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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의 완도신문이 독자에게 배부되기까지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2.09.3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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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완도신문을 보기 위해 신문을 감싸고 있는 띠지엔 완도신문의 김정호 대표가 목요일 오전 컴퓨터에서 주소록을 인쇄한 후 한 장 한 장 떼어내 지역별로 분류했기에 그의 한 땀 한 땀이 담겨 있다. 


또 활자로 가득한 신문 안엔 기자들의 발소리와 군민의 목소리, 필진들이 독자에게 전하고자하는 깊은 상념과 함께 마지막 교열자의 매서운 눈매가 함의 돼 있다. 또 인쇄소에서 출력된 신문은 새벽녘에 완도에 도착하면 읍 동망수퍼 할머니 할아버지 내외가 신문을 띠지에 넣기에 이 분들의 수고로움과 새벽 바람을 가르며 분주한 우체국 집배원님들의 노고, 완도신문을 기다리는 두근거림까지,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한 주의 신문이 독자에게 배부되기까진 1. 편집회의 2. 취재 3. 편집 4. 인쇄 5. 배부 등 크게 5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통상 금요일에 발행하는 신문이라면 월요일 오전 중에 기자들이 참여하는 1차 편집회의와 수요일 오후에 이뤄지는 편집회의 등 2차례의 회의를 거친다.


월요일의 편집회의는 한 주에 채워질 지면의 뼈대를 잡게 되는 회의로 지역 내 주요 이슈나 소개할 인물 특집판 등이 다뤄지게 되는데, 회의가 끝나면 기자들은 곧바로 취재 활동에 들어간다. 수요일에 이뤄지는 편집회의는 기사의 가치에 따라 지면 배분에 대한 회의와 함께 보강 취재 등이 결정된다.


취재의 경우 먼저 지역이슈와 공공성에 부합하는 주제를 선정해 취재 대상과 방향성을 잡게 된다. 육하원칙(스트레이트 기사)에 입각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무엇이 더 지역사회와 보편적인 주민들의 이익이 되는지, 또 누가 피해를 보고 있는지, 힘 있는 자들의 경우 그 힘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기타 등이다.


취재 활동은 기사의 초고까지를 완성한다.
기사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적 감정을 배제하는 일로 이 일이 기사를 비롯한 모든 글쓰기, 나아가 삶이나 인생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신문의 문은 들을 문(問). 이는 사적 감정을 배제하라는 말로 이 사적 감정의 인식이란 문과생과 이과생이 다르고 본질에 대한 추구와 의식의 성장도에 따라 이해의 폭이 달라진다. 자신의 논리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합리적인 논거나 논증 보다는 이 말과 저 말을 가져다 붙이는 것이 대표적인 사적 감정. 


한 번은 지역사회에 강간사건이 일어났었는데, 여성 기자(예를 들고자 여성기자라고 했을 뿐, 기자면 기자지 여성 남성이 없기에 여성기자라는 표현도 사적 감정이 들어간 표현이다)가 취재를 자원했다. 
그런데 여기자는 취재과정 뿐만 아니라 기사에서도 분노의 연속이었다. 취재의 열정까진 좋았으나, 자신이 타고 난 여성성에서의 분노라는 점에서 사적 감정이 개입 된 상황. 사적 감정이라고 지적을 했는데, 여기자의 항변은 언론의 정의성이다고 했다. 객관적 위치에 있어야 할 기자로서는 판단 미스, 자격미달이라며 작가가 될 것을 권유했던 기억이다.


대표적인 사적 감정의 글이 군이나 기관에서 보내온 보도자료다. 그것을 사적 감정이라 보는 이유는 기사의 육하원칙에 맞춰 썼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보도자료를 작성한 당사자의 일방성 때문이다. 언젠가 군 홍보계 직원이 애써 작성한 보도자료를 왜, 완도신문에선 실어주지 않아주냐고 말하는 걸 봤는데, 그건 알리고자하는 당사자의 일방성 때문에 자칫 독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할 수도 있어 신중성에서 보류된 측면이다. 


더불어 이미 공개된 보도자료의 경우, 신선함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 언론인들 사이에서 그런 걸 주로 싣게 되면 그 언론은 "관보"라고 비아냥거림을 받게 된다.
또, 왜곡된 정보나 신선함이 떨어진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 자체가 독자에게 크게 실수하는 일이다. 


더한 문제는 국민의 혈세를 통해 행한 일에 대해 언론이 나서서 보도를 해줌으로써 이에 대해 면죄부나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 또 자신의 공무처리의 허점을 가리기 위한 방편으로 삼거나 또 다른 의도가 함의돼 있을 가능성으로 총합하면 사적감정, 즉 본성의 발로가 되는 것. 글의 궁극, 시(詩)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사적 감정을 배제하는 것인데, 자신만의 지혜나 정신 혹은 감성에서 비롯돼 쓰는 그런 기사와 시는 자기 본성, 즉 잘난체다. 그러한 기사와 시는 읽는 순간 독자의 마음을 튕겨낸다. 


언젠가 한희석 군청 기획예산실장이 완도신문 지면 중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신복남 기자의 완도의 야생화는 글쓴이의 사적 감정이 최소로 정제된 문학성이 돋보이는 글이다. 
나의 감정(본성)을 야생화(본질)에게 투영시키는 것이 아니라 꽃의 마음(타인의 마음)을 읽어내 나의 시상(고뇌)으로 탄생시키는 시적 수준이 높은 글.


자기고뇌로서 실존을 꽃피우는 글이기에 한 실장의 마음을 끌어당긴 것. 결국 자기 본성을 버리고 이타성을 추구하는 삶이 사적 감정을 최소화시켜 가는 일이기도 한데, 좋은 기사 와 좋은 글을 쓰는 건, 쓰기의 기술보단 이러한 태도와 마음이 결정한다는 것.  


다음은 편집. 글의 초고가 완성되면 글과 사진이 서로 조화가 되도록 편집 작업을 하게 되는데, 완도신문은 외주나 편집디자이너가 아닌 기자들이 자체 편집을 하고 있으며 디자인에 이용되는 편집프로그램은 중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인디자인 2022를 쓰고 있다.

 

 


8대 의회가 끝나고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놓은 이범성 의원에 대한 취재 요청이 있었다. 
실상은 이 의원을 소개하는 지면이었지만 이 의원의 말을 들어보니 아버지와 먼저 떠난 아내의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이를 함께 연결 짓는 지면으로 본래 3부를 계획했었는데 1부에선 이 의원의 아버지를, 2부에선 이 의원, 3부에선 이 의원의 아내였다. 의회에서 우연찮게 이 의원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은 후 보도를 내자 신문을 본 이 의원은 더 이상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2부로 끝을 내게 됐는데, 1부 사진은 처음 만나 사진을 찍어뒀기에 별어려움이 없었지만 이후엔 만나기를 거부해 할 수 없이 군의회에게 이 의원의 활동사진을 요청했다.
100여장 넘게 온 사진 중 일단 20여장을 선택.
20장을 가지고 메인 사진을 선택해야 했는데 여러 장의 사진 중에, 아주머니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이범성 의원의 친근한 이미지와 부합했다.


글의 서두는 이범성 전 의원을 축약해 표현할 수 있는 상징성. 제8대 의원 중 가장 현실적인 아니, 가장 실전적인 의원을 꼽으라 한다면 이범성 의원이었다.
그래서 실전무도가의 최상위 위치에 올랐던 극진가라데의 최배달과 최배달이 존경했던 미야모토무사시의 오륜서를 토대로 리드문을 잡았다. 제목은 '이범성'하면 '전복'이 연상될만큼 이 의원은 전복으로 대표되고 있어 "전복만큼은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건, 한결 같았다"로 잡았다. 메인 사진 또한 아주머니와 함께 반갑게 맞는 미소 그리고 손을 주제로 삼았다.

 


이제 편집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는 상황. 
통상적으로 기사의 초고를 쓰기까지는 대략 3~5차례 교열을 보게 된다. 다시 편집 후 3~4차례 교열을 보게 되는데, 마지막 교열과정에서 문득 그의 가슴 가장 깊은 곳에 무엇이 있을까란 물음이 던져졌다.
전복은 그의 빛나는 영광인데, 그 빛나는 영광이 있기까지 근본적인 건 무엇일까라는 물음. 


그건, 먼저 세상을 떠나 간 이 의원의 아내 같았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시적 표현과 아주머니는 사진에서 제외시키게 됐다. 그러면 그의 미소 뒤 그리움의 순간까지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제목 또한 달라진다. "그대 있으면 나 있고 그대 없으면 나도 없다네"로.

 

 


그리고 시적 표현으로 마무리.

 

어느 하루라도 보고프지 않았던 그런 날 
그런 날이 있었을까요?
어느 한 순간이라도 그립지 않은 그런 시간
그런 시간이 있었을까요?
그대를 만난 이후, 기적이 아닌 그런 때
그런 때가 또 있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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