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저물어가는 한 해의 여정을 빨간 열매로 장식하는

신복남 기자의 ‘어젯밤 어느 별이 내려왔을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12.10 11:05
  • 수정 2021.12.10 13:2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의 열매에는 가시가 있다. 12월에 빨간 열매를 간직하기 위해 그 독한 가시가 돋았나 보다. 파라칸타, 배풍등, 명감나무, 찔레꽃나무, 산수유 등은 사랑의 열매를 상징한다. 나무에도 뜨거운 피가 흐른다. 


우리 눈에 보이질 않지만 그 뜨거운 사랑의 기운이 하루하루를 지탱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나는 호랑나무가시를 보아왔다. 그땐 빨간 열매가 달렸는지도 몰랐다. 단지 일 년 내내 사철나무로서 잎에 가시가 달렸다는 기억뿐이다. 


산야에서 가끔 보이는 호랑나무가시는 강인한 나무다. 서양에서는 예수의 가시관에 생명이 다시 태어나는 나무로 여긴다고. 잎은 오각, 육각으로 가시를 돋쳤다. 마치 호랑이가 걸어가는 모습을 아로새겼다.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고 해서 제각이나 산소에 심어놓았다고도 전한다. 호랑가시나무는 생명나무로서 다산을 상징하기도. 


그 집안이 대대로 잘 되기 위해서 자식을 많이 번창해야 한다. 나라가 번영하기 위해서도 인구가 늘어나야 한다. 
옛사람들은 다산의 중요함을 알았다.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은 농경사회에서 인구가 늘어야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역설적이지 않은가. 영양분이 풍부하면 잎만 무성했지 열매를 맺지 않는다. 먹고 살기가 어려우면서 고난과 역경이 있어야 자식을 낳는다. 생태학적으로 본능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시대에 바이러스로 고통 받는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이어지는 경제의 풍요 속에서 빚어지는 결과인 것 같다. 너무 편하게 살려는 현대인들의 문명병이다. 고난과 역경 없는 삶의 내면은 허무뿐이다. 


씨를 뿌리고 싹이 돋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고통과 눈물 없이 어떻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처음에는 미약하지만 나중에 창대하게 된다'는 잠언은 모두가 다 아는 얘기, 머리로만 계산하지 말고 뜨거운 가슴으로 만나 번영을 꿈꿔야 한다. 


생명나무 호랑나무가시가 영롱하다. 사랑은 단순하면서 멀리 봐야 한다고 알려주는 듯 그렇게.  삶이란 것도 그리 복잡할 게 없다. 서로를 아낌없이 보듬고 작은 것 하나라도 먼저 챙겨주면 되는 것이다. 


위대한 사랑은 늘 가까운 곳에 있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얘기일지라도 "그 말이 맞아!"라고 외치는것 같아서 귀에 박힌다. 호랑가시나무는 신록의 5월 노란 꽃으로 피어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는 빨간 열매를 달아놓았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찾으러 가는 중에  빨간 불을 켜놓은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는 감사의 마음이 먼저 생긴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여정을 벌써 붉은 열매로 장식해 놓았다. 그것은 주위 사람들과 더 많이 베풀고 정을 나누며 살라는 뜻으로 여겨진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