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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지옥을 대신해 주는 아름다운 천사들

타지 생활 접고 고향으로 내려 온 완도읍사무소 환경미화원 김현윤 반장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2.07.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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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의 권리 때문에 그 자리에 있다고 보는가? 
당신의 노동은 다른 한 쪽의 노동 성과를 착취하고 훔치고 있지는 않은가?
사람은 계속해 죽어가고, 여론은 들불처럼 일어나면서 문제 또한 공론화돼 가는 것 같지만, 결론은 문제를 만들어내는 구조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멈춰 있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쉼과 쉼터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그들의 능력과 숙련을 귀한 것으로 대우할 마음이 없다는 것. 
그렇다면 그것은 과연 공정한 것인가!
길거리의 청소노동의 숙련은 왜 저평가되는가? 어떤 노동은 고귀하게 평가되고, 어떤 노동은 왜 저평가되어야 하는가.


청소노동자가 일을 멈춰 버린다면, 그들이 사라진 도시라면, 그 멈춤이 일주일로 늘어나고, 한 달로 늘어난다면 이곳은 어떻게 되겠는가. 단언컨대, 그곳은 지옥이 된다.
우리사회 지옥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이 사회에 꼭 필요한 필수노동자들이다.


불볕 더위 속에서도 완도읍 청결에 있어 최일선에 서  있는 사람들. 

 

2008년 입사로 14년째 완도읍사무소 환경미화원으로 읍 청결을 맡고 있는 김현윤 반장. 올해 54세로 고향은 신지면으로 슬하에 2남을 두고 있다고 했다. 
2008년 환경미화원으로 입사했는데, 그 전엔 20여년간 서울살이를 하면서 출판사 서적을 납품하고, 주류 도매 납품 등 다양한 직종에서 일을 했다고. 
그러다 우연히 서울 중랑구에서 환경미화원 채용 공고를 접하게 되었고, 힘과 체력이 좋고 꼼꼼한 성격 탓에 자신의 성격과도 업무 특성이 잘 맞을 같아 당차게 도전하였으나, 370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력 속에서 좌절을 맛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다 완도읍에서 환경미화원을 채용한다는 완도 친척의 연락을 받고서 서류 접수를 하였는데 한겨울 눈이 펑펑 오는 날 합격 소식을 접하게 됐다고. 
얼마나 기뻤는지 이른 아침 눈을 뜨고 대문 밖으로 나갔을 때 하얀 눈이 소복하게 자신을 맞이하는 것처럼 셀랬다고.
16살부터 시작된 타향살이를 접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었고, 지금은 완도읍 환경미화원 반장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에 대해 김 반장은 "현장 일을 하다보면 주변에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자연재해만큼 무섭고 힘든 것은 없는 것 같다고.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면서 태풍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죠" "특히 2012년 8월 볼라벤 태풍 때는 어민과 주변에 엄청난 피해를 줬고, 우리에게는 엄청난 양의 처리해야 할 쓰레기를 남기고 갔어요" "완도읍 청소차량은 총 7대가 있는데 평소 5톤 생활쓰레기 수거 차 1대 기준으로 하루에 2회 정도 운반하지만 그때는 1대로 8회를 운반할 정도로 양이 많았죠. 치우고  치우고 또 치우고, 14년 근무 기간 동안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 같아요" 


"그때 기억 때문인지, 아직도 태풍이 온다고 하면 평소보다 몇 배나 더 긴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뻤던 순간에 대해 김 반장은 이 일을 하다보면 작은 순간에도 기쁘고 행복 할 때가 많이 있는데, 특히 더운 여름철 고생한다며 시원한 박카스와 물 한 잔을 건네는 주민들에게 감사와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어느 가을 군청에서 남중학교로 올라가는 곳을 담당하고 있을 때인데,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이 도로를 수북이 덮고 있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했다고. 
그런 마음도 잠시 한 걸음 한 걸음씩 빗자루를 쓸면서 묵묵히 올라가다 보니 어느 새 도착한 남중 앞. 그 순간 뒤를 돌아다 보니 깨끗해진 도로. 
그 가슴 벅참. "얼마나 뿌듯한지요!" 


그 어느 때 보다 뿌듯한 기쁨을 느꼈고 아직까지도 그 기억을 잊지 못한다고. 
 특히 가장 최근에는 생각지도 못한 민선8기 첫 일정으로 신우철 군수가 조찬 간담회를 마련하여 새벽부터 눈에 띄지 않지만 열심히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의 열정과 노고를 이해해 줘 기뻤다고.


가장 고마웠던 사람에 대해선 완도읍 환경미화원 중 가장 큰 일꾼으로 청산 모도 출신의 입사 1년 선배인 김동근 형님이라고 했다.
2018년 반장을 맡기 전부터 같이 일을 할 때면 손발이 척척 맞아 업무를 수월하게 처리 할 수 있었고 힘쓰는 일과 체력에는 자신 있던 자신보다 몸은 왜소하지만 항상 한발 앞서서 일처리를 해줘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고맙다고 했다.


반장이 되고 나서 22명의 환경미화원을 대표하다 보니 크고 작은 민원처리를 도맡아 하게 되었고 혼자서 처리하기 힘들거나 급하게 처리해야 될 민원이 있을 땐 두말 않고 함께하는 선배인데,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또 완도읍에서 근무하는 동안 10여명 읍장들을 만났단다. 누구도 우리를 관심 있게 봐 주진 않았었는데, 어느 날 김희수 읍장이 “현윤이 고생한다. 고맙다“며 이름을 부르며 격려해 줬단다. 처음이란다. 환경미화원 대기실 현대화를 위해 애써줘 정말 감사하다고.


김현윤 반장은 "환경미화원을 업으로 하고 있다보니 어딜가든지 쓰레기가 먼저 눈에 뛴다. 직업병이라 할 수 있겠지만 지역마다 쓰레기 집하장이나 수거 방법에 차이를 보게 되고 어떻게 우리 업무에 적용 할지 고민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고민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 불법쓰레기다"고 했다. 
"완도읍 청소 행정은 눈에 띄게 발전되고 노력하고 있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종량제 봉투 사용, 음식물 쓰레기통 사용, 마을 집하장 설치 등 주민들의 의식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여전히 반복되는 불법쓰레기는 우리를 힘들게 한다"고. 


"특히 관광철이나 명절에 무심코 버리고 간 음료수 병, 하나 둘 모여 만들어진 엄청난 쓰레기 더미에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모두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불법쓰레기가 근절 될 수 있도록 주민 모두가 힘써 주시고 우리는 완도를 깨끗하게 해야 될 책임이 있기에 불법쓰레기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쉬지 않고 환경 정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애써 보지 않으려 하면서, 피하려고만 했던 세계, 그 세계가 여느 예술보다 더 아름답지 않은가! 
한 사람의 영혼이 성장하기 위해 주어진 삶을 통해 정신적인 양식을 들이마시는 것. 
더 지혜로워지기 위해, 더 강해지기 위해, 더 심원해지기 위해서. 그래서 누군가를 더 이롭게하는 나. 그런 목적이 아니라면 예술 같은 것은 필요치 않다.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이겼다고 그것이 온전히 나의 몫인가. 내 몫은 또, 그 누군가가 있기에 가능한 것. 
경쟁에서 획득한 것들을 그 누군가를 위해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인식, 내가 속한 세계에 대한 부채 의식. 공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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