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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김정호, 해남 우록, 강진 양광식

정지승
다큐사진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10.21 18:09
  • 수정 2021.11.0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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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엔 김정호, 해남엔 우록, 강진엔 양광식. 이들을 선생님이라 부르며 지역의 어른으로 추대한다. 한 분은 고인이 되셨지만, 여전히 그의 행적이 사람들에게 회자 되곤한다. 어느 분은 짱짱한 학력과 학식을 바탕으로 전국을 주름잡았는가 하면, 초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학력으로도 전문가를 능가해 자타공인 실력을 갖춘 분도 계신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한학을 기초로 한 기본 지식을 쌓았다는 점, 살아온 길이 외롭고 험난한 길이라는 것, 누구도 관심 없던 지역 문화를 최선으로 이끌어온 것, 밥벌이가 되지 않고 오히려 해가 되어 삶을 괴롭혔지만 이에 굴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꾸준히 지역 문화를 연구하여 ‘이름 석자’를 남겼다는 것 등이다. 


김정호 선생님은 진도의 문화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척박한 환경의 진도 땅을 남도의 소리가 살아 숨 쉬는 고장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역사적 배경으로 볼 때 남도소리는 영암군이 우선할 수 있지만, 선생님의 열정은 창조의 원동력이 되어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진도만의 문화를 만들었다. 


해남엔 우록 김봉호 선생님의 역할이 컸다. 그는 희극작가로써 7~80년대 해남의 자원으로 전국 문화예술계를 이끌었다. 오랜 병마에 시달리자 스승이라며 따랐던 이들마저 멀어져서 그의 말년이 쓸쓸했다. 그러나 그가 열정으로 이끈 지역의 문화는 한 알의 밀알이 되어 해남문화를 풍성히 싹틔웠다. 일면식도 없는 그를 지역의 젊은이들이 기억할 정도면 시대를 넘어선 선생님의 가르침이 충분히 입증된 것일 터. 


강진은 또 어떤가. 그곳에는 양광식 선생님이 계신다. 그는 다산 정약용의 연구가 깊다. 오늘날 강진이 남도문화(관광) 1번지가 된 것도 그의 영향력이 크다. 그는 강의 때마다 본인의 학력을 공개, 가정형편이 몹시도 어려워 최종학력 초등학교 졸업이지만 부끄럽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오기가 생겨서 독학으로 열과 성을 다했더니 지금은 모두가 인정하는 박사급 수준이라고.

그의 말을 듣고 수강생들은 “선생님, 정말 훌륭하시다”며 모두 기립 박수를 보낸다. ‘남극에 세종기지가 있다면, 북극엔 다산기지가 있다’ 극 지대 연구소에 다산 이름을 붙이기까지 양광식 선생님의 역할은 대단했다. 지금 다산의 고향인 경기도 남양주보다 강진군이 다산 선생의 문화유적으로 더 알려진 것도 모두 그의 노력 덕분이다. 그들이 움직이면 행정도 따라 움직였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지역의 문화를 가치자원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완도에는 문화자원이 많다. 그동안 그것을 연구하는 향토사학자와 전통의 맥을 이어오고 계신 몇 분을 만났다. 앞으로도 지역의 문화자원에 관심을 두고 취재를 계속해서 진행할 생각이다. 아쉬운 부분은 모두가 후계자 양성이 안 되었다는 점. 그것은 지역사회가 그들의 가치를 인지하지 못해서이다. 


국민 소득 3만 불 시대라고 한다. 3만 불 시대 사회는 대부분 힐링을 위한 관광산업에 치중하겠지만 앞으로 4만 불, 5만 불 시대가 되면 문화예술의 융성시대가 된다며 미래학자들은 주장한다. 관광산업에 깊이가 더해진다는 의미인데, 거기에 대비한 계획을 지금부터라도 지역사회가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로마는 역사의 도시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로마의 관광자원은 충분하다. 우리 문화재 연구가 해외 수출길에 올라서 앙코르와트 사원을 탐색, 발굴 보존하는 작업을 5년 전 시작했다. 그리고 세계가 우리나라의 문화자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볼 때 지역문화 연구는 더욱 탄력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역 언론의 한 축에 끼어 지역의 자원을 발굴, 기록하고 알리는 일이 나에게 사명처럼 느껴졌다. 지역 언론의 역할은 그것뿐, 지역의 가치를 이끌어가야 할 주체는 바로 지역에 사는 사람이 우선 되어야 한다. 나는 우리 지역의 가치를 더 배우고 알리며 그것을 객관적 판단에 맡기려는 것이다. 그분들이 지켜온 지역사회의 전통은 바로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기인한다. 그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변함없는 지역의 자원이다. 지역사회의 참 스승은 어느 시대에나 필요하다. 해양문화 융성시대를 꿈꾸며 백년대계를 세우는 것에 지역사회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언론이 취재차 찾아가니 그들은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오히려 고맙다는 표현은 우리가 해야 맞는 것 아닌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기억하고 기념하고 간직하는, 문화란 그런 것. 문화예술은 이제 인류의 희망이다. 과연 완도에도 지역 문화예술의 꽃은 피어나고 있는가?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구도를 살펴보면 지자체 간 경쟁이 극심한 정도가 됐다. 요즘 관광정책과 관련해 행정의 움직임을 보고 그것을 질타하는 의회의 발언도 심상치 않다. 관광산업을 지역사회의 중요한 문화자원으로 삼으려면 역사의식을 비롯한 지역의 가치를 일선에서 얼마나 고민하고 인지하는지가 중요하다. 지역의 문화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가꾸고 끝까지 지켜가야 할  우리만의 정체성과 자원을 이루는 절대적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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