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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영혼을 훔쳐 뭇사람들의 영혼을 진동시키는 사람

치유와 희망을 노래하는 제1회 완도사생회, 고순아 작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11.1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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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한 사랑의 살빛같은 태토(胎土)를 발로 주무르고 물레에 앉혀 돌려가며 토닥토닥 손끝으로 달래고 어루만지기를, 그렇게 유려한 자기 하나를 빚어내 1천도가 넘는 그리움의 화염 속에 넣어 열열하게 구워 낸후 가마에서 꺼내 마침내 달빛 가득한 밤의 숨결과 만나는 순간.


쫘~짜쫙~ 탕 타탕 탕!탕!


백자기의 온몸은 급속하게 수축하면서 무수한 실금이 수천수만 그리움의 유빙렬(釉氷裂)로 갈라지면서 밤하늘을 수놓는 그리움이란. 그 그리움은 나만의 것도 너만의 것도 아닌 그리움의 것으로 너와 나, 모두에게 잊혀질지라도 또 다른 그리움으로 그리움의 다리를 놓는다.

 

칸딘스키, 자신의 회화에 음악성을 부여하여 색채는 건반이고, 눈은 망치이며, 영혼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줄을 가진 피아노라면서 미술의 가치인 색이란 영혼에 떨림을 줌으로써 다른 영혼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힘이다고 했다. 


무릇 예술가란 그 색채와 질료를 건반 삼아 이것저것 두드려 목적한 바에 부합시키는 이들로 사물의 영혼을 훔쳐 내 뭇사람들의 영혼을 진동시키는 사람들이다.


달과 별을 품은 질료에 숨이 멎을 것처럼내 안의 고요를 빈틈없이 꽉 찬 충만함으로 응결시켜 마침내 손끝에서 사랑이 걸어 나오는 영혼의 떨림으로 그 떨림을 느끼는 순간, 작가와 보는 이들 모두 환희의 감정에 휩싸이는 대자유의 공명, 치유인 힐링이다.


완도군 생활문화센터에서 치유와 희망이란 주제로 열리고 있는 제1회 완도사생회. 전시장을 찾아 한바퀴 돌고나자 눈에 들어오는 작품 하나, 소년과 소녀가 달님을 그네 삼아 차를 마시며 평온한 미소로써 관객을 맞이하고 있는 앙증 맞은 조형물. 
작품은 작가를 만나는 일, 작가의 이름을 봤더니, 고순아.


완도읍 동망산 뒤쪽 산자락에 자리 잡은 잘 꾸며진 전원주택과 함께 있는 흙이랑 도예공방의 고순아 대표의 작품이다.

 

고 작가에게 도예를 시작한 이유를 물었더니, 천성적으로 야생화를 좋아해 야생화화분에 관심이 있었는데, 우연히 손으로 투박하게 만들어진 화분을 본 순간 이런 화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마침 신흥사에서 도자기를 가르쳐 준다고 하길래 그때부터 도자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그러다 2006년 도토리 공방의 강사이자 집을 빚는 도예가로 잘 알려진 김문호 선생의 문하생으로 입문했고 고 작가의 재능을 알아 본 김 선생이 전문적으로 도예를 배워 볼 것을 권유했다고.


서른일곱의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고 도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으며 재능을 키워 왔고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 강진 전국 청자공모전에서 입선과 특선을 수상하기도 했단다.


처음엔 막연히 만들고만 싶어서 시작을 하였는데 하다 보니 유약 작업과 굽는 작업등 힘든 과정을 거치며 흙과 유약, 굽는 과정 하나라도 소홀이 할 수 없고 끝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걸 많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알게 되는 과정이 결국은 도예인 것 같다고.

 

기뻤던 순간은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방과후 수업을 시작하였는데 아이들이 "선생님처럼 도예선생님이 되고 싶어요~"할 때, 언제가 한 번은 보이지 않는 장애인 한 분이 손의 감각만으로 작품을 만들어 완성된 작품을 품에 안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그리고 한 수강생이 70평생 처음 만들어본 도자기(접시)를 가슴에 안고 행복해하며 “집에 가져가면 아내가 얼마나 좋아할까”라는 말에 이루 말할 수 없이 환희가 몰려오더란다.


예술의 가치가 이것이구나 싶었다고.


고 작가는 수년간 완도군보건의료원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도예강사로도 활동하면서 군립도서관과 장애인 복지관에서 도자기를 지도하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올해 기억에 남는 일은 몇 개월 전, 소안면장으로 부임한 조정웅 면장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해조류 박람회 센터 옥상정원에 토우와 도자기집 등을 설치하는 작업을 해달라고 했단다.


코로나 때문에 오픈이 늦어지면서 마음이 쓰였다고. 이제 개방이 돼 많은 이들이 보면서 입가에 웃음이 지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단다.


고 작가는 "음악이 화음을 통해 음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듯 회화 역시 서로 다른 색채와 조형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체를 통제하는 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기하학적이며 단순화된 표현으로 내적인 감정을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또 "모든 색채에는 의미가 있듯 예술은 아무렇게나 그려지고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이것들은 운동감, 균형감, 무게감 등을 나타내면서 제각각 의미있게 표현되고 있는데 이 모든 게, 너와 내가 구별 없는 근원적 사랑의 어울림이다"고.
앞으로의 포부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도자기의 고향이라 불리는 중국의 경덕진에서 도예 기술을 배워보고 싶다”고. 


또 “우리 지역에도 도예를 좋아하고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언제든 마음 편히 흙을 만지며 활동할 수 있는 공동의 공간이 만들어 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현재 완도 사생회에서 함께 활동 중인데 회원들과 생활문화센터에서 전시 중이니 많은 관심과 행복함을 가지고 봐주면 감사하겠다며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미소짓는다.


그 미소에 담긴 말처럼, 내가 너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네가 있기에 비로소의 내가 존재할 수 있기에. 그러므로 너는 내가 바라봐야할 별자리이면서 내가 꽃 피워가는 실존의 길이고. 그런 네가 없다면 나는 하향의 여정인 것이고 나의 상향의 여정은 너를 껴안을 때만이 비로소 열리게 된다는 것으로, 저물어가는 오늘의 태양으로써 다시 떠오르는 내일의 희망이 되는 것.


 그것만이 유한한 너와 나의 운명인 바, 예술은 그 운명의 길을 걷는다.


김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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