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훼손 시작’ 천연기념물 주도냐? vs 왜가리 가족이냐?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8.27 13:03
  • 수정 2021.09.11 10:31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도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28호)에 때아닌 비상이 걸렸다. 왜가리 백로가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태풍 볼라벤 영향으로 훼손된 상록수림이 본래 모습을 찾고 있는 가운데, 왜가리 백로가 찾아와 숲이 다시 위협받는 상황.

왜가리 분변의 강한 요산 성분에 둥지 주변의 나무가 점점 말라가고 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주도는 왜가리 서식지가 될 가능성까지 보여 전문기관의 면밀한 조사가 요구된다.

혼유림은 복원력이 빠르지만, 난대림은 회복 속도가 더뎌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생태 전문가들의 여론이다.

여름 철새인 왜가리 백로는 월동하는 개체군이 점차 증가하여 일부는 텃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소개구리를 잡아먹을 정도로 식욕이 왕성하며 우리나라에 번식하는 백로 중에서 가장 크다.

 

 

 

여름 번식기에는 부리가 주황색을 띠며 다리도 붉어지는 특징이 보이며, 하천의 가장자리나 강가, 해안, 하구 등지에서 가만히 서서 물고기를 기다렸다가 잡아먹는 습성이 있다.

인근지역에서 활동한 생태환경운동가 박종삼(자연사랑 메아리, 대표) 씨의 말에 따르면 “우선 왜가리 백로는 보호종이 아니기 때문에 위협을 가해서라도 쫓아내야 하지만, 지금은 산란기여서 새끼를 기르고 있을 확률이 높아 신중을 보여야 한다”는 것.

좋은 방법으로는 고압 분사기를 이용해 담수로 깨끗이 청소하는 것과 근처에 앉을 수 있도록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법, 주도엔 사람이 접근하면 안 되기에 드론을 날려 위협을 가해서 쫒아내는 방법 등이 있다고.

 

그러나 “환경보호에 관심을 둔 사람이 많은 요즘, 자칫 오해의 소지가 생겨 지자체가 크게 망신당할 수 있다”는 염려와 함께, “사람들에게 충분히 알린 후에 조치하는 방법을 택하라”고 당부했다.


지난해부터 이곳을 찾은 왜가리 백로는 대략 5~6마리 정도 주도에 서식한 것으로 보이며, 둥지가 있는 꼭대기와 그 옆에서 경계를 서는 무리, 새끼를 보호하고 있는 듯 숲속에서만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어미 새, 그리고 2~3마리가 번갈아 가며 갯가에서 활발히 먹이 잡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편, 군내에는 신지면 동고리 가는 방면과 고금 상정마을 인근 섬에 왜가리 서식지가 있고, 주변은 온통 분변으로 심한 악취가 나며 나무는 거의 고사했다. 왜가리가 알을 품는 기간은 대략 한 달, 부화 후 50여 일 동안 어미가 먹이를 공급하여 키우며 새끼는 자라서 이웃해 있는 나뭇가지로 이동하여 분가한다고.


주도의 상록수림은 우리나라에서 난대림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고, 좁은 면적에 다양한 식생이 있어 학술연구에 귀중한 자원이다. 또한 물고기가 서식하는데 알맞은 환경을 제공하며 물고기 떼를 해안으로 유인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현재 주도는 상록수림 보호를 위해 공개제한지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나 학술 목적 등으로 출입하고자 할 때는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지승/다큐사진가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