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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이 자잘자잘 부서지는 메밀밭에서

신복남 기자의 ‘어젯밤 어느 별이 내려왔을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10.01 14:29
  • 수정 2021.11.2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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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 점에도 여백을 만드는 것들은 한결같이 꽃이 된다. 서늘한 날씨가 배춧잎을 넓적하게 키워내고 있다. 9월이 가기 전, 시월의 그리움을 무수히 피운 마음을 메밀꽃은 알 것이다. 


그리움은 멀리 있지 않다. 가까이서 배추 잎을 보고 하루가 다르게 사랑을 키워낼 수 있듯이. 구월의 여울은 한시름 내려놓고 다시 떠나가라고 반짝이는 물살, 한순간 만큼은 행복한 눈웃음으로 핀다. 길 따라 바람 따라 한꺼번에 피워도 모자라 다시 핀 미소. 


지긋이 눈을 감고 고개를 들면 구월은 아름답게 흘러간다. 간밤에 들리던 구월의 마지막 빗소리. 그 빗물은 지금쯤 여울목에서 동그라미를 그리며 마지막 이별을 고하고 있겠지. 예전에 메밀을 지어봤는데 풀보다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꽃을 이른 시일 내에 볼 수 있어 좋았다. 


별밤 자잘하게 부서지는 메밀꽃은 은은한 밤을 장식한다. 여귀과의 일년생. 메밀은 중국에서 전해 내려왔는데 메밀 떡을 해먹은 중국에서는 떡에 중독 되어 죽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 유명한 평양냉면도 메밀로 만든다. 씨를 뿌려 80일 이내에 수확할 수 있고 땅이 박한 산간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메밀국수와 메밀묵은 한국에 들어와서 유명해졌다. 귤화위지란 말처럼 자라는 환경에 따라 그 품질이 바뀐다. 한국은 세계에서 독특한 음식문화를 갖고 있다. 조선후기에 고추가 들어와 김치와 메운 라면은 최고로 꼽힌다. 메밀국물은 모세혈관 약화를 방지하고 뇌혈관에도 좋다.

기력이 높고 이목을 민감하여 열을 없앤다. 안개꽃이 모두 모여 가을 길을 처음으로 열어 놓은 듯 잘도 흐른다. 어린 메밀로 만든 된장 초무침 밥상을 받아 본 적이 있었는데, 벌써 15년이 흘렀다. 바람에 메밀꽃 살랑이는 그곳에 그리운 얼굴이 있다. 순간의 눈웃음이 그렇게 짧았나!

그리움은 굽이굽이 돌아가는 강물의 윤슬 같고 여전히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가을꽃은 차갑게 굳어 있는 느낌도 있지만 메밀꽃만큼은 봄꽃처럼 부드럽다. 


산마루에선 해가 웃으며 뜨고 진다. 밤하늘은 나의 눈을 더 환하게 비추고 웃음꽃으로 다가온다. 바람 한 점에 기대어 핀 메밀꽃을 보라. 그 뒷 모습은 흔들렸다가 피어도 모두가 그대로의 꽃이 된다. 


순간 마주침에서 오는 미소는 그대로 피고 마저 질 순 없다. 네가 그리운 날은 개울가에서 흔들리는 억새를 만난다. 스쳐 지나가는 구월이 서러울리 없다. 시월 어느 날,  내가 서있는 그곳에 너의 채취가 있음으로 서러울 게  없다. 개울 위로 흘러가는 저 구름은  누구의 언어일까. 


안개꽃 희미하게 부서지는 웃음은 또 누구의 말일까. 모두 다 내 안에 박혀있는 마음의 언어, 붉은 석류알처럼 참다못해 터지는 구월의 마지막에 느끼는 그리움은 계절의 언어일꺼야.  


 신복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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