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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의 땅 소안도를 홀대할 수 있는가

정지승
다큐사진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10.0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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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도 마을 이장님으로부터 급한 제보를 받았다. 당사도 등대 무인화 계획에 따른 주민 반대 의사를 지역 언론사에 알려온 것. 어렵사리 규모를 키워 온 소안항일운동기념행사가 팬데믹으로 인해 이대로 축소될까 걱정하던 중에 주민들에겐 심각한 문제 하나가 더 늘었다.

선박이 드나들기 쉽게 하고, 도로 포장하여 당사도 등대를 항일의 성지로 자원화하고 싶은 주민들의 열망은 대단하다. 그런 곳인데, 등대 무인화 계획으로 해당 기관이 주민들 가슴 속에 불을 지핀 것이다. 그 소식을 전해 듣고 소안, 당사도 주민은 분개했다. 모든 것이 탁상공론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성명서를 내고 투쟁에 나서겠다고 한다. 전국에 있는 등대 모두가 무인화하면 모르겠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단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등대 무인화 반대운동이 국가의 업무를 방해하는 일로 여겨져 항일정신의 빛이 퇴색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고. 


주민들의 생각이 이러한데, 한 번쯤은 돌이켜보자. 아무리 행정기관과 국가적 차원의 결정이 있더라도 이곳만은 예외여야 한다. 이곳은 항일독립운동의 심장부와 같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도 등대를 무인화하면 등대의 관리가 소홀해질 것이고, 찾는 이들의 발길이 점점 끊어질 것이다. 결국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은 뻔 한 일이다. 


완도군 소안면 구당사도 등대는 대한제국 말기인 1909년 1월에 건립되어 2008년 10월까지 등대 기능을 수행했다. 이곳은 일본이 조선의 각종 생산물을 수탈하던 시기에 소안도와 추자도 사이를 항해하는 일본 군함과 상선을 도우려고 설치한 해상항로 시설물이다. 이때는 내륙의 탄압과 일본군의 공격으로 여러 지역에 피신과 분산이 이어지면서 일제강점기 항일의병 활동이 북으로는 간도지역, 서쪽으로는 중국의 상해 등으로 진출, 남쪽으로는 도서지방으로 연결되어 섬사람들과 연합한 항일운동으로 이어졌다.


완도는 항일독립운동이 활발했고, 당사도 등대를 습격한 일은 항일독립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1909년 2월 24일 소안도 출신 이준화와 의병 5명이 남서쪽의 해안 절벽으로 등대에 접근하여 간수 4명을 사살, 주요 시설물을 파괴하는 의거를 일으켰던 것. 일본은 1개 소대의 병력을 소안도에 급파하여 소요에 대비한 후 맹선리에서 주둔한 지 1일 만에 철수했다.

‘자지도등대습격의거’는 항일운동사에 중요한 의거로 완도 소안도와 신지도의 항일독립운동을 촉발했다. 그래서 당사도 등대는 일제강점기에 격렬했던 완도군 항일운동 유적이라는 대표성과 상징성이 있고, 현존하는 실체적 존재로서는 유일하다.

그것을 기념해서 등대 옆에는 당사도 등대 습격과 관련하여 항일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7년에 11월 ‘소안항일운동 기념사업회’에서 ‘항일전적비(抗日戰績碑)’를 세웠다. 그리고 지난 2006년 12월에는 해양수산부가 등대문화유산 제21호로 지정했다. 
생각해 보라! 이처럼 중요한 항일정신의 상징인 ‘당사도 등대습격사건’과 소안도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진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는가를…….


소안면에서도 고립된 섬마을 당사도는 제대로 된 선착장이 없어 입도가 어렵다. 노화도에서 섬사랑호가 운항하는데, 한 달에 절반 이상은 섬에 배가 들지 못한다. 섬에 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갈 수 없어서 당사도 등대를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소안도 주민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런데 자자손손 항일정신을 이어오고 있는 주민들에게 무심히 돌을 던진 자가 있다. 과연 그들은 누구인가. 탁상공론을 펼치는 해수부인가? 아니면, 항일정신을 외면하려는 정치권 세력인가? 그렇다면 온 국민의 열망을 통해 무관심한 저들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어느 누가 감히 항일의 땅 소안도를 홀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쳐 온 이들에게 푸대접이란 있을 수 없는 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들을 향해 분연히 일어서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국민 모두는 소안도 주민들에게 무한한 빚을 지고 있다. 항일독립운동을 벌였던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소안도 주민들은 애국지사의 뜻을 면면이 이어받아 선열들의 항일독립정신을 지켜왔다. 모든 괄시와 천대를 한 몸에 받고 숨죽이며 살면서 궁벽한 땅에서도 변함없이 항일정신의 불꽃을 피워냈다.

이곳은 자손 대대로 이어 갈 항일운동의 성지요, 조국을 위해 온몸을 불사른 선열들의 얼이 깃든 곳이다. 이제라도 소안도 주민들은 당당히 국가에 요구해야 한다. 모든 기관과 정치권에 먼저 이 소식을 전하고,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순례자의 발걸음을 소안도로 모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항일의 땅 소안도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토 순례 1번지로서 그 명성을 이어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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