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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티로폼 부표'는 끝!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2.11.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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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에 동해안 해안경비를 담당하는 부대에서 근무했었는데, 겨울철이 되면 해류때문에 해안 모래사장은 밀려오는 온갖 쓰레기들로 뒤덮혔다.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일본·중국·러시아 등 다른 나라의 쓰레기들이 뒤섞여 있었는데, 치워도 치워도 없어지지 않는 쓰레기들은 신기하게도 겨울이 지나 봄이 되면 해류에 쓸려가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때 바다 쓰레기들의 심각성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제주도에서 올레길 걷기를 하면서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서 바닷가를 살필 기회가 많았었는데, 우리 지역의 바닷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거의 해안에 밀려오는 쓰레기가 없어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부러움을 느끼게 됐다. 


그 이유를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제주도 연안에서는 스티로폼 부표를 사용하는 김·미역 등 해조류 양식을 거의 하지 않고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어렸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수심이 얕은 바다에서는 대나무의 쪽으로 발을 엮은 지주식 김 양식이 대부분이었고, 정치망 어장에서는 물고기를 잡기 위한 어구나 닻과 같은 물속에 있는 도구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유리로 만든 동그랗고 푸른색이 영롱한 유리부표를 사용했었기 때문에 오염원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김의 대량 생산으로 지주식 양식은 수심이 깊은 해역으로 양식장이 확대되는 1990년대 이후에는 김발 끝에 스티로폼 부표를 매달아 김발이 물에 뜨게 하는 양식방법인 ‘부류식 양식’에 밀려 점차 사라져 갔다. 
스티로폼 부표가 우리 바다에 등장했던 시기는 미역양식업이 보급됐던 1970년대였고, 이후 보급속도는 무척 빨라졌다. 


유리부표는 무겁고 깨지지 쉬운 단점이 있었는데, 이를 완벽하게 보완하는 플라스틱(plastic)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고, 그중 가벼워 사용하기 편리하고 값이 싼 '스티로폼(styrofoam)'으로 만들어진 부표가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우리가 스티로폼으로 부르고 있는 것은 발포 폴리스티렌(polystyrene)이라는 플라스틱의 상표명으로, 성분은 체적의 약 98%가 공기이고 나머지 2%가 수지인 소재로 가볍고 활용도가 높아 부표뿐만 아니라 포장재·장난감·단열재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수거된 스티로폼에 열과 압력을 가하면 잉고트(ingot)가 만들어 지는데, 이는 재활용도 다른 플라스틱에 비해 용이해서 보급이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그런데 값이 싸고 활용성이 높아 경제성이 뛰어난 제품으로 즐겨쓰던 스티로폼이 언제부터인가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켜 바다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전락하여 천덕꾸러기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언급된 사례가 2019년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albatross)'는 육지에서 3000㎞ 넘게 떨어진 북태평양 미드웨이 섬 해안에 산더미처럼 쌓인 페트병과 플라스틱 부표 사이에서 알바트로스 어미 새가 플라스틱 이물질을 새끼에게 먹이로 주고, 이를 먹은 새끼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줬다. 


스티로폼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이란 플라스틱이 분해되어 잘게 쪼개지거나 인위적으로 미세하게 제조된 5mm 이하의 플라스틱 입자를 말하며, 체내에 들어오면 세포막을 통과해 신체기관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함유된 독성물질이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물질이다. 
최근 세계 각지의 해역에서는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이 대량으로 떠다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어떤 연구에서는 '태평양에는 한반도 면적의 무려 7배인 155만㎢에 달하는 쓰레기 섬이 존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무분별한 스티로폼 부표 사용으로 인해 반생하는 바다환경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양수산부는 '해양 미세플라스틱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어온 스티로폼 부표 설치를 제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어장관리법」시행규칙을 개정했고, 이에 따라 올해 11월 13일부터 김·굴 등 수하식 양식장을 시작으로 스티로폼 부표를 새로 설치하는 행위를 단계적으로 금지하며, 내년 11월 13일부터는 전체 양식장을 포함한 모든 어장에서 스티로폼 부표의 신규 설치가 금지된다. 만약, 새로 스티로폼 부표를 설치한 것이 적발될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양식장의 스티로폼 부표 사용을 줄이기 위해 스티로폼 알갱이 발생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친환경 인증부표 보급 지원사업을 2015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는데, 지난해까지 스티로폼 부표 2,088만 개를 인증부표로 교체했다. 


내년부터는 인증부표 보급사업과 폐스티로폼 부표를 수거해 처리하는 사업을 병행해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해양오염 방지를 위해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이 더욱 중요해짐에 따라 2021년에는 당초 계획을 1년 앞당겨 2024년까지 모든 양식장 내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교체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해양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여러 정책적 노력들은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하는 어업인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성과를 거두기가 힘들다. 해양오염의 주범인 미세플라스틱 걱정 없는 깨끗한 어장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한 어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승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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