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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민 늘리기, 우리는 할 수 없나 ?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2.05.0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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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고령화와 도시 집중 현상 등으로 중소도시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급기야는 지역의 소멸위기에 이르고 있는 심각한 실정이다. 지방의 소멸은 곧 국가적 불균형 성장에 따른 우리 사회의 붕괴를 의미한다. 


지역의 소멸위기를 인식한 중앙정부에서는 지난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하고, 해당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청년인구의 유입·생활인구 확대 등 다양한 인구활력 증진사업을 추진하여, 자연적 인구감소와 사회적 인구 유출로 지역사회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악순환을 해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의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중앙과 지방 정부는 인구감소 대응을 위해 매년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여 다양한 정책을 펼쳤치고 있지만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국가 전체 인구는 정점을 지나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지방의 인구늘리기 정책 중 귀농과 귀어를 유도하는 귀촌정책은 도시생활을 접고 귀촌하는 젊은이들에게 정착과 자립을 돕기 위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는 마을규약이나 어촌계 가입조건 등을 까다롭게 규정하여 귀촌희망자들을 난감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랫동안의 시내 아파트 생활을 접고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한 후 13년째 생활하고 있는데, 이주 당시 마을규약(문서화된 마을규약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에 따라 백 만원의 입주비를 마을에 납부해야만 했다. 우리 동네 뿐만아니라 꽤 많은 마을에서 신규 전입자들에게 마을 입주비를 요구하고 있고, 이로 인해 입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마을은 어촌계가 있기는 하지만 매립사업 등으로 어장면허지가 없었고 어업에 종사할 생각이 없어 어촌계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어장면허지가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는 마을 입주비와는 별개로 어촌계에 가입을 원하는 경우에는 일정기간의 거주기간 제한을 두고 있고가입할 때 가입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충청남도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폐쇄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어촌계의 문제점을 해소하여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어촌에 활기가 돌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충청남도는 ‘어촌계 진입 장벽 완화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가입비와 현지 최소 거주기간 등 어촌계 가입 조건을 완화함으로써 어촌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충남도는 가입비 완화와 최소 거주기간 제한 완화 등 어촌계 진입 문턱을 낮추어 어촌마을의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어촌계를 선정해서 ‘어업자원조성비’를 지원하고 있다. 충남도는 2016년 사업을 추진한 이후 6년 동안 어촌계에 새로 가입한 어촌계원의 수가 548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내 대부분의 어촌마을은 마을어촌계 단위로 허가나 면허를 받은 어장을 조성·관리하기 때문에 일정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어촌계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등 폐쇄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귀촌을 해도 모두 어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촌계원이 되어야만 어촌계 단위로 면허(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어장에서 양식장을 운영할 수 있는 등 어업에 종사할 수 있다. 


어떤 집단이나 개인도 오랫동안 견고하게 지켜온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선택을 하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더구나 어업권과 같은 많은 이권이 걸려있는 경우라면 더욱 더 망설여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공동체의 몰락을 막기 위해 기득권을 과감하게 포기하고미래를 위한 현명한 길을 찾아 선택하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지역적 여건상 군 행정구역이 섬과 바다로 형성된 우리 군은 어업이 소득의 원천이다. 그동안 무분별한 남획과 환경오염 등으로 어족자원이 고갈되고 있어, 지속적인 수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의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하면서 어패류와 해조류의 양식업이 늘어나고 있다. 어업기술의 발달과 기계화 등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와 젊은층의 이탈 등으로 인구가 감소되고 있고, 이에 따라 노동력 부족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촌계의 오랜 관습과 규약때문에 귀어하는 도시 젊은이들의 어촌계 가입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어촌의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충청남도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여 군 관계부서와 어촌계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 지역의 실정에 적합한 현명한 해결책을 도출해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이승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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