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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한테 쓰레기 냄새나요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9.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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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자원관리센타는 완도군민들이 흔히 말하는 쓰레기 소각장입니다. 
완도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최종 처리하는 곳입니다. 모두가 기피하는 시설이지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시설입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필수 시설인 소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최악의 노동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대기 환경을 위해 굴뚝으로 배출되는 유해 물질 배출 허용 수치를 24시간 실시간으로 확인합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간에는 유해 물질 상시 측정 장치가 없습니다. 정화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이 나오고 있고, 이런 게 우리 몸에 그대로 쌓이고 있는 겁니다.


회사에서 샤워를 하고 집에 가도 아이들이 “아빠한테 쓰레기 냄새난다”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무너집니다. 씻어내도 사라지지 않는 쓰레기 냄새와 내 몸에 베인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이 가족에게도 영향을 주는건 아닐지 몰라 불안합니다. 악취 때문에 점심 식사를 하지 못하는 동료도 있고 두통에 시달리며 기침을 달고 사는 동료도 있습니다. 더 절망적인 건 회사는 열악한 근무 환경조건에는 관심도 없고 개선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라는 겁니다. 


민간위탁사업을 통해 소각시설 운영권을 갖고 있는 벽산이라는 기업은 10여 년 전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협약서를 완도군과 체결하였고, 벽산은 완도지역사회 필수 기반 시설이라는 인식보다 벽산의 이익만을 위한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결과가 저희 노동자들에게 저임금, 위험한 작업환경, 장시간 노동, 인건비 착복등 온갖 폐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완도군 자원관리센타 노동자들의 근속연수는 적게는 5년 많게는 10년 평균 7년 이상 근무를 하고 있지만, 임금은 주면 주는 대로, 일은 시키면 시킨 대로 다 하고 지냈습니다. 포괄임금제라는 틀안에서 1년의 임금이 산정되고 추가적으로 노동을 하게 되어도 저희 노동자들은 그 노동에 대한 대가도 요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포괄임금제 성격의 연봉제라는 임금체계의 함정 때문입니다.

 

그 흔한 근속수당, 위험수당, 필수 자격증 수당도 받을 수 없습니다. 기업의 이익이 우선인 민간위탁운영과 완도군과의 협약 탓만 앞세워 폐기물을 다루는 시설과 설비 운영의 전문성은 이를 직접 담당하는 노동자가 보유하고 있음에도 노동자에게는 ‘포괄임금제’를 통한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주고, 노동자의 처우개선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자원관리센타 노동자들의 이직률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직으로 인한 빈자리도 잘 채워지지 않습니다.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현장에서 수당하나 없이 열악한 근무환경속에서 일할 노동자를 찾기 쉽지 않은 탓입니다. 앞으로 노동환경과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완도의 쓰레기 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행정은 자원관리센타의 노동환경과 처우에 대해서 민간위탁사업이라는 방패막 뒤에서 뒷짐만 지고 있지 말고 자원관리센타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 야 합니다. 완도의 필수 사회적 사업장의 노동자들의 열안한 환경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원관리센타 노동자조합은 올해 2월부터 현재까지 여덟차례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으나, 끝내 개선점이 보이지 않아 9월 둘째주부터 완도읍에서 군민들에게 직접 저희의 사정을 알려내고자 합니다. 저희는 용역근로자입니다. 하지만 저희도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도군민들의 깊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공공연대 노동조합 완도군 자원관리센타 지부 신도철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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