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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물든 손, 첼로소리를 듣는 것 같아요

코로나 최대 위기 완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 보건의료원 박현옥 팀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2.01.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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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 LINE(데드라인). 사선(死線)
사선에 선다는 건, 그 길에서 삶이냐 죽음이냐 2가지만 있다는 말이기도.
사선에 놓인 두 가지의 길 중, 더 황량한 길을 가야 하고 더 비참한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더 고립적이고 더 야성적이며 더한 고통 속으로 주저없이 뛰어 들어가야 해서.


그러지 않음, 마지막 종착역은 오지 않음으로...


길의 끝에 이르면 알게 되는 건, 그 말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 문장이 너무 전율이라서 그 눈빛이 아니면 정말이지 죽을 만큼 먹먹해지는 거라서.
사선에 선 눈빛이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만물이 똑같다. 찬서리에 고혹스럽게 피워나는 매화의 눈빛이나, 먹이를 찾기 위해 예의주시하는 매서운 부엉이의 눈깔이나, 또 죽기 살기 내달리는 숨가뿐 가젤의 눈망울이나 이들은 모두 사선에 서 있다는 말로 그를 마주하면 눈부시게 타올라, 그의 심장으로 숨 가쁘게 빨려드는 순간만 있을 뿐이다. 


사선에 선 이들은 하나같은 하늘을 삼키려는 절정의 눈빛인데, 그건 그가 견딜 수 없는 것을 필사적으로 견뎌내려 미치도록 말을 잊은 까닭이다.
평생을 바꾸지 못한 것들도 전쟁 안에선 5분이면 바뀐다고 하지 않던가. 
끝날 듯 끝날 듯, 하지만 끝나지 않는 코로나 19와의 사투. 평소 도탑게 정을 나누던 언니라고 했다. 혜라 씨는.


그러며 말하길 "보건의료원을 찾았는데, 언니를 보고 무척 기뻐 아는 체를 하려고 했는데 모 면사무소 코로나 확진자 때문에 너무 바쁜 거예요" "나의 기쁨을 위해 언니가 하는 일을 방해하고싶지 않았죠" 


“현옥 언니는 얼굴도 아름답지만 전체적으로 우아하죠” “단순히 미모만 가진 게 아닌 품격과 품성을 함께 가졌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언니와 말을 나누고 있으면, 우아한 첼로 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페르소나, 숭고한 면도 보이면서 장엄하고 고상한 품격을 갖었으면서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열정까지, 그런데 생각에 잠기게 하는 명상적인 분위기도 언니의 매력이지요"
“아마, 그 소리를 들으면 3월이나 필 모란이 지금 당장에라도 필 거예요"


"언론에서 격려해줬으면 좋겠는데, 너무 바빠 인터뷰가 가능할 지 모르겠어요"
보건의료원 황승미 과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코로나 응원겸 이번 설명절 함께하는 이들의 멈춤 운동 사진을 요청했다. 다음의 글은 서면 인터뷰로 대체했다. 
사진을 건네 받으니, 혜라 씨의 말처럼 명성이 헛되이 전하지 않은 듯. 


완도군보건의료원 박현옥 감염병대응팀장.


1997년 입사해  25년차 간호직. 올 초, 감염병대응팀장 보직을 받았는데, 박 팀장은 "전세계가 코로나19로 2년 넘게 힘든 요즘 코로나대응팀장이라는 보직을 받고 막중한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맡고 있는 업무는 코로나19 업무대응, 법정감염병(수두, C형간염, 쯔쯔가무시증, 신증후군출혈열 등) 예방과 관리 등이라고.


어려웠던 순간은 "지금인 것 같다"고 말하는 박 팀장.
"최근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2~3배 이상 빠른 오미크론의 우세화로 전문가들은 국내 신규확진자 수가 이번 주 내로 1만명을 넘어선 뒤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내달 말 정점을 찍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어 보건의료원의 경우, 원장님 이하 전 직원이 긴장감 속에서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 "업무를 시작한지 채 한 달도 안 된 지금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가 전국에 확산되면서 우리군 1월에만 42명이 발생했는데(1.25 기준) 2020년엔 3명, 2021년 154명, 2022년 1월에만 42명이다"고.
특히, 올해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 까지 겹쳐 매일 매일 쏱아지는 확진자와 사투를 벌이며 지역사회 전파 차단을 위해 동분서주 중이란다.
감염 전파 차단을 위해 확진자의 이동동선을 재난문자를 통해 신속하게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있으나 소상공인들과의 마찰로 신속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고맙고 감사한 이들에 대해선 역시나 함께하고 있는 직원들이라고. 
박현옥 팀장은 "확진자 발생시 단합된 팀웍으로 일사불란하게 코로나를 대응하고 있는 감염병대응팀 팀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역학조사와 4급 감염병 업무를 추진하며 서무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정순영 주무관 ▲역학조사와 1,2,3급 감염병 업무를 담당하는 김형준 주무관 ▲역학조사업무를 추진하는 김소연 주무관 ▲선별진료소와 호흡기클리닉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김수진 주무관 ▲코로나19 접촉자 관리 업무를 추진하는 최정현 주무관 ▲역학조사와 수동감시자를 모니터링하고 문초혜 주무관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 업무지원을 하고 있는 최순희 주무관 박경미 주무관 김승대 주무관"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완도군민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박 팀장은 "민족 대명절인 설을 맞아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이 크다. 벌써 몇 번의 명절을 멈춤하자고 호소하고 있는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 조금만 더 참고 멈춤을 실천한다면 이 길고 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20년 8월 첫번째 확진자 발생이후 지금까지 역학조사, 접촉자 관리, 선별진료소 운영, 입국자 후송 등 코로나19의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보건의료원 직원들에게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고.


초인(超人). 그들은 애초부터 초인이 아니었다. 자신의 운명을 밀어내지 않고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며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사랑했기에 초인이 될 수 있었다.


자신이 걸어가기로 한 삶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그것이 사랑이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이 주는가보다 그 안에 얼마만큼의 사랑과 정성이 깃들어 있는지를 아는 사람. 사랑으로 물들어 있는 손으로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며 존재의 의미를 실감하고, 순수한 기쁨을 누리는 사람. 
어디선가 첼로 소리가 들려왔다.


김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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