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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찐이다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2.06.1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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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번개가 야단법석으로 깊은 밤을 들었다 놨다했다. 큰 바람 뒤 고요가 찾아 들듯 아들로부터 톡이왔다.


눈사람 자살사건의 글과 함께 내게 물었다. 위 글에 위로 받은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산 거야? 아들에게 왜 내게 이런 질물을 하느냐 묻지 않았다. 나도 위로 받았어 답을 보냈다. 


곧바로 어떤 느낌이 드는데? 다시 톡이 왔다.
뭐라 답을 해야할 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혼잣말을 속으로 했다.


누군가의 슬픔에 위로를 받았다. 그건 말이지, 누군가의 슬픔 속에 내가 들어간 거지. 그러하기에 슬퍼할 것도 기뻐 할 것도 없는 평온을 얻은 거야! 눈사람의 슬픔은 이러했다.
살아야할 이유가 없는 것이 죽어야할 이유가 될 수 없고 죽어야 할 이유 없다하여 살아야 할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되뇌인다.


욕조에 누워 찬물에 죽을까. 뜨거운 물에 죽을까. 평생을 차가운 곳에 살았던 눈사람.
따뜻한 물에 죽고 싶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눈사람은 잠든다. 


아들이 산 책은 대체로 내가 읽는 책보다 훨씬 다큐적이고 팩트하다. 눈사람은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사람은 힘들어서 죽지 않는다.
단 한 사람의 위로가 없어 죽는다.
별똥별이 천둥번개에게 말했다.


저기요 있잖아요 저 말이죠. 조금 더 살아보려 해요..당신 지금 내말 듣고 계시나요.
추워요. 제발 고함치지 말아요.
아주 그냥 소리가  얼음짱이예요.


당신 나를 꽝꽝 얼리지 말아요.

어딘가 모르는 곳에서 누군가는 참담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따뜻한 언어 존재해야 한다.
명치 끝에 얼음짱 같은 심장이 마지막 문장을 남긴다. 당신이 있어 세상은 살만 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하여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플라톤은 어느 곳에서든 영원한 것으로 존재하는 것은 제한된 언어로 표현된 자유로운 정신이라했다. 라면을 먹었더니 라면이 뭐라구 밤새도록 몸을 불리더니만 아침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생각도 따라 무겁다 출근 버스에 아들이 아직 읽지 않은 책과 함께 탔다. 이해하기 어려운지 나 먼저 읽어 보고 내용을 말해 달란다. 아들과 공유하는 게 책이라서 좋기도 하고 감정의 교류도 마음에 든다.  


어느 날 여자친구가 견디기 힘든 일로 감정을 주체 못하도록 울면서 아들에게 전화를 했단다. 힘듦을 호소하며 우는 여친에게 이렇게말했단다. 너가 힘들어하는 걸 아는데 나는 네게 뭐라 해 줄 말이 없다 그렇지만 네 힘듦을 내가 들어줄 수 있다. 그 말이 여친의 심장에 꽂혔다. 아들에게 반했다고. 시간이 지난 후 처음이었다. 너의 위로는 없을 것만 같은 29살 이후를 너와 꿈꾸고 싶다. 


너만은 달랐다. 
고해성사 같았다. 그래 너의 진심이  여자친구에게 전해진 거야! 아들이 내 말에 진심이 아니었다 말했다. 그말에 깜짝 놀랐다. 너가 해줄 말이 없었던 것과 곁에서 들어준다는 말이 니 마음이 아니고 가짜라는 거야? 다시 물으니 뭐라 해 줄 말 없는 것도 사실이고 들어줄 마음도 진짜 였다 답했다. 이그, 그런 걸 바로 진심이라고 말 하는 거야 너의 마음의 감정 있는 그대로기 진심이지 아,그러네. 간만에 흐믓했다. 슬픔 곁에 누군가 있어준다는 건 따뜻한 모국어와 같다.


너는 세상의 찐이다. 아들과 오랜만에 소통하는 순간이 참으로 행복하다. 생각없이 말하고 행동하면 행동대로 살아지게 된다는 말처럼 이제는 생각을 하고 행동할 때다 생각하고 말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그 행동이 천번만번 하고 싶은 말의 한마디라면 행동은 진중할 수밖에.주룩주룩 가뭄에 단비가 내리는 고마운 유월이다. 담장 너머 능소화가 피기 시작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자신이 병원에 가야하는지 산으로 가야하는지 스스로 알게 된다고 한다.


맛있는 거 드세요! 그동안 많이 먹었다.
예쁜 꽃을 보세요. 예쁜 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그리곤 그분은 산으로 가셨다. 당신 소망을 말해보세요. 아무런 소망이 없다하신 그분은 나의 아버지였다. 그렇듯 가셨다.


 눈사람 다 읽었다 어려운 책이더고만.
두고두고 조용히 들여다 봐야 될듯 하다. 빨리 돌아가는 시계와 그때그때 맞는 삶의 배역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인생이 여운이 깊더라 너는 지금 어떤 배역을 도맡아 열중하는가 출근 버스  유리창에 기대어 머리를 찧어가며 졸다자다 속 울렁거려 손가락도 까닥하기 싫은 버스 안에서 몰입으로 끄집어 내어 너를 읽고 쓴다. 그것이 자기 신뢰다. 


너는 너를 믿는가 내면의 내가 나에게 묻는다.
의심 할 수 없는 데까지 수없이 나를 의심하고 의심한다. 그것만이 나의 신뢰를 얻는 내가 된다. 하루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신을 이기는 자가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다. 강한 사람은 부드럽고 부드러운 너그럽고 따뜻하다. 따뜻함만이 위로를 할 수 있다.
이기주의 책 언어의 온도에서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와 끔찍함을"

 

 

이의숙 필수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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