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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강제윤 시인의 '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2.12.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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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말기 암 어머니의 인생 레시피

 

 

책은 강제윤 시인이 구강암 말기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간병하며 SNS에 쓴 3년간의 일기다. 
말기 암 판정부터 수술 결정, 항암과 방사선 치료, 이후 회복과 쇠약을 반복하기까지 책 속의 여러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지은이가 어머니를 간병하는 모습 속에서 오히려 어머니가 홀로 두고 떠날 아들을 위해 인생 수업을 가르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지은이 역시 책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어머니 간병 시간은 나의 인생 수업 시간이었다. 이토록 멋진 수업을 내가 어디서 또 받아볼 수 있을까.”

말기 암 어머니와 함께한 3년의 시간 “어머니, 당신이 선한 영향력이 세상을 아름답게 합니다.” 


2019년 10월 어머니가 구강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다. 10년 전쯤 치주암 수술을 받으시고 완치된 적이 있었지만, 아들에게는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아들은 밖으로만 떠돌며 어머니를 제대로 돌봐드리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웠다. 죄책감과 후회가 클수록 어머니의 치료와 간병에 대한 노력도 커졌다. 많은 이들이 완치가 어려운 말기 암에, 연세도 많으시기에 어머니의 수술을 만류했지만, 식사조차 제대로 못 하시고 고통스러워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아들은 수술을 단행했다. 


그리고 항암 치료와 서른 번의 방사선 치료까지 함께 견뎌냈다. 다행히 수술과 치료는 잘 마무리되었고, 아들의 지극한 간병으로 상태도 많이 호전되는 듯했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로 인해 입안의 정상세포까지 파괴된 어머니는 음식을 제대로 드시지 못해 점점 쇠약해지셨다. 


그리고 구강암 진단 3년 만인 2022년 10월 영면하셨다.
이 3년 동안 아들은 페이스북에 어머니의 발병부터 치료 과정을 일기 쓰듯 꾸준히 올렸다. 이야기를 읽은 많은 사람의 응원과 조언, 그리고 다양한 도움 덕분에 어머니를 더 잘 돌봐드릴 수 있었다. 


병석에 누운 후 어머니는 틈만 나면 아무 일도 못 하고 누워 있는 당신이 가치 없는 삶을 살고 계시다 한탄하셨다. 
그래서 아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머니의 말씀과 의지에 감동받고 있는지 알려드리고 싶었다. 당신의 선한 영향력이 더 넓은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보여드리고, 얼마나 훌륭한 삶을 살아오셨는지 알려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이 책은 태어났다.
말기 암 환자를 돌보는 일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시포스의 노동과 비슷하다. 수고로움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으며, 환자가 회복되는 듯하다가도 또다시 나빠지기 일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은 이 모든 과정에 감사했다. 간병의 수고로움보다는 어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 더 좋았고, 그 시간을 통해 어머니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위해 죽을 끓이고, 제철 과일을 갈아 주스를 만들고, 기저귀를 갈아드리며 모자간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졌다.

 

어머니는 자신을 돌보는 아들에게 황태국․굴뭇국 끓이는 아픈 어머니에게서 배우는 인생 수업


“얼굴하고 발하고 똑같지. 다 같은 한 몸인데.”

법, 동치미와 열무김치 담그는 법, 고추장 담그는 법 등 요리법을 전수해주었고, 인생을 좀 더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남에게 피해 주고 살지 마라”, “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 “고추장 담글 엿기름은 쌀락쌀락한 가을에 길러야 달다”, “얼굴하고 발하고 다 같은 한 몸이니 발도 깨끗한 수건으로 닦아라”,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라”. 흔하디흔한 말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아들에게 이 말들은 그 어느 경전의 경구보다 더 크게 다가왔으며, 그 어떤 스승의 말씀보다 지혜로웠다.

 

페이스북을 통해 구현된 인드라망 공동체
“노인 한 분을 돌보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한 아이를 올바로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관심을 가지고 돌보고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르신 한 분을 돌보는 데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저자가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나이 들어 노동력을 잃고 거동이 불편해진 부모님들은 결코 잉여인간이나 피부양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부모님들이 만든 세상에 살고 있고 그분들이 지어 올린 성채에서 안락을 누리고 살면서도 그 고마움을 모른 채 살아간다. 그뿐 아니라 연로해진 부모 세대를 짐스러워한다. 


우리의 부모는 피부양자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를 누리는 것이다. 그것도 스스로 이룩한 사회적ㆍ개인적 자산을 아주 조금 쓰다 가는 것뿐이다. 결국 대다수는 세상에 물려주고 가신다. 그러므로 부모님들은 더 당당히 요구하고 누리다 가실 권리가 있으며, 우리 사회는 더 많은 권리를 누리게 해드릴 의무가 있다. 병들고 약해진 부모님은 결코 짐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무게’다.


저자가 페이스북에 어머니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다양한 조언과 도움의 손길이 답지했다. 여수와 완도에서는 지인들이 전복을 보내오고, 중국 선양의 페친이 백두산 산삼을 보내주고, 호주, 캐나다, 미국에서도 어머니의 치료를 위한 다양한 의료 정보와 조언들을 알려주었다. 


전 세계가 저자의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애를 쓴 것이다. 
페이스북이 의식 속에나 존재하던 ‘인드라망 공동체’를 현실 세계에 구현시켜준 것이다. 
노인 한 분을 돌보는 것은 어느 한 사람, 혹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의무다. 그렇기에 “노인 한 분을 돌보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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