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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예언의 나팔이 되어 주오, 오 나의 바람이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2.03.3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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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섶에서 

                                      김민정

움츠린 세상일들 이제야 불이 붙는, 
견고한 물소리도 봄볕에 꺾여 진다 
하늘은 시치미 떼고 나 몰라라 앉은 날 

산등성 머리맡을 가지런히 헤집으며 
내밀한 언어 속을 계절이 오고 있다 
느꺼이 꺼내서 닦는, 다 못 그린 풍경화 

고요한 길목으로 아득히 길을 내며 
봉오리 꿈이 한 채, 그 안에 내가 들면 
소슬히 구름 꽃 피우고 깨금발로 가는 봄날


남쪽으로부터 봄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경쾌한 리듬을 타고 빠르게 오고 있다. 매일 코로나와 싸우며 살아가는 날들 속에서도, 꽃샘의 추위 속에서도 하루하루 봄은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뾰족뾰족 잎을 내밀고 있을 나무들이 신기롭고, 꽃망울을 달며 꽃을 피우고 있는 남쪽의 꽃소식과 서울에서 곧 벚꽃이 만개할 것 같아 계절이 그지없이 고맙다. 


아무리 꽃이 피고 새가 우는 봄날이 와서 객관적으로 아름다워도, 보고 듣는 사람의 마음에 고민이 있거나 슬픔이 있을 때에는 그것을 아름다움으로 느낄 수도 없고, 다가오지도 않는다. 


우리의 마음이 세상을 받아들일 때에는 객관보다 주관이 먼저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에서 오는 기쁨보다 사람의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기쁨이나 감정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아직은 어수선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날들은 언제나 기쁨만으로 출렁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는 봄을 온전히 봄으로 느끼며 움트는 생명의 신비를, 피어나는 꽃의 아름다움을 충만한 감정으로 느끼는 사람이 많기를 기원해 본다.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세상은 갈수록 팍팍하고 코로나로 아직도 원활한 생활은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연을 보는 눈은 잠시라도 기쁨을 느꼈으면 하고 바란다. 


‘예언의 나팔이 되어다오. 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란 셀리의 시 속에서 희망을 찾던 사람들. 계절의 봄이 와 희망의 싹이 돋고 꽃이 피어날 때, 인생의 봄날도 찾아와 더욱 활기차고 희망찬 날들이 되면 좋겠다.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녹아 맑은 시내가 졸졸 소리 내어 흐르듯이, 겨울잠에서 깬 나목들이 서둘러 잎과 꽃을 피우듯이 우리들의 삶에도 활력이 솟는 봄이 되어 여기저기서 희망의 소리, 행복의 소리들이 들려오면 정말 좋겠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생도 빨리 끝나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도 많아지고, 경제도 활력이 돌아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꽃처럼 삶의 꽃을 피우고, 그러한 꽃섶에서 맞는 아름다운 봄날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김민정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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