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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보길도 낙조 바라보며 당신에게 물들어 갈께요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2.05.0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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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을 가득 채워 놓고 
홀로 앉아 
먼 산을 바라보니
그리워하던 임이 온다한들
반가운 것이 이 보다 더하랴!
말하지 않고 웃지도 않아도
마냥, 마냥 좋은 것을

만흥(漫興) / 윤선도 

 

혼자 석양을 바라보는 것이 임이 오는 것보다 낫다는 윤선도. 
윤선도가 기거한 보길도 세연정은 영양 서석지, 담양 소쇄원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정원 중 하나다.
고산은 제주도를 가던 중 태풍을 만나 보길도에 잠시 상륙했는데 섬을 둘러보고 그 절경에 취해 보길도에 머물고자 했다. 

 

 

보길도에 자신의 무릉도원, 이상형을 만들겠다고 결심. 세연정은 고산이 만든 안빈낙도의 중심으로 보길초등학교를 지나 전혀 생각치도 못한 곳에 있다. 세연정을 가 보면 누구나 정자가 바다와 너무 가깝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것은 조선 정원의 핵심인 집안의 연못을 조성하기 위해 계곡물을 끌어와 연못을 만들어야 했기에 산세가 끝나는 즈음에 자리를 잡게 된 윤선도의 혜안으로 보인다.


세연정 유적지. 전시관을 지나 작은 물줄기를 따라 걷다 보면 갑자기 못이 커지면서 세연정이 눈에 들어오는데, 한국의 정원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우아하고 고상한 자태다. 특히 세연정을 둘러보다 보면 연못에 비친 정자의 모습에 정자에서 바라 본 바깥 풍경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그 중 최고는 옥소대에서 바라본 세연정 풍경. 옥소대는 세연정 뒤쪽 산자락으로 10분 정도 올라가야 하는데 그 수고로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왔다가도 놓치고 가는 포인트 중에 포인트. 그곳에 오르면 고산이 왜 이곳에 세연정을 지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저 멀리 보이는 푸른 바다와 숲 속에 아늑하게 자리한 세연정. 
가히 조선 최고의 풍수학자다운 윤선도의  명당터임을 상기하면 좋은 기운이 온몸으로 전해오는 느낌.


주변의 빼어난 경치와 풍류를 즐기며 고산은 이곳에서 ‘어부사시사’를 읊었다. 막대한 유산으로 이곳 세연정을 비롯해 많은 곳에 건축물을 지었는데 사투암(射投岩)에 올라 옥소대 쪽 과녁 향하여 활을 쏘기도 하고 독서를 끝내고 술과 음악을 곁들이며 풍류를 즐기던 곳이 세연정이었다. 쾌청한 날씨에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세연정에 관광객들이 조금씩 보이기도 한다. 아담하고 아름다운 보길도 세연정을 찾아 코로나로 위축되었던 마음을 위로해도 좋을 것 같다.

 

혼자보단 연인과 함께, 떨어지는 붉은노을을 본다면.
                         

위대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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