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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목련은 사랑의 물을 올리고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12.2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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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나는 간다. 당신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당신 홀로 간다. 겨울 하늘 아래 떨어지는 동백꽃. 그 더운 여름을 꽃망울에 뭉쳐다가 이제야 그 열정을 편다. 하루를 꽃 피우기 위해 천년을 기다렸을 것이고 천년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 하루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을까.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한다 것이 당연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당신도 처음 겪는 일이겠지. 저마다 길이 없는 곳에서도 햇살은 속삭일 것이고 날마다 서천길이 달라져 낯선 길 위에서도 붉은 노을이 당신과 나를 맞이한다. 천년의 소망 속에 태어난 나도 아무도 가지 않는 길 위에서 방황한다. 


그러나 당신과 나를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길에서 그 운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한 순간의 찬란함이여. 그것은 긴 기다림의 겨울이 있다. 운명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굽이 돌아가다가 만나는 지점이 웃는 날이다. 


허공으로 한 발짝씩 아스라이 얼굴을 내보인 꽃망울들은 긴 기다림으로 몽쳤다. 목련꽃은 가을부터 꽃망울을 달아놓는다. 혹독한 겨울 날씨 속에도 꽃망울은 영롱하다. 


4월의 꽃잎이 한순간일지라도 긴 기다림의 기쁨이 있기 때문이겠지. 목련(木蓮)은 "나무에 핀 연꽃"이란 뜻이다. 흰색으로 탐스럽게 피는 꽃이 옥처럼 깨끗하고 소중한 나무라고 옥수(玉樹), 옥 같은 꽃에 난초 같은 향기가 있다고 옥란(玉蘭), 꽃봉오리가 모두 북쪽을 향했다고 해서 북향화, 꽃봉오리가 붓끝을 닮았다고 목필이라고도 한다. 또 백목련은 이른 봄에 피기 때문에 영춘화(迎春花)라고 불리며 봄 끝에 피는 자목련은 망춘화(忘春花)라고도 부른다. 


목련은 겨울이 오면 잎눈과 꽃눈이 정말 잘 다음어진 붓끝처럼 돋아나는데 특이하게도 잎눈에는 털이 없는데 꽃눈에는 황금색 털이 덮여 있다. 붓 끄트머리는 북쪽으로 살짝 굽어 있다. 동백꽃 옆에 목련 꽃망울이 겨울 하늘 아래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리운 사람이 있을수록 목련 꽃망울과 동백꽃을 유심히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그 사랑은 쉽게 오지 않는다.

그래서 긴 기다림의 연속인 목련 꽃망울을 보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봄에 피는 꽃들은 겨울에 꽃망울로 미리 준비한다. 세사 풍파를 견뎌내야 봄에 아름다운 꽃이 된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에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생의 여정을 한 발짝씩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기만 하다. 


그러나 겨울나무는 꽃망울을 맺으며 봄을 기다린다.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기다림에는 사랑에 대한 열정이 있다.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목련은 사랑의 물을 올리고 있다. 사랑의 에너지야말로 오래 참고 오랜 기다림을 만든다. 겨울 하늘 아래 굵어지는 모습을 슬쩍 쳐다보면 하루 내내 마음 속에 꽃망울 하나가 와서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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