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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장 아름다운 기도 ‘엄마’ 가 돼 주는 사람들

완도의 소외된 약자들과 함께하는 완도군청 여성가족과 드림스타트팀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2.02.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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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마음 속 깊은 그곳까지, 닿을 수 없는 그곳까지 닿을 수 있도록, 세상의 추악함 마저 아름다움으로 아우르는 한없이 넓고도 한량없이 깊은 마음. 
사랑의 끝까지, 미움의 끝까지, 아픔의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 갈 데까지 가보아도, 누구도 다치거나 아프거나 죽지 않는 세상을 향하여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사람.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나온 말이, 엄마라 했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가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부르셨다는 말도 엄마! 인간의 시작과 마지막이 엄마로, "엄마? 돈 줘!"하면 돈이 나오고, "엄마? 밥 줘!"하면 밥이 나오는 그래서 엄마는 나의 모든 것이고 세상 가장 아름답고도 짧은 나의 기도가 된다.

 

 

완도에서 가장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에게 든든한 엄마가 돼 주고 있는 사람들.  
군청 여성가족과 드림스타트팀. 
드림스타트하면 뭔가 부유하고 행복하게 들리는 것 같지만, 실상 이곳 대상자들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취약한 곳에 있는 어린 아이들이다. 대한민국은 공정사회를 지향한지 이미 오래지만, 아직도 어느 누구는 자동차를 타고 출발하고, 어떤 누구는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고, 또 다른 어떤 누구는 운동화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출발해야 하는 불균형의 기회 속에 있다.


250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완도의 어린이들의 경우, 다른 농어촌 지자체 보다도 교통과 의료 문화 복지 생활에 있어 애초부터 불평등한 기회에서 출발했다. 
그걸 알기에 더 공정한 출발의 기회를 주려고 주말까지 잊은 채 헌신하고 있는 드림스타트 팀원들.


황철웅 팀장과 김영숙 주무관, 조민희 아동통합사례관리사(신체건강분야), 우은정 아동통합사례관리사(인지언어분야), 김미 아동통합사례관리사(정서행동분야). 
지난 22일 그들의 일상과 동행했다.


지체장애인 부부가 사는 모처.
지체장애를 가졌지만 그들의 눈망울은 하얀 눈보다 맑고 투명했는데, 이들은 한 순간도 떨어져선 살 수 없을만큼 서로를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연인 같았다.
사례관리사들이 어느 날, 이 가정을 방문했을 때 평소 같으면 전기장판으로 온기라도 나누고 있었을텐데, 며칠 전 고장난 전기장판을 교체하지 못하고 이불만 뒤집어 쓴 채 덜덜 떨고 있더란다.


자신은 한 시간도 있지 못할 만큼 냉방이라서 그 길로 타기관에 달려가 사정을 구해 새롭게 보일러를 교체해 주며 기름까지 듬뿍 채워줬단다.
이날 방문했을 때, 기름값이 아까워 따뜻한 물로 잘 씻지 못한 것 같아 기름값 걱정 말고 여러 차례 씻어달라며 당부 아닌 당부를 하는 모습.  


그렇게 말하면 자존심이 상할 것도 같은데, 사례관리사들의 진심 어린 말씨에 그들은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또 슬하의 아이도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어 학교에서 별도의 교육을 받는다며 근심을 털어놓자, 통합사례관리사들은 담임선생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아이의 상황을 체크해 주며 부모를 안심시켜줬다.

 

 

공무원들은 공적 권한을 가졌기에 여러 곳에서 부탁과 청탁을 받아 늘상 갑의 위치인 줄만 알았는데, 공무원이 하는 일 중에 이렇게 어려운 일도 있었구나!싶었다.
다음 일정은 새롭게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는 어린이에게 책가방을 선물하기 위한 생일도 방문.


이들은 스스로를 드림팀이라고 불렀는데 생일도를 가는 배안에서 황철웅 팀장은 “A면의 엄마와 아이만 있는 모자가정을 방문했을 땐 거실은 영하의 냉방이였고 컨테이너 하우스라 더더욱 추웠다"고. 
아이의 엄마와 30여분 상담(적당한 사생활 얘기까지)을 해야만 했는데, 황 팀장은 몸에 레이노 증후군이 있어 장시간 추위에 노출되선 안되는 상태였다고. 
너무 추웠지만 경청해야 하는 분위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단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또 B면의 기초생계 가정의 방문 때는 집안에서 풍기는 참기 어려운 냄새 때문에 고통스러울 정도였는데, 30여분 간 여태 경험해 보지 못한 고통을 겪었다고.
자신의 직렬과는 다른 사회복지사들은 정말로 힘든 상황이구나! 싶더란다. 
황철웅 팀장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2021년도 추석명절 전에 냉동육이 포함된 선물꾸러미를 전달하는데, 태풍이 불어 섬 지역 교통이 끊기면서 냉동육보관 문제로 이곳 저곳 냉동창고를 전전긍긍할만큼 시쳇말로 한바탕 쇼를 했다고. 
금당면의 경우엔 추석명절이 지나서 전달했단다.

 

 

가장 고마웠던 사람에 대해서는 고금 어느 대상(조부모 가정)집에 2021 설 명절 선물꾸러미를 전달하러 방문했을 때, 80대의 불편한 몸을 움직여 창고에서 유자차 4통을 꺼내오면서 "줄 것이 이것밖에 없다"며 "집에서 만들어 파는 것이니 부담 갖지 말라"고 건네주더란다. 급구 마음만 받겠다며 한참을 실랑이를 하다가 끝내 안 가져가면 눈물을 보일 것 같은 상황이라 받아왔다고.
황 팀장은 "우리는 급여를 받고 공무를 수행하는데 그 분이 우리한테 고마움을 느끼는 건 라포(신뢰와 유대) 형성이란 긍정적 평가도 있겠지만 우리가 방문하면 미안하게 생각하거나 개인적인 고마움을 느끼는 감정이 한편으론 우리팀의 사례관리에 문제점은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김영숙 주무관은 드림스타트 업무 2개월 차 아직은 업무를 알아가는 단계라고 했다.
이어 사례관리 대상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하고 또래 다른 아이들이 하는 걸 다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림스타트 사례관리사들의 마음 같다고.


사례관리사들이 진심으로 하는 것을 느꼈는데, 다른 업무들도 물론 보람된 일이 많겠지만 무엇보다 드림스타트 업무는 취약계층 아동에게 공평한 출발기회를 보장함으로써 행복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아이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생일도를 방문해 아이에게 책가방을 전해주자, 아이는 책가방을 매고서 팔짝팔짝 뛰어보는 게 너무나 신나 보였다. 미역 건조를 하고 있던 아이의 엄마 또한 기뻤는지, 아니면 손님의 방문이라 생각했는 지, 마른 미역을 꺼내 놓았다. 
그 모습에 한사코 받지 않으려 도망가는 사례관리사들. 


"받을 수 없는 규정에 받지 않는데, 또 받지 않으면 몹시 속상해 해요. 성의를 무시한다"고. "결국, 받게 되면 어려운 곳에 주게 되는데..."


김미 통합사례관리사와 조민희 통합사례관리사와그리고 인지언어분야의 우은정 아동통합사례관리사.


이들을 뭐라고 해야할까?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명량하고 유쾌발랄한 미 씨는 봄을 여는 첫문장으로 겨울 얼음을 녹이는 봄빛 같았고, 섬세한 감성이 유려하게 나타나는 민희 씨는 봄빛이 여는 첫문장으로 봄하늘을 향기롭게 하는 봄꽃 같았으며, 내면의 온화한 아름다움이 전해지는 은정 씨는 봄꽃이 여는 첫문장으로 봄밤을 수놓는 봄별 같았다고 해야할까. 


서로가 다른듯 하면서도 서로가 같고, 서로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조화롭기가 싱그러운 봄의 교황곡이 들려오는 듯한데...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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