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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연 새벽 아침으로 나의 오늘이 열렸음을

완도군청 홈페이지 칭찬주인공 천미정 주무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12.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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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올 때는 한 걸음 한 걸음 느릿느릿 걸어 오지만, 갈 때는 말을 타고 바람처럼 달아나 버린다. 신뢰를 잃는 일은 연관된 당사자 모두가 괴로운 일, 군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직, 그 길이 지방자치가 비로소 열리는 길. 


군수가 군정을 살피다보면 주민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그것일 것이다. '공무원의 불친절'
공무원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한다고 하는데도 원칙이 그러해서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고, 하루에도 수많은 민원인을 상대하기에 어떤 누구만을 특정해서 잘해줄 수도 없는 일이라서.
특히나 민원을 대하는 부서의 공무원들은 자기 감정을 숨기고 억누른 채 원칙과 공식적인 입장에 따라 말투와 표정까지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감정노동자라서.
지난달 12일 완도군청 홈페이지 칭찬게시판에 올라 온 글 하나.


여성 민원인으로 보이는 A 씨는 "차량을 구입하고, 어제 온라인으로 자동차 등록을 한 후 등록증을 발급받는 절차를 문의하기 위해 담당 직원분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제가 당일 방문이 어려워 다음날 방문해도 되는지 여쭤봤을 때 원칙적으로는 등록 당일 방문해서 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하지만, 혹시나 다음날 방문해도 되는지 다른 관련 분야 직원분들께 일일히 다 알아봐주신 후 다음날 방문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고서 다음날인 오늘, 군청 민원실에 방문했습니다"


"저의 경우처럼 차량 등록일과 등록증 발급일이 다른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직원분께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시는 상황이었음에도 여러 곳에 전화해서 직접 물어봐 주시고, 또 위층 경제교통과에 직접 올라가셔서 정확히 알아봐 주시는 수고로움까지, 그 과정을 친절하고 신속하게 처리해 주신 것에 대해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저도 스스로 차량등록 하는 것이 처음이라 굉장히 많이 헤맸는데 어제 문의 드렸을 때도 친절히 답변해 주시고, 오늘 방문 전에 한번 더 연락 주셔서 체크해 주시는 세심함에 놀랐습니다"


"덕분에 등록증 발급부터 번호판 장착까지 순조롭게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 등록 담당해 주신 '천미정' 주무관님 너무 감사합니다"
별 내용이 아닐 것 같은데도 글을 올린 사람이나, 글의 주인공 모두 업무를 주고 받았던 게 아닌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았던 것처럼, 새벽 아침 먼동이 터오 듯 마음으로 스며오는 찬란한 빛의 공명(共鳴).


새벽 첫차에 시동을 걸고서 첫손님을 맞이하려는 버스 기사님의 마음이 이러하고, 혹은 밤새 추위에 떨다가 먼동이 터오자 이젠 따뜻해질 것이라고 희망을 품는 들꽃이 그러할 듯. 눈에 보이지 않는 들꽃, 하지만 그 안에 온우주를 담고 있는 아름다움이란. 


신뢰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이면서 모범 답안이 되는 순간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 아름다운 정경을 어떻게 보도하느냐였다.
사실 지금 내 눈이 보고 있는 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기에 모두가 나의 마지막이라는 것. 마지막 순간인데도 그 부정확한 시간과 불충분한 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의 순간이란, 그 확신이 나의 전부이기에.


저 진심이라면 자신이 드러나는 것조차부끄러워 한사코 손사래를 칠 것이고, 더구나 민원인을 상대하는 업무라 방해를 줄까봐 선뜻 나타나서도 안되는 상황.
군자의 풍모가 느껴지는 온유한 남자, 민원봉사과 주택건축팀장으로 있는 황성식 팀장에게 도움을 청해봤다.

 

몇 가지 질문을 대신해 청하게 했는데, 단 칼에 거절하더라고.
1년에 한 번 갈까말까하는 부서를 일주일동안 3번에 걸쳐 황 팀장을 찾아갔다. 
그때마다 황 팀장에게 말하길 "민원인들이 가장 불친절하다고 꼽는 부서가 민원봉사과일 것이다. 군수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도 그것일 것이다. 이번 기회에 천미정 주무관을 자랑하게되면 서로가 윈윈하는 게 아니겠느냐?" 


그 말에 열번 수긍하면서도 기자보다 절박함이 없어서인지 설득을 못하고 되돌아 오는 답변마다 사양하겠다고 했단다. 
할 수 없이 홈페이지에 올라 온 글과 사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천 주무관을 어떻게 보는 지만을 인터뷰하겠다고 조율. 


사진을 찍어줬던 조애경 주무관은 “천미정 님은 복잡한 자동차등록 업무를 민원인들에게 친절히 안내해 주고 신속하게 처리해 주는 등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행정 서비스를 실천하고 있는 공무원입니다. 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박창희 민원봉사과장은 “미정 씨는 민원인에게 항상 밝은 모습으로 내 가족처럼 민원을 처리해 주고 있으며, 주변 동료들과도 친화적으로 타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담당 과장인 김성수 경제교통과장에게 물었더니, "창구민원은 주민만족도에서 가장 민감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천미정 주무관은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칭찬이 자자했는데 이번에 더욱 빛을 바란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업무를 처리했으면 합니다"  


끝내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보도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지만, 살면서 어떤 순간이 나에게 찾아올 것인가? 보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천미정의 주무관의 순간은 전체보다 그 힘이 세보였고, 별처럼 빛나 보였다. 


나태주 시인이 들꽃을 두고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시와 같은 사람. 전체의 아름다움을 위해 순간의 힘을 깨닫고, 자신의 삶 또한 매 순간을 결정적 순간으로 맞이하는 천미정 주무관이었다.


김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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