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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꽃 피우던 그 많던 꽃은 어디로 갔나

  • 완도신문 신복남기자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11.05 13:38
  • 수정 2021.11.1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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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꽃은 어디로 갔나. 그 짧던 계절 속에서도 내가 나를 꽃피우던 시절은 어디로 갔나. 
그 많던 소녀들은 어디로 갔나. 수줍게 그냥 그 자리에 있어도 꽃이 되었던 그 세월은 어디로 갔나. 


이른 봄에 산언덕에 불현듯 나타난 생각나무 꽃. 그 소녀가 노란 꽃이 되었기에 나는 그 얼굴을 기억한다. 오랜 세월도 꽃이 된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봄여름 지나 가을꽃들은 어디로 갔나. 모든 사랑의 눈물들을 훔친 계절의 예언들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는데 한참 피었던 그 꽃들은 어디로 갔나. 억새꽃 바람에 흔들리는 몸짓. 


아직 꽃들은 아쉬운 계절의 눈물짓고 있는데 그 많은 세월은 어디로 갔는가. 노란 봄을 제일 먼저 알리었던 생강나무 꽃. 이제 노란 단풍나무로 산길을 걸어가고 있다. 새앙나무, 생나무, 아위나무라고도 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동백나무라고도 부르는데 동백나무가 없던 지역에서 생강나무의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나무껍질은 회색을 띤 갈색이며 매끄럽다. 


새로 잘라낸 가지에서 생강 냄새와 같은 향내가 나므로 생강나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생강이 들어오기 전에는 이 나무껍질과 잎을 말려서 가루를 내어 양념이나 향료로 썼다고 전해진다. 유사종으로 잎이 전연 갈라지지 않는 것을 둥근잎생강나무, 잎이 5개로 갈라지는 것을 고로쇠생강나무, 잎의 뒷면에 긴 털이 있는 것을 털생강나무라 한다. 관상용·식용·약용으로 이용된다. 꽃은 향기가 좋아 생화로 쓴다.

 

열매는 녹색, 황색, 홍색,흑색 순으로 익어가므로 다양한 색의 열매를 관상할 수 있으며 단풍도 볼 만하여 관상수로 적합하다. 봄에 노란 색깔로 꽃을 피우고 가을에 이르러 아름다운 노란 단풍으로 물을 드린다. 다들 세월이 가면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다. 노란 생각나무도 가을에 이르러 자기만의 개성을 나타낸다. 그 오래된 세월은 어느새 간데없고 엊그제 시절의 꽃들도 보이질 않는다. 어느 곳에서 그 세월은 멈추지 않는 듯 단풍을 물들인다. 


그 많은 꽃들은 이젠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 많던 소녀들은 보이질 않는다. 여름날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은 사랑하는 날들이 아직도 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많은 꽃이 지고 난 뒤 난 혼자 들길을 걷는다. 산길에서 외롭게 피는 산꽃은 아직은 간신히 나를 맞이하고 있다. 보라색 용담 꽃은 가을 산언덕에서 조용히 구름과 함께 흘러가고 있다. 사랑하는 것들은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지는 걸까. 


그 많은 인정은 하나둘씩 내 곁을 떠나고 있다. 봄꽃들을 그리도 기다렸다가 어느새 여름 지나 그 많은 세월을 지난 것처럼 아쉬움만 다가온다. 생강나무 단풍을 보면 오래된 소녀의 얼굴을 그려진다. 그 많은 꽃들 속에 세월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살아가면 갈수록 진실하게, 솔직하게 다가온다.
 

신복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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