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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을 잃고 흔들릴지언정 끝내 경계 위에 서 있는 사람

고금 돈사 반대 운동과 강진완도축협 불공정에 맞선 남자 김세윤 감사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2.07.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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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엄니가 그리 말한다.
아가야, 제발 나서지 마라!
넌 뒤로 빠져. 중간만 해두 되아!
엄니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럴 순 없다.


내 뒤에 1천명이 있어 내가 용기를 얻는다면, 그건 단 하나의 전쟁에서 승리할 뿐이지만 내 뒤에 서 있는 1천명을 용기롭게 할 수 있다면 그건 세상을 구원할테니까.
하늘의 엄니, 신이 된 엄니라면 이젠 이해하고 응원할 것이다.


홀로 가라! 홀로 앞서라!
앞서는 것 뿐이다. 
내 삶은 높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앞장 서 나가는 것이다. 
그때, 거대한 바다는 목마름의 늙은 엄니의 목으로 넘어가는 한 바가지의 물이 될 것이고, 목마름의 늙은 엄니가 마시는 물 한 바가지는 대양이 될 것이다.
이젠 엄니가 지켜 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기적이 그런 것이니까.


지난 19일 고금면에서 열린 민선 8기, 신우철 군수의 군정보고회.
그곳에 참석했다가 나오는 길에 급히 보고회장으로 뛰어가던 어떤 이가 아는 척을 해왔다.
"그때, 군수실에서 함께했던 강진완도 축협 감사, 세윤입니다!"
'아!' 그 말에 떠올랐다. 

 

지난 4월 강진완도축협 완도 출신 이감사들은 축협에서 추진 중인 임원과 대의원 수 조정에 반발하며 신우철 군수를 찾아 홀대받는 완도 축산인들을 대변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취재 기자 신분으로 동석했었다.


이때 완도 출신 이사들은 “강진완도축협의 임대의원 수는 2007년 합병 당시, 완도축협과 강진축협 이사는 각 6명씩 총 12명, 대의원은 각 33명씩 총 66명으로 합병 계약서를 체결하고 완도 조합원들은 출자금 40%를 감자하면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이를 승인해 이뤄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강진축협 조합원 1506명(현재 980여명)이었고, 완도축협 조합원들은 1798명(현재 330여명)으로 완도가 더 많았음에도 5대5의 비율을 지켰는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고 전체 조합원들의 투표로 임대의원의 수를 결정하겠다는 하는 것은 약자를 대변하는 협동조합을 사유화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전했다. 


이후 강진완도축협에서는 조합 정관에 명기된 임원(대의원+이사) 정족수 변경을 전체 조합원 투표로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완도 임원 축소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 21일 완도 조합원들 100여명이 강진완도 축협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러한 집회 속에서도 결국 강진완도 축협에선 이를 관철시켰는데, 현재 완도의 조합원들은 농림축산식품부에 축협 총회 승인의 취소를 건의해 놓은 상태이며, 법적 투쟁으로 변호사와 협의 후 이의제기를 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강진완도축협의 김세윤 감사.


전남대학교 동물자원학부 석사 출신인 세윤 씨는 현재 고금면에서 축산업을 하고 있다고. 축산업은 부모님의 가업으로 광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25살 때 고향에 내려와 자연스럽게  이어받게 되었다는데, 그는 "시골에서의 삶이 저에게는 어려움의 연속인것 같은데 학창시절을 광주에서 보내고 내려 온 고향. 잠시 타지 생활을 하고 온 터라 고향은 이방인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고금청년회 20대회장으로 취임하자, 얼마 안돼 고금 돼지돈사 신축 사건이 지역사회를 들끓게 했습니다" "맡은 직분이 있어 공사 반대 시위에 나서게 됐고, 또 하다 보니 주민들의 삶이 우선해야한다는 신념이 굳어지면서 이를 주도하게 됐으며 대법원까지 가는 긴 시간 동안 주민들로 그러하셨겠지만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돈사 문제는 극적으로 타결돼 한 시름 놓는가 싶었는데, 최근에 강진완도 축협 조합의 합병계약 불이행에 따른 반대 운동과 법적대응까지 모든 게 처음 있는 일이라 어렵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또 "완도는 수산업 중심으로 강진과 비슷한 농어·업 군이지만 환경 여건이 전혀 달라 완도군 축산 경영인의 어려움을 모르는 무지의 경영마인드로 임하고 있단 게 화가 납니다" "그것은 불공정한 일입니다"


"우리 사회에 공정의 가치가 무너지면 가진 것 없는 일반 주민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속에 살아야만 하니까요" 
"서로 다른 생각들로 가치와 삶의 방식이 충돌하면 차별과 불평등이 존재하게 되는데 우리 사회에는 사람이 사람을 배제하고 억압하는 역사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삶의 한복판에서 겪게 되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서로 상생의 길을 찾으려고 하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요"


"이기적인 사회에서 공정과 상생의 길을 추구하는 일이 현실에서는 승자독식의 차별로 구조화되고 일상화되었기 때문인데,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주면 선행을 한다고 칭찬하지만 막상 그들을 위해 근본적인 개혁을 하자고 하면 눈에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자기의 능력으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무엇보다 더 선행되어야 할 것은 공정과 평등이라는 가치라고 보입니다. 그 때문에 방관하고 그냥 앉아 있을 수만 없는 일이었죠"  


아내가 미인이라고 하자, 그는 정말 해맑게 웃으며 "한 번 보고 바로 낚았습니다"
"지금의 아내 우정현을 만나 첫째 아들 김경모를 가졌을때 가장기뻤던것 같습니다"
"두번째 기쁜 건, 돼지돈사가 협의가 대규모 집회 하루 전, 극적 타결됐을 때였고요"
고마운 사람들은 너무 많은데,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 가까운 선후배 모두 감사하고 고마운 사람들 뿐이란다.


그래도 같이 농업법인하면서 서로 의지하며 운영하고 있는 황일 친구에게 참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며 끝으로 많이 부족한 자신이 신문에 나오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쑥스러워하는 모습.


아빠와 남자 사이에서, 본능과 제도 사이에서,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 지 답을 찾아가는 모습.
그 과정에서 질서 혹은 무질서, 이웃 또는 나만, 가치 & 쾌락, 빛 아니면 어둠을 선택할 수도 있다. 무엇을 선택하고 지키는 삶이든, 영원히 혼자 하는 삶이든 대가를 치르게 되지만 잠시 균형을 잃고 흔들릴지언정 끝끝내 경계 위에 서 있는 사람만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희망. 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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