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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국화꽃 앞에서 아름다운 말을 나눈다면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10.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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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국화꽃 중에 제일 작은 꽃은 감국이다. 연보랏빛 쑥부쟁이와 다르게 노란 은행잎처럼 산언덕에서 많이 핀다. 
꽃은 작지만 여러 송이 모여 피어있기에 멀리서도 잘 보인다. 해 질 녘에 남쪽 햇볕과 마주할 땐 노란 조명으로 물들인 것처럼 그 풍경 또한 아름답다. 가을의 들국화는 모름지기 감국이다. 산에는 산국, 바다는 해국, 들에는 감국이다. 자연에서 자란 꽃들은 소소한 맛이 있다. 꽃잎을 자세히 보면 제각각 다르다. 


바람이 어느 때 온들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마음의 틈을 내어 준다. 가을 햇볕이 내려앉으면 머리를 깨끗이 감고 명상에 임한 듯하다. 감국을 우려서 차로 마시거나 약용으로도 쓰인다. 


한방에서 쓰이는 감국은 10월에 꽃을 따 그늘에서 말린 것으로 현기증, 두통, 눈물이 나오는 병, 목에 분포하는 림프절에 멍울이 져서 생기는 부스럼인 연주창 등을 치료하며, 기침이 심한 사람에게 감국을 달여 먹여도 좋다. 이 밖에도 꽃을 따서 술에 넣어 마시기도 하며 어린잎을 삶아 물에 우려서 나물로 쓰기도 한다. 가을 나무에 열매를 보고 그 눈빛으로 내 마음을 살찌울 수 있다. 


그래야 찬 겨울에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가을 풍경 색깔이 달라짐에서 쓸쓸함이 깊어진다. 어디론가 나그네처럼 떠나고 싶어진다. 낙엽위에 바스락 거름과 산언덕에 노란 꽃 무더기를 보면서 아무 목적 없이 걷고 있다. 마음속 심연의 깊이를 알려면 무념무상으로 들판을 걷는다.

 

가을 나무는 늘 하늘을 보라 하고 들꽃은 내 마음을 보라고 한다. 스스로 자라서 언제 부턴가 이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하찮은 사물이라도 마음을 주면 소중하게 여겨진다. 봄부터 새싹을 돋우고 여름에 풍성한 에너지를 얻어 가을에 수없이 꽃을 피웠다. 그리고 가을 길가에서 우연히 나와 마주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그래서 놀라울 따름이다. 향기로운 국화꽃 앞에서 아름다운 말을 나누면서 마음의 온도를 올린다. 꽃과 대면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은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그 눈물은 건강한 피와 살이 되어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 풍성한 가을이 내놓는 빨간 홍시를 보고 있으면 내 마음마저 투명해진다. 가을 언덕에서 노란 들국화는 무엇인가 내어주려고 한다. 가장 깨끗한 가을햇볕은 고요한 풍경을 만든다. 


오고 가는 사람들은 없어도 변해가는 가을 색에서 오늘도 살아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므로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전한다. 계절은 침묵하지만 꽃이 피고 지는 데에 전체적 삶을 묻는다. 들국화가 한나절 아쉬움을 머금고 있다. 단순한 기쁨들이 내 안에서 주인 역할을 하면 꽃무더기가 된다. 아주 작은 들국화가 바람에 서성이는 모습 속에서 단순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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