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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원 더 높은 휴머니즘으로 가는 찬란한 투쟁

시의 언덕에 시의 집을 짓고 별과 꽃을 밥과 찬 삼아 노래하는 김재광 농부시인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2.01.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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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힘을 다하여 태양의 정열을 보듬었을 것이고 온마음으로써 달빛의 온유함을 껴안았으리라.
온정신을 뻗어 내려가 메마른 대지를 갈았을 것이며 온몸이 찢기도록 푸른 싹을 내밀었으니.


정갈한 바람의 정령을 불러와 푸른 잎을 만들었을 것이고, 간절히 두 손 모아 은하수 별빛 하나로 태아를 만들었을 것이며 기어이 푸른 하늘을 열열하게 껴안고서 마침내 네가 태어났다. 


무릇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란 것이 이러한 이치인데, 가장 고귀한 생명인 시(詩)를 탄생시키며 삶과 문학 모두 시적 순간을 살고 있는 고금면의 김재광 농부시인.


완도군청에 잠시 들렸다가 가는데, 언제 곁으로 왔는지 모르게 김행준 팀장이 다가와 봉투 하나를 내민다. 
김 팀장의 말은 "아버지께서 이번에 전원에세이인 '서남해안의 꿈'과 3집 시집인 '청해농원 언덕에 피는 꽃'을 내셨는데, 전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어 그래, 배독(拜讀)하겠다고 전해주오' 
현관을 나오면서 드는 생각은 3집을 냈다면 중견시인의 길에 접어 들었는데 김 시인이 참 대단한 일을 했구나 싶었다.
영향력을 미치는 것 중, 하수는 계속 때린다. 하지만 이것은 힘이 들고 반란의 여지가 있다. 


중수는 상대에게 기쁨을 주는 방식을 가진 사람이고 더 고수는 탁월함을 가진 사람, 그 탁월함은 기쁨을 주는 방식의 우위에 선다는 것이고 그 우위는 고귀함을 말한다. 존재적 독특성과 특이성 즉 자기 스타일을 가진 사람, 그에겐 자기만의 삶의 방식이 있고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실존을 추구한다. 


하늘의 시인인 별과 달, 땅의 시인의 꽃과 나비를 빌려와 자신의 가장 빼어난 기를 발현해 이를 문장으로 드러내는 사람.
맑은 바람으로 맑은 시대를 여는 사람이 곧 시인이 되니, 세상의 모든 법(法)과 도(道)는 시(詩)에서 나왔으며, 예수님과 부처님이 최고의 시인으로 칭송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재광 시인은 "농부인 제가 주제 넘게도 3권의 책을 출판한 지, 26년이 지나 다시 에세이와 푸념 같은 시집을 만들어봤다"면서 "고금도 농원 안에 역일당을 짓고 시의 언덕을 만들어 문인 묵객과 친족 친구 지인들과 함께 출판기념회를 가질까 했는데, 코로나 19 때문에 생략하게 됐다"고 다소 아쉬움을 전했다.


사랑이라는 말이 있기 전, 살아 있는 모든 것을 향해 넓고 깊게 열려 있는 안음과 품음으로 탄생시킨 주옥같은 김 시인의 시어들.
김 시인은 "작은 섬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평생을 살고 있지만 꿈이 있었다. 그 꿈을 가꾸기 위해 늘 깨어 있어야만 했는데, 그러다보니 삶은 고단했다"고.


이어 "후회는 없는 삶이지만, 좀 더 잘했었으면 하는 회한이 없지 않다"면서 "배운 것 없고 가진 것도 많지 않는데, 환경과 여건은 늘 주저 앉히려고만 한다. 하지만, 마음 안에는 늘 새로움에 도전하는 힘이 샘 솟으며 내면에 굳게 자리잡은 신념이 되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도 해놓은 것 없이 미완의 상태지만 황무지 땅에 꿈을 심고자하는 노력만큼은 변하지 않는 신념이란다. 시인이자 수필가이면서 청해농원을 가꾸고 있는 김재광 농부시인은 한국 유기농협회 중앙회 이사, 농협중앙회 전남새농민수상자회 이사, 한국 유기농협회 전남지부 부회장을 역임했고, 완도 군민의상 수상과 완도 신지식인 등 15회 표창을 받았으며, 저서로는 94년 유자재배 신기술, 2016년 문학춘추로 등단했다. 95년 수필집인 청해진 맑은 물에 사랑과 꿈을 실어와 시집 '들국화 피는 언덕' '그대가 바라는 행복은'이 있다. 

 

매화나무 가지마다 물이 오르고 
훈풍이 매화나무 감싸 안으니 
지난 겨우내 못다 한 밀어들
맺히어 피어나는 꽃눈이 된다.

응봉산에 봄이 찾아오니
그대와 매화주 한 잔에
백 년의 세월이 가고

해마다 못다 한 그대와 약속
올해는 이루어질까?
지난 세월 속 
허연 백발이 되는구나

​매 화/김재광

 

그림과 글자, 노래는 모두 그리움이란 한 몸에서 분화했다. 한 폭의 그림들이 한 수의 글자들이 한 줌의 음율들이 강물에 달이 찍히듯 별빛에 닿으면서 심상에 찍히는 시인의 활자들. 자국으로 남겨지고 기억으로 새겨지고 마음 속 깊이 각인 돼 천년만년 그리움으로 살아남아 생생한 심상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삶이 한 문장으로 끝난다면 시인의 어떤 문장을 쓸 것인가! 그 문장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 문장이 너무 전율이어서 그 문장이 정말이지 죽을 만큼 먹먹해서, 시인의 그리움이란 백발이 되고 죽는 그날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걸 매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극한이 아닌 것이 없는 시의 세계,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사랑과 연민을 뜰에 핀 매화의 형식으로 마주하기도 하고. 매화를 통해 그대를 향한 그리움의 심연을 깊이 들여다보기도 한다. 시인은 모든 존재에 대해 범애의 연민을 보이며 해마다 피어나는 매화의 실존적 그리움의 손길을 독자들에게 보낸다.


김재광 시인의 3집 시평을 맡았던 정관웅 시인은 "우리가 미래로 내일로 가는 길은 알 수가 없다. 험난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길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험난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하지만 그 길은 가야만 한다. 마음의 시간은 흐르면 흐를수록 커져만 가는 거대한 산이 된다.  질기고 견고한 내 영혼에서 과정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시가은 멈춰 주기를 거부한다. 그것이 삶이다" "김재광 시인은 그러한 삶에서 자연과 인간의 알뜰한 소통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데, 자연을 노래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의 시 속에는 맑게 드러나는 천진난만함의 동심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완도 바다는 마음 넓은 울 아빠 닮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노래로 찰랑댄다 

완도 바다는 울 엄마 닮아 
시집살이 하소연에 
두 어깨 들썩일 때 
따스한 손이 되어 
등 두리는 파도 소리된다

완도 바다는 울 오빠 검게 그을려 
검은 고기 만들어 잡고 
친정 올 때마다 
상자마다 정을 담아준
반평생 울 오빠
반백이 하얀 파도
내 가슴 미어지네 


완도 바다 이야기/김재광

 

김 시인은 "사나이로서 한 번 세운 뜻을 관철하고자 인생의 가운데 토막인 청춘을 바쳐가며 노력했던 지난 날이 너무나 소중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잃어버린 청춘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기에 엄습해 오는 허무감을 어쩌지 못해 그때 그때마다 떠오른 생각을 글로 남겼다가 에세이와 시로 묶어봤다" 
"하지만 농사 일과 함께 문학을 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줄은 미처 몰랐는데, 어려울 때마다 격려와 충고를 보내 준 이들에게 무한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랑과 문학, 삶이란 의식화 되려는 그 태도에 있다는 것. 의식화 되려는 그 태도란 너(그것)와 나의 합일 속에서 그 일체 됨을 무한히 확장해 창조해 가려는 행위라는 것.
이러한 자발적 상태가 되면 그때부터 내 안에선 내적 충만감이 가득 차게 되는데 지혜와 정신, 그리고 마음의 합일이 이뤄지면서 남다른 시인과 예술가의 특성이 독자적인 자기 세계관을 갖추며 세상을 멈춰 세우는 한 줄의 시가 탄생되며 심오한 자기만의 피안이 체득된다.


이런 의식화 되는 과정이 이뤄지면 내 안의 우울과 슬픔, 분노하는 상태는 혁명적으로 빠르게 평상의 나로 회복되는데, 내 감정 상태에 따라 타인을 반응하는 게 아닌 한 사람으로서 누군가를 가장 따뜻하게 받아들여주는 그런 사람이 돼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자상함이 있고 따뜻한 인간성을 가진 전인적인 사람으로 거듭난다 것.


김재광 시인의 시와 사랑 그 삶이란 한 차원 높은 휴머니즘으로 도약하기 위해 그 일을 방해하는 것들에 대한 치열하면서도 절박한 그러면서도 찬란한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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