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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각들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2.0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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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이번 겨울방학을 맞이해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가로지르는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상생활을 덮치기 이전 2019년 초의 해외여행 이후, 만으로 꼭 4년이 되는 동안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색다른 공기, 분위기,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삶. 내가 자의적으로 택하여 이동하게 되는 경우든, 타의적으로 이동하게 되는 경우든, 이동과 변화가 내 삶에게 주는 이로움을 나는 최대한 만끽하려 노력했다. 


이번 여행이 나에게 더욱 뜻깊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리라. 사회/역사 교과를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나에게는 해외여행이 개인적으로 재미있기도 하지만, 또 그 자체로 수업시간에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수업자료가 되기도 한다. 구글링을 해서 역사적 명소와 인물들의 사진을 소개하는 것보다는, 눈꼽만큼 작더라도 내가 직접 가서 찍은 사진이 더 효과가 좋다. 교과서에 쓰여 있는 딱딱한 이야기들보다는, 내가 직접 가서 겪은 소소한 우여곡절들이 학생들에겐 더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다. 


취업을 한 이후, 매년 겨울에 경험했던 이러한 공간적 환기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를 4년여의 결핍 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달까. 익숙하고 편안한 장소가 주는 푸근하고 정겨운 느낌도 좋지만, 새로운 미지의 세계가 주는 기분 좋은 적당한 긴장감과 두려움, 설렘이 주는 묘미를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잊고 있었던 행복의 조각이었다. 

 

#2 – 해외여행 중, 런던과 파리에서 가장 많이 이용한 교통수단은 지하철이었다. 영국은 ‘튜브, 언더그라운드’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었고, 프랑스에선 ‘메트로’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처음 두 나라의 지하철 역사에 들어서자마자 느꼈던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매연과 악취였다. 


런던의 지하철역에서는 방금 앞에서 타이어를 불태우기라도 한 것처럼 매캐한 매연이 가득했고, 파리의 지하철역에서는 화장실 이용요금이 비싸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사람의 소변 냄새가 가득했다. 여느 사람들이 책이나 신문에서 이야기하듯 ‘우리 나라가 참 살기 좋은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었다. 두 나라의 모든 지하철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스크린도어였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렸을 적에도 우리나라의 지하철역에도 스크린도어는 없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만 그런 구조물이 설치되었을까? 스크린도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게 된 이유를 우리 모두는 안다. 바로 자신이 불행하다 느끼는 사람들이 생의 마무리를 하기 위한 선택지로 지하철을 많이 택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함께했던 동행자와 영국 남부 브라이턴으로 기차를 타고 가며 스크린도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너무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행복을 좇는 것 같다.’, ‘항상 치열한 경쟁과 생존의 무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라는 느낌을 나누며, 나는 생각했다. 


비록 매연과 악취가 진동을 할지언정 자신이 불행하다 느껴 철로로 뛰어들 걱정이 비교적 덜한 지하철 역과,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고 쾌적하지만 언제 사람이 철로로 뛰어들지 모르는 불안감을 간직한 지하철 역. 어느 지하철 역이 더 행복한 지하철 역일까. 이번 여행에서 희미하게나마 찾게 된 또 다른 희미한 행복의 조각이었다.

 

 

 

최재원
완도중학교 사회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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