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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수산박물관 확정에 필적하는 다섯동이네 돌잔치

완도의 위상 한껏 드높인 약산의 쾌남, 신홍섭 씨 다섯둥이 가족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2.10.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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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볼 때, 완도군의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유치에 필적할만한 요근래의 큰사건을 꼽으라한다면, 지난 8일 약산의 남자, 홍섭 씨의 다섯둥이네 넷째 아이의 돌잔치 같다. 막내는 아직 백일이란다.
왜,비견되냐면 완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 중 하나가 바로 지역소멸대응.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3.5%가 "자녀를 반드시 가질 필요는 없다"고 대답했다. 시집 간 젊은 딸들에게 아이를 더 낳으라고 몰아쳐도 좀처럼 응하지 않는다. 
자각 있는 친정 부모들이 나서 "얘야 제 먹을 복은 제가 타고 난다고 했단다. 지금은 정부가 출산비·양육비 주고 학자금 대주며 아기를 더 낳으라고 하지 않던. 그러니 하나만 더 낳아봐라!" 


이러는 순간 딸의 표정은 일그러진다. 
"나의 자아계발, 나의 행복을 팽개치고 아이를 기르는 데 전력하라는 말씀인가요? 하나면 됐지 둘에서 오는 고통과 희생을 알기나 하세요? 셋이라니요. 제가 죽는 꼴을 보셔야겠어요?" 
이러니, 더 이상 강요를 못하는 게 요즘 현실. 


지역소멸은 더 이상 아이를 안 낳는 것이 근본 원인인데, 이는 국가적으로나 지역 생산성 저하에 크나큰 일이 되고 있다.
지역사회를 보더라도 어린 아이들이 있는 공무원의 경우, 아이들이 언제 아플지 몰라 늘상 대기하는 마음으로 혹여라도 섬 지역인 을지로 발령 받게 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갑지로 발령 받고픈 게 불감청이 고소원이 되는 현실, 이러니 아이 하나를 더 갖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


결국 지역소멸의 경우, 여성과 남성이 모두 일 못지않게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서, 여성과 남성이 모두 행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 모두 어떤 노력을 해야할 지가 관건이다.
그런데 홍섭 씨. 나주의 한 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받고 있던 어머니를 병문안하던 중, 때마침 다른 곳에 병문안 온 운명의 여인을 만나자 그 길로 직진해 버린다.
부인이 첫 아이를 가졌을 때가 꽃다운 나이 열아홉.


당시 약산고교 교장이었던 서장필 현 교육장은 이들의 애틋한 순애보에 감동해 부인을 약산고에 편입시켜 졸업까지 마치게 했다.
외지에서 완도의 며늘딸이 되게 한 것만으로도 완도의 위상을 한껏 드높인 국위선양과 맞먹는 일.


물론 시가인 완도의 위상은 높아졌으나 처가인 나주에선 난리가 났다.
"저 도둑놈! 저 도둑놈!" 그 소리를 밥 먹듯이 들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먹고 살아보려고 호랑이굴 같은 처가살이를 선택.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처가살이의 한계를 느낀, 약산의 쾌남 홍섭 씨는 봇다리짐을 싼 채 호랑이 눈썹 휘날리듯 고향 완도에 내려와 버렸다. 


안 그래도 어여쁜 동생을 빼앗겨 분기탱천하던 오빠들은 시쳇말로 "죽이겠다"며 몇 번이나 동생을 데려가겠다면서 완도를 내려왔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자기 사람은 끝까지 지켜낸 의리의 홍섭 씨다. 


당시 처가에선 완도하면 철천지 원수를 대하듯 이를 박박 갈았다는데 물론 지금이야 상황이 완전 반전돼 "우리 완도사위, 완도사위"한다는데, 이유인즉슨 부모님의 생일날 자식들은 찾아오기 어려워도 우리의 홍섭 씨는 시시때때로 살아 있는 돔이며 해산물을 공수해가 극진하게 봉양하니, 우리 사위라 할 밖에. 
부인은 약산고 졸업 후 아이를 낳더니, 금슬이 얼마나 좋은 지 내리 다섯둥이를 완도의 품에 안겨줬다.

 

큰 애가 8살이고 그 아래가 7살, 그 아래는 6살, 이번에 돌을 맞은 넷째 아이, 그리고 막내가 백일인데, 현재 홍섭 씨의 나이가 서른 넷임을 감안한다면 완도로썬 박물관 유치전만큼 이들 부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응원전을 펼쳐야 할 판. 
약산 당목에서 제일 젊은 사람, 수산업을 업으로 다시마 양식 중이며, 마을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부인은 다섯 아이 건사하느라 남편을 도울 수 없어 홍섭 씨는 초저녁에 바다에 나가 배 안에서 잠을 잘 정도로 근면 성실.
완도를 생각하면 이런 젊음이 또 어디 있겠는가!


자, 이제부터 말하는 건 만약이다. 
새롭게 신설된 군청 인구일자리정책실이라면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 말고 완도군 자체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해 하나의 모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또 가족행복과라면 아이들이 행복하게 크는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겠으며, 여기에 한지붕 아래 두집 살림으로 고초가 큰 다섯둥이 가족을 위한 삶의 터전까지 마련해봄직 하겠다. 


여기에 지난 인사 때 5급으로 승진해 현재는 교육연수에 들어간 최영미 약산면장이라면, 홍섭 씨가 약산면에 자주 건의했다고 하는 금일 쪽으로 가는 일방통행인 버스승강장 쪽에 찻길이 안보여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그곳에 반사경을 설치해 주겠다.


또 복지사각지대를 찾아내 지원하고 있는 행복복지재단의 이사장이라면 이들이 행복한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모든 방법도 강구해 실천할 것이며, 장보고장학회 이사장이라면 아이들의 장학금을 대학교까지 보장해 주겠다.
실제로 (신)홍섭 씨의 할아버지뻘이 된다는 신우철 군수라면, 이러한 모든 것들이 선행된 후 최근에 구입한 주택으로 다섯둥이 가족을 초청해 따뜻한 밥 한끼를 나누면서 정다운 이야기꽃을 피우겠다.


여기에 아라비안 나이트의 신밧드라면 마법의 양탄자를 3일간 무상으로 대여해 줄테다. 그럼, 홍섭 씨가 양탄자 위에 세상 가장 고운 꽃잎을 따와서 뿌린 후 다섯둥이 가족을 태우고서 밤하늘로 날아가리라!
완도항 야경을 시작으로 국립해양수산박물관이 들어설 부지와 장보고가 웅거한 장도 앞바다, 장보고대교 밑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해 명사십리 모래밭을 한바퀴 돈 다음, 저 하늘 은하수까지 빛보다 빠르게 직진, 가족 모두가 손에 손을 꼭 잡고 별빛의 속삭임을 들으리!


마지막으로, 3일간 우주여행이 끝나면 알라딘의 마법의 램프에서 지니를 불러내 3가지 소원을 들어주게 하리라!
홍섭 씽! (지니, 소녀시대로 변신한 후, 그녀들의 목소리로) 소원을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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