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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의정사로 둔갑한 의회 화보집, 얼마나 비웃겠는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12.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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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의회가 보도자료를 통해 지방의회 개원 30주년을 맞아 사진으로 보는 완도군의회 의정 30년사를 편찬했다고 밝혔다. 의회는 "1991년 완도군의회 개원부터 2021년 8대 의회까지 회의 및 현장의정 활동이 담긴 흑백과 컬러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많은 자료중에는 이색적인 사진도 수록되어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며 자평했다. 


민주주의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자치에 있어서도 핵심이 되는 대의민주주의 30년 역사를 기껏 화보집으로 만들며 의정사라고 말하는  웃지 못할 촌극.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일상과 관련되는 사무를 국가에 의하지 않고 자기들의 의사와 책임 하에 스스로 또는 대표자를 선출하여 처리하는 주민자치다. 
지방자치는 이승만 초대 정부에서 시작해 419 혁명으로 어수선했던 시기를 박정희 군부가 차지하며 사라지게 됐다.


이후 박정희 정권의 18년 독재를 겪으면서 김재규의 1026 이후, 다시 전두환의 군부가 차지하며 30여 년간 지방자치의 공백기를 지나 1987년 민주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죽음의 단식투쟁으로 쟁취했던 민주주의의 기초가  지금의 지방자치였다. 


의회의 30년 의정사는 편찬 발의, 편찬위원회 구성, 집필진 구성, 5차에 걸친 공개 수렴과 이의 제기, 마지막으로 별도의 감수위원회를 설치해 발간기념회를 통해 공표하는 것이 기본적인 수순이다.

 

그러나 발간 과정에선 그 어느 것 하나 공개하지 않고 일사천리 진행해 편찬됐다는 보도자료만 나온 상황. 의정사는 의회의 기본 현황과 의정사, 각 의회마다 가장 핵심이 됐던 의제와 주요 이슈, 의회와 관련해 보도된 신문 기사, 회기를 거듭할 때마다 논란과 논쟁이 일었던 의정 에 대한 당시 의원들의 생생한 증언, 여기에 누구의 입장에서 이를 기술할 것인가?하는 편집 철학까지 세우며 의회 30년사를 회고하는 대단원의 역사이다.  그런데도 화보로만 대체했다는 것. 


이는 경제 위에 정치 있고, 정치 위에 문화 있으며 그 문화 위에 자리하는역사를 경제 보다도 한참 아래에 둔 1대~8대 의회를 통틀어 최악의 과오이면서 후안무치하다. 역사는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를 만나 그들이 이어 온 진정한 가치와 본질을 나에게로 연결시켜 와서 미래 세대에게 이어주는 것.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본령 또한 그것이 아니겠느가!  지금이 편하자고, 내가 좀 더 편하자고, 쉽게 쉽게 가는 것. 그것은 정치가 아닌 지배의 구조다. 권력이 마음대로 하는 거다. 


더 문제는 의회가 보도자료에서도 밝힌 "사진으로 보는 완도군의회 의정 30년사 책자는 군의회는 물론 국회도서관 및 완도군립도서관에 비치하여 소중한 사료집(史料集)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고 했다. 타 지역 30년 의회사와 함께 놓여 비교됐을 때, 완도가 얼마나 비웃음을 살 일이겠는가!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려주는 역사.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본다는 만고의 진리는 30년 의정사에 비춰보면 명백한 거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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