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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부드럽게 피어나 봄을 기다리는 당신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02.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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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가장 낮게 아주 작게 봄눈을 틔운다. 마음의 씨앗부터 작은 새싹까지 봄의 여정이 시작된다. 2월의 저녁 아침은 영하의 기온이다. 그리운 마음을 불쑥 내놓기가 그리 쉽지 않다. 


추운 겨울에서 따뜻한 봄기운이 펼쳐지면 내 마음의 옷을 활짝 벗고 봄꽃 앞에 살며시 웃는다. 


2년 동안 코로나 전염병으로 세계 동시대인들이 고통을 겪는다. 시대의 아픔이 전쟁으로 알았던 인류는 그 작은 것에서도 크나큰 시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발달한 문명의 아픔인지도 모른다. 물질문화는 지구촌 끝까지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물질이 인간의 모든 일을 해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인간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가깝게는 나부터 시작해서 가정 그리고 사회국가까지 물질 만능시대다. 아무리 중병이 걸려도 돈이 있으면 살린다. 거대한 대류의 물줄기가 한 방향으로 흐른다고 하더라도 지류에선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산비탈 골짜기에선 앞으로 세상에 내보낼 가장 깨끗한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가장 낮게 핀 들꽃들이 이 물을 갈망하고 있다. 

 

봄에 가장 낮게 핀 들꽃은 노란색들이 많다. 양지꽃, 애기똥풀, 꽃다지, 민들레 등이 있다. 피나물도 노란색으로 봄꽃 중에 귀여운 꽃이다. 피나물은 양귀비과로 여러해살이풀로서 상처가 났을 때 붉은 피가 나온다. 애기똥풀도 노란 유액이 나온다. 식물이 이렇게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다. 이러한 식물체에 알칼로이드 화합물을 많이 분비하며 알칼로이드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화합물은 항염증, 진정제, 항균, 항종양 등의 약효가 있다고 한다. 노란 민들레, 노랑제비꽃, 노란 씀바귀, 노란 뽀리뱅이는 봄의 풍경을 아름답게 만든다. 


가장 작은 씨앗들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세계를 자기의 주관을 심어놓은 우리 야생화는 자기만의 혈관을 갖는다. 특히 지류에서 마음의 섬세함을 지닌 모세 혈관이다. 각종 질병의 원인은 지류까지 피가 안 가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음의 모세혈관일 수도 있다. 내 손이 따뜻하게 만드는 것도 미세한 모세혈관이다. 


큰 대류에서 흐르다 보니 정작 나를 잃을 수 있다. 산으로 가든 들로 가든 아주 작은 곳에서 생명줄이 돋아나니 세상은 아름다워진다. 


크나큰 문명의 대류에서 나 자신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가장 부드럽게 핀 노란 봄꽃을 기다린다. 피나물이 세상 속에서 당당하게 자기 자신이 그리운 사람이 되기 위해선 내 이마에 물 한 방울이 스쳐도 선한 피 몇 방울을 만드는 심장이 있다고. 좁다란 골목길에 노란 민들레가 피어 있다. 인류 문명은 계속 흘러간다. 이런 상보적 관계 속에서도 어느 한편에 설 수 없는 운명일 수 있으나 나만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내 안에 들꽃 하나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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