그 웃음을 보기에는 많은 세월이 흘러야 했다. 지금도 산 속에 얼레지는 보기 힘들다. 그래도 기다린다. 기다린 자만이 임을 만날 수 있다. 


몇 년 동안 피지 않다가 그리운 사람이 오면 핀다. 사랑하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 얼레지는 그걸 아는 것 같다. 평상시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보여준 얼굴은 꿈에도 볼 수 없는 그리움이다. 


산 속에 봄꽃만 생각만 하여도 그리움이다. 애기나리꽃, 춘란, 산자고, 양지꽃 등은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추운 겨울에 숨겨놓았던 그리움이 펼쳐진다. 내 안에서 껴안은 봄꽃은 기다리는 마음은 한참이어라. 사랑하는 것들은 순간에서 오지는 않는다. 준비하고 또 준비한다. 진달래꽃은 어릴 적에 자연스럽게 왔다. 


그냥 왔다가 가는 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이 꽃은 봄꽃이 아니다. 항상 마음에서 피는 꽃이 됐다. 요즘 디지털 시대라 원한다면 금방 볼 수 있다. 소나무 곁에 몇 송이 피는 진달래꽃 사진만 보면 뭉클하다. 그런데 실제 산길에서 간간이 핀 진달래 꽃을 보면 난생처음 느낀 첫사랑처럼 밀려오는 감정은 나 혼자만의 그리움이다. 


삶은 이루어지는 것도 이상이고 그리움이다. 그 결과가 없어도 그 가치는 상당하다. 당시 지나쳐 버린 만남이 세월이 흘러 어느 곳에서 생각나는 사람이다. 진달래 꽃이 만남과 헤어짐을 함께 하는 추억이다. 큰 나무 옆에 한두 송이 피어 그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애써 지난날을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 소나무 옆에 기대어 핀 진달래 꽃 보고 첫사랑을 기억하고 싶다. 분홍빛 창을 열고 맑은 하늘을 본다는 것이 아직 눈물이 있어서여라. 그리움이 한 움큼 터지는 순간이어라. 


이른 봄날에 네가 있어서 가슴이 출렁이게 한다. 
아직 살아있으므로 너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일은 주고받는 것은 아니겠지. 마음과 정성을 조율하며 살다 보니 아름다운 그리움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외로운 나무 옆에 핀 진달래 꽃 몇 송이는 기쁨이다. 


늘 변함없이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시간에 기댄 수밖에 없는 사람이지만 너는 순간순간 그리움이다. 올봄에도 산길을 가다가 불현듯 나타난 분홍빛 얼굴을 보면 가던 길 멈추고 옛이야기를 추억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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