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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사랑은 당신의 등 뒤에 있어요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10.2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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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 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 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떠나고 싶은 자를 붙잡지 말고, 잠들고 싶은 자를 깨우지 말고, 그리고 남는 시간이 있으면 말하지 말라고 한다. 서둘지 말고,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 피지 말고, 그 모든 모습들을 실눈으로 보라고 한다.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게 하고 그것을 등뒤에서 돕는 것, 그것이 사랑임을 말하고 있다. 즉 사랑하는 이에 대한 존중이다. 


우리가 보통 사랑이라 말하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소유하고 싶어 하고, 자신이 그 사람을 보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은 자기자신의 소유욕, 자기만족을 위해 그 사람을 가까이하고 싶고, 가까이 두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내가 너를 사랑하니, 너도 나를 사랑하라.’는 식의 조건적인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라 겉으로 드러내어 유난스럽게 말하지 않으면서도, 늘 등 뒤에서 그 사람이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도와주면서 그 사람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보이지 않게 보호하고 아껴주는 것이 더 큰 사랑임을, 더 성숙한 사랑임을 이 시에서는 말하고 있다.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하면서도 지나친 간섭이 아니라, 그렇다고 서로에게 무관심이 아니라 자신의 주관대로 살 수 있도록 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 말로 멋진 사랑이라 할 것이다. 사랑은 소유욕이 아니고,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으므로…. 
그래서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고 한 것이다.

 

 

김민정 시조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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