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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네 곁을 지나가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10.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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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이 넘어 마른 풀덤불 속에 피는 꽃. 관심이 없어서 부르는 풀도 많지만 많이 안다고 해도 모르는 풀들이 많다. 세상은 이리저리 엉켜서 일어나는 일도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렇게 연결되어서 좋은 현상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연결고리를 좀이라도 알기 위함은 지식이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먹고 입는 것에 치중하지 하는 것보다 가르치는 일에 많은 열의를 발휘한다. 경험해서 아는 것은 시간의 한계가 있다. 그래서 책을 통해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한다. 미리 알고 경험하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없다. 


그러나 여러 단계를 걸쳐서 간접적으로 알아가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 결국 이해한다는 것은 그것을 통째로 알아가기 위함이다. 과학에서 증명하는 것도 결국 전 과정이 암기가 되어있다는 뜻이다. 이해와 암기는 필연적 관계다. 


삶에서 향기로 남기 위해선 더 많이 이해하려고 하고 그것이 내 몸 전체에서 지식이 될 때다. 지상에 생물들에 대한 이해와 지식은 더 많이 적용된다. 산등성이 용담꽃도 내가 모르는 사이 이렇게 자라 꽃이 됐다. 이는 이웃들과 서로서로 눈물을 주고받고 살아왔을 것이다. 물질과 마음에 서로 영향을 받는다. 산등성이에 가을바람에 움직일 땐 애잔하다. 마른 풀잎들 소리에 흔들리는 옷자락이 가을 나그네가 된다. 


용담은 용의 쓸개라는 말인데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형국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 찐한 쓸개만 놔두고 하늘로 갔다. 가을 이때쯤이면 온도 변화가 심하다. 사람 같으면 바깥 날씨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산 위에 야생화들은 더욱 힘들 것이다. 그래서 몸에 쓴 냄새를 지니고 사는지도 모른다.

 

가을에 꽃들은 국화과가 많다. 산등성이에 구철초와 용담이 그렇다. 쓰디쓴 꽃향기를 지녔으나 꽃은 매우 서정적이다. 자기 몸에 쓴 향기로 정화하면서 오직 하늘만 바라본다. 용담 꽃은 통 꽃이다. 꽃부리는 5갈래로 조금 갈라지고 갈라진 사이에 조그만 돌기가 있다. 수술은 5개로 꽃 통에 붙어 있다. 
뿌리를 가을철 그늘에 말린 용담은 한방에서 식욕부진이나 소화불량에 사용하며, 건위제, 이뇨제로 쓰기도 한다고. 곰의 쓸개처럼 맛이 쓰다고 하여 옹담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에 가을의 향기는 쑥부쟁이, 용담, 구절초다. 굳이 먼 거리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곧 가을바람이 실어 옮길 수 있을 터이니. 산에 가을의 꽃들은 나그네의 꽃이다. 오랜 세월을 기다려왔지만 갈 때는 미련 없이 떠난다. 세상은 너무 많은 것들이 엉켜있고 자연은 그 이상 엉켜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이는 가을 야생화다. 마음과 정신을 전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산등성이에 가장 쓸쓸하게 핀 용담 곁에 슬쩍 지나가는 나그네도 눈물이 날 정도다. 나와 가장 가깝게 있는 만남이 산등성이에 피어있는 용담꽃 되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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