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부자의 이야기 들으니 “오, 호부무견자(虎父無犬子)라”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2.06.23 14:5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옛말에 이르길, ‘호부무견자(虎父無犬子)’라 했다. 


호랑이는 개를 낳지 않는다는 말로 호랑이 같은 아버지에게 개 같은 아들은 없다는 뜻. 잘난 아버지 밑에 못난 아들이 날 리 없다는 의미인데, 중국 고전 삼국지를 보면, 장비의 아들 장포가 전쟁터에서 적장을 찔러 말 아래로 떨어뜨리고 관우의 아들 관홍이 단칼에 적장의 목을 베어 버리자 유비가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감탄하며 말하길, "오, 호부무견자(虎父無犬子)라"


처음 알았다.
이범성 의원의 아버지가 제2대 완도군의회 의원을 지낸 이근우 전 의원이었다는 것을. 
얼마 전 우연히 사석에서 허궁희 의장에게서 들었던 말이, 모처에서 이범성 의원과 이 의원의 아버지가 함께 만났음을 술회하면서 이범성 의원의 아버지를 자꾸 "의원님"이라고 칭하길래, 이범성 의원을 말하는 것이냐 물었더니 허 의장은 이 의원의 아버지 또한 의원을 지냈다고 했다.


그렇게되면 이범성 의원과 아버지 이근우 전 의원은 완도군의회 역사상 최초의 부자(父子) 의원이 된다.
그것만으로 완도군의회 의정사에서 크게 빛나는 일.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군의원 가선거구에서 이범성 의원이 출전하느냐 마느냐였다. 
이 의원의 출전 여부에 따라 당락의 지표가 달라질만큼 지난 선거에서 2,900여표를 획득했던 이 의원이었다.


하지만 소안 출신인 이범성 의원은 일찌감치 소안면민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가정적으로 큰 시련이 있어서 지역민에게 큰 봉사를 해야 하는데, 마음으로는 이미 결정(불출마)을 했다"고 밝혀왔다.
그런 이범성 의원이었는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천과 관련해 지역 정서와 반하는 공천이 이뤄지자, 지역정가와 주민들 사이에선 이범성 의원이 출전해 민주당을 심판하고 완도의 자존심을 세워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었다. 


하지만 그는 출전하지 않았다.
선거가 끝난 후, 소안면민 중 누군가로부터 취재 요청이 있었다.
"그동안 완도신문을 보면 최정욱 박재선 김양훈 조인호 박인철 허궁희 의원 등 여러 의원들의 활동상을 잘 언급해주던데, 이범성 의원에 대해서는 참 박하게 다루더라"는 말. 완도신문에서 아름답게 퇴장하는 이범성 의원에 대해 한 번쯤은 보도해달라는 요청.

 

생각해 보길, 무소속 당선도 최고의 재력가라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같았고, 그동안 의회 취재 도중, 이 의원의 의정활동 중 질의나 행정에 대한 요구사항은 특별해 보이는 게 없었다. 군정 핵심 사안과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도 송곳 질의나 민감하거나 긴장감 넘치는 질의가 없어 언론에서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망설이고 있었는데, 허궁희 의장으로부터 "아버지도 의원이었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정치를 한다는 것. 
그런데 출전만하면 손쉽게 당선이 유력했음에도 가장 정점에서 스스로 내려 올 줄 아는 마음과 신념이라면. 
이것만으로도 뭔가 있겠구나 싶었다. 

 

 

그를 만났더니, 그동안 오해들이 하나둘 풀리면서 이 사람, 정말 괜찮은 의원이구나! 
평가절하된 부분이 많았다.
표라는 것이 요행은 있을 순 있겠으나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기에. 
사업가적인 뛰어난 전략과 과감한 실천력, 수많은 악전고투 속에서도 임기응변의 번뜩이는 실력과 거기에 한결같은 성실함, 그리고 누구보다 전복산업을 아끼며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선량함으로 사람을 사로 잡는 덕성이 조화롭게 어울려 표심으로 나타났구나 싶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니, 이 의원이 매일 아침 찾아뵐 때마다 아버지는 "이범성, 이범성, 이범성" 오른손을 치켜 들면서 이름 삼창을 외치더란다. 
왜 그러셨냐고 물었더니, 아버지는 이 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는 줄 알았단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할려면 소안에서 인재를 키웠던 샛별장학회 이야기부터 꺼내야 한다면서 항일의 성지인 소안면은 높은 의식으로 젊은이를 키우자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고 했다.


그 당시 샛별장학회는 방만기 면장 이덕이(고개를 가웃거리며 '이'인지 '희') 조합장,  이상채 씨와 얼마 전에 타계한 이대옥 씨의 부친 등이 결성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봤는데 고진 MBC 보도국장과 김영명 연세대 철학과 교수 등이 대표적으로 샛별장학회의 장학생이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젊은시절 부산에서 회사의 세탁실에서 근무하면서 고향사람들 도와주는가하면, 야간으로 광주 대동고를 졸업할만큼 남 돕기를 좋아하고 안되는 것보다는 되게 하려는 기상이 뛰어났다고. 당시 친구들이었던 소안면장과 조합장 등과 함께 학생들의 야간 학습을 도우면서 소안 항일운동의 정신을 고취시켰다고 했다.


아버지에겐 한 번도 맞은 적이 없었는데, 얼마 전 사돈될 양반이 물었단다. 자식들에게 매를 든 적이 있었냐고? 그래서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한 번도 매를 든 적이 없었다고 했단다. 아버지 이근우 전 의원이 어린 자녀들에게 해왔던 말은 "사회가 잘 살면 살수록 어른이 사라지고, 누구도 어른이 되지 않으려는 사회가 되는데, 그러면 참 슬픈 사회가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 일뿐만 아니라 자기가 사는 사회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또 아버지의 성정은 일반적인 농부나 어부 보다는 보다 진취적인 삶을 영위하려는 개척자로서 자신 또한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허궁희 의장이 아버지 이근우 전 의원에게 물었단다. 어떻게 의원이 됐냐는 물음에 이 전 의원은 "내가 당선된 것은 우리 범성이 때문이다"고 했단다.

 

이 의원의 형제자매는 부모 슬하에 6남매로 그 당시 6남매가 모두가 선거운동에 나설만큼 두터운 우애를 보여줬는데 등에다 "부탁드린다"는 말을 매직으로 써 다녔던 시간들을 회상해 줬다.
군의회 최고 주당이란 말을 들었는데, 주량을 묻자 이 의원은 "소주 5병이다"고 했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도 다음 날 어김없이 새벽 5시면 전복치폐장을 찾는다고 했다.
동료들과 술을 먹고나서 다음 날 쌩쌩하게 나타나면 "너는 술 안먹은 것 같다"는 두손으로 얼굴을 부벼주면서 씨익 웃는다고.
지금은 소주 2병이면 딱, 맞는 것 같단다.


아버지도 술을 마니 드셨지만, 실수하는 것을 못봤다고 했고, 그것은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것도 있지만 부모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가르침이라서, 자신 또한 자녀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기보단 내 자신이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는냐?가 최고의 가르침 같다고.


아버지 이근우 전의원에게 들었던 말 중 "모두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되 그들로 하여금 너에게 너무 의존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또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 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는 삶을 살라"고.
 호부무견자(虎父無犬子)란 말이 딱 들어맞는 이야기다.


다음은 한 남자의 운명을 되돌려 버릴만큼 사랑했던 여인.
없던 시절, 처형이 집엘 찾아왔는데 누추한 집안꼴을 보여주지 않으려 일부러 밖에서 만날만큼 자존심 강한 사람으로, 부인의 이름을 물었더니 정말 꺼이꺼이 울만큼, 더 이상 질문을 이어갈 수 없어 다시 만나자고....(계속)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