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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났다고 변치마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2.06.10 10:06
  • 수정 2022.06.1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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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주민을 위해 자신이 책임을 지고 뭔가를 해보겠다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치열했던 13일간의 공식선거운동을 거쳐 투표와 개표 결과가 발표되어 승자와 패자가 갈리면서 선거가 끝났다.

 

낙선의 쓴 잔을 받아든 패자들에게는 그동안의 노고에 심심한 위로를 보내고 당선의 영광을 안은 승자들에게는 축하의 말씀의 보낸다. 지난해  연말쯤부터 귀찮을 정도로 쏟아지던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의 지지를 바라는 문자메시지가 어느 순간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 뚝 끊긴 것을 보면서, 이제 치열했던 선거전이 끝났음을 쉽게 감지하게 된다. 쉴새 없이 날아오던 문자메시지가 끊긴 것은 선거가 끝났으니 굳이 유권자들에게 굽실거리면서 읍소하고 사정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자신이 과거에 했던 말이나 행동을 쉽게 잊어버리는 아주 편리한 능력을 갖고있다.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이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모든 것을 다바쳐 해줄 것처럼 머리를 조아리면서 표를 얻기 위해 했던 일들을 후보자들과 유권자들 모두가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선거 후 당선인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번 우리 지역의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수 십년 동안 지역정가를 독점하고 있었던 특정 정당의 후보들이 무소속 후보들에게 뒤져 낙선된 비율이 높았던 것이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도의원 1명, 군의원 3명이 유권자들의 심판도 받지않고 무투표로 당선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해당 선거에 입후보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존 정당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선거법의 독소조항 때문에 정당의 예비경선에서 탈락하게 되면 탈락자들의 출마가 원천봉쇄되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정당에 가입해서 오랜 기간동안 실력과 경험을 쌓은 후에 등판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실상은 정치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도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에 입당하여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어야만 후보로 낙점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고, 특정 정당의 후보가 되어 출마하면 손쉽게 당선될 수 있는 지극히 후진적인 구조다. 그 결과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선택받지 않는 자들이 선거를 하지않고도 무난히 당선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무렇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 지역이 다른 지역에 발전속도가 더디고 점점 더 살기가 힘들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등져서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후진적인 정치행태라고 생각한다. 


내 앞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있는 주제에 벼슬을 얻은 지체가 높으신 분들에게 이런저런 충고를 하는 것이 분에 넘치는 일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의 자격으로 우리들을 대신해서 일을 하는 위치에 있는 선출된 공직자들에게 우리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의 발전을 일을 해줄 것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30년이 넘는 오랜 기간동안 공직에 있어서 지방행정의 전문가라고 해도 될만큼 지방행정의 현실과 앞으로 가야할 길을 대충은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내세운 여러 공약들이 얼마나 허황되고 실천불가능한 공약들인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살펴본 많은 공약들이 관련 법령의 규제나 예산 문제 등으로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허공에서 뜬구름 잡는 듯한 소리없는 메아리에 불과했다. 


어찌됐던 선거결과에 따라 선택을 받은 지방선거 당선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앞으로 4년 동안의 짧지 않은 기간동안 우리 지역을 위해 생업에 바쁜 주민들을 대신해서 위임해준 공적인 분야의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상생활의 모든 분야가 통제되는 비정상적인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많은 군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한 시기를 보냈다. 당선자들이 자신의 위치와 역할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가장 우선해서 집중해야 할 일은 모든 분야가 팬데믹 이전의 정상적인 상태로 자리를 잡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군민들이 소외받지 않고 차별받지 않으면서 골고루 보살핌을 받아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데 보탬이 되는 정책을 발굴하여 실천해야 할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많은 정치인들이 후보자일 때와 당선된 이후의 행보에 있어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목격했었다. 한 마디로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정반대로 돌변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었는데, 이번에 당선되어 공직을 수행하게 된 당선인들은 초심을 잃지않고 군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주기를 바란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들과 한 약속이나 뱉어낸 말을 진심으로 믿고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들이 당선되면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수많은 공약들 중 실천이 가능한 일들은 활동하는 임기 중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성실히 이행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승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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