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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서 미안합니다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2.04.0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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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정신을 조진다. 
나의 봄날의 기도는 함께 놀 꽃대가리 하나 보내주세요.
배꼽을 땅바닥에 끄시며 다닌다.
하루 한줄기 벚꽃처럼 너와 함께라서 늘, 고마워 사랑해 지금 여기 꽃잎 모아모아 너에게로 갈게. 


있잖아, 지원아! 
힘든 하루 끝에 네가 있어 참 다행이야.
먼 훗날 많은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변함없이 좋은 친구로 남을게.
어제 새벽은 날이 밝기도 전인데 창 안으로 까치 소리가 기분 좋게 잠을 깨우더라. 
눈감고 기쁘다 행복하다 감사하다 조용히 되뇌였다. 하루하루 사는 거 때론 자신 없다.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고 부단히도 바삐 살았다. 시시때때로 나는 무엇하고 살았나! 
뒤돌아 보게 된다. 구례산수유축제의 봄날과 화엄사에 만났던 홍매화가 또렸하다. 가로수의 하얀 벚꽃이 나릴 때 어느 모퉁이 돌아 하얗게 피어나는 물안개 속 옥색의 매화를 꿈에서 보았지 그 매화가 가슴 뜨겁게 봄날로 피어났다.
아름다워서 미안합니다. 
너의 죄를 사하노라 대지에 용서를 심었다.


긍휼의 알약을 꿀꺽 삼켰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분노를 했고 화가 났다. 
예민하게 신경질났고 짜증냈다. 
그리고 정신과 몸과 마음이 급 피곤했다. 그런 날에 오만꽃잎 나리는 눈이 왔고 눈이 나리듯 모든 순간이 꽃의 시간이었다.

 

그릴 수 있어서 그린 그림이 아닌 게야. 그릴 수 없기에 처절하게 그린 거야. 오만물방울로 오만꽃잎 그리다보면 그려지겠지. 
아득한 봄날 풍경속으로. 
오래보면 말하지 않아도 읽히고 들킨다. 
오래 보지 않아도 마음을 읽히면 들킨다. 지난 추억을 소환한다. 지원이가 여수 바다가 작게 보이는 언덕 위 집을 샀다. 


나를 첫번째로 보여주고 싶다했다.
여수는 고향처럼 편안함으로 내게도 감동이었다 내 복이 네게로 흐르길, 맑은 나의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빈다.
시간이 멈춘것만 같았다. 
숨이 멎을 듯한 뜨거움이 가슴 깊은 곳에 용솟음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언제라는 시간의 때만 네게 물었다.
어딜가도 너와 함께라면 좋다. 
 너와 약속이 있는 봄날은 있는 옷 중 가장 예쁜 옷을  챙겨 입는다.
때는 지금 이 순간이다. 
미리 준비하면 좋으련만 그날 일진을 보듯 색을 챙겨 입는다. 늘 시간에 허덕이고 핑계같은 행동을 돌이켜보면 너를 만나러 가는 그날은 유난히 집일이 산더미로 쌓인 게 눈에 확 들어온다.  


안 치우냐 밥 안 하냐 다그치는 바람같은 소리가 딱끔히 보이고 들린다  에라에라 닥치는대로  후다닥 치우고 도마 위에서 뚝딱뚝딱 가스렌지 위에 지글지글 끓여댄다. 물 뚝뚝 떨어지는 젖은 머리에 이 옷 저 옷 머리속에 그리듯 맞추는 일은 없는 옷 중 최고 없는 색 중 최선의 깔마춤에 몰입도까지 더한다. 


한껏 발끝의 패션까지 구색 맞춘 현관 앞 자빨질 정도로 휘청이는 발걸음.
휘리릭휘리릭...
연분홍 봄이시여, 어디로 가시렵니까! 
겨울이 혹독할수록 봄은 찬란할 테지, 희망이란 말은 뼛속까지 시리게 피어나는 눈꽃과 같아서 절망을 알기 전에는 희망을 몰르지!


낭떨어지 같은 밤을 보내고 활화산 처럼 가슴 터져오르는 삶으로 지금 여기 이렇게 숨쉬는 것이 기적이지, 우리가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이 바로 기적이야!  
순간순간 앞이  보이지 않아 좌절하고 절망 할지라도 걱정하지 말자. 하늘의 은혜가 너와 너의 사랑에 차고도 넘칠 거야.


모든 일이 놀랍도록 잘 될 거야.
내가 이 생에 찾고 얻었던 것들을 남아 있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건네어 전해 주는 일이 너의 꿈이 되었다고.
그 꿈 반드시 이루도록 손으로 발로 기도 할게 부디,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행복해라! 
지원아 너를 위해 기도한다.  
 
 
ps.

별에서 온 말인데
별의 말은 할 수 있을 때 하는 거래
별의 말을 남길 수 없을 때가 있대
벚꽃 흐드러진 봄날에 별말을 다한다

 

이의숙/필수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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