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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시대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7.3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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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승/다큐사진가
정지승/다큐사진가

 

‘내러티브 기사’를 아는가? 신문에서 흔히 보는 육하원칙에 바탕을 둔 역삼각형 구조의 기사를 스트레이트 기사라고 한다면, 그것과는 전혀 다른 소설적 창작기법으로 묘사하는 기사 쓰기 방식이 ‘내러티브(narrative)’다. 쉽게 말하면 이야기식 서술형 기사 쓰기 방법인데, 이 방식의 기사는 소설적 기법에 착안해 사용한다. 허구가 아닌 실제로 있는 사실만을 바탕으로 기술한다는 점이 소설과는 또 다른 부분이다.


이것은 미국 언론에서 호응도가 가장 높은 기사 쓰기 방식이다. 우리나라 진보성향의 언론에서도 자주 사용한다.
일반의 스트레이트 기사는 제목과 첫 문장에서부터 중심 내용을 모두 드러내 독자에게 충격(impact)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내러티브’ 기사는 그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처음부터 내용을 드러내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뒤로 갈수록 내용에 긴장감이 더해진다. 마치 양파를 까는 것처럼 하나씩 하나씩 속을 드러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감동(impressive)을 독자에게 안겨준다.

 

신문 기사는 대부분 사건 중심이므로 일반독자와의 거리감이 있다. 그 갭(gap)으로 인해 독자는 더 이상 기사 읽기에 흥미를 잃게 된다. 그러나 ‘내러티브’ 기사는 일상적으로 접근하는 이야기 형식이기에 상황을 체험하는 듯한 상상력을 유도한다. 특정 사건보다는 그 상황 속 인물의 심리 중심으로 서술하여 독자에게 가슴 절절한 감동을 전하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일반 뉴스가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때 이런 방식의 기사 쓰기를 권한다.


완도신문 편집국은 나름대로 내러티브 기사 쓰기를 권장한다. 틀에 박힌 사고로는 변화하는 시대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전파하기 위해서 적은 인력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실험 중이다. 글맛을 느끼고 싶은 심리도 적용했다. 한편으로는 독자의 글쓰기 참여를 끌어가기 위한 실험정신이기도 하다. 아직 그 방식의 기사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로부터 가끔은 항의성 멘트가 들리기도 하지만 시대적 변화를 추구하는 완도신문의 편집 방향에 애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한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지역언론인 교육프로그램은 갓 기자가 돼 헤매던 수습기자들에게 그 교육은 단비 같은 존재였다. “교육 내용을 양분 삼아 독자들이 읽기 쉬운 기사, 읽고 싶은 기사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교육을 받은 어느 수습기자의 당찬 포부가 떠오른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선배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것으로 인해 교육받아 온 신입 기자는 그 방식의 기사 쓰기를 미뤘거나 인터넷 댓글의 악플 때문에 자신 있게 쓰지 못한 경우가 발생했다. 최근 퓰리처상을 수상한 기사들이 대부분 내러티브 기사 쓰기 방식을 인용한다. 지난 2006년 ‘Todd Heisler's Final Salute story(토드 헤슬러의 마지막 경례 이야기)’중 ‘그의 마지막 밤’이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 서부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로키 마운틴 뉴스가 이라크전에서 사망한 클로라도 해병대 장례식에 관한 보도로 퓰리처 특집상을 수상했다. 남편의 입관식에서 남편이 생전에 좋아하던 노래를 틀어놓고 울다가 지쳐서 잠든 참전병의 젊은 아내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보도 기사는 세계의 많은 독자에게 큰 울림을 전했다. 내러티브 기사가 일반독자에게 잘 알려진 배경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구태를 벗어내지 못한 부류가 많다. 그것이 지역 사회를 이끌어 가는 단체나 조직, 또는 지역의 언론이라면 어떻겠는가? 변화를 모르고 틀에 갇혀서 미주알고주알 상대방 트집 잡기만 고집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구시대적 사고방식으로 급변하는 시대를 평가해서도 안 될 일이다. 중앙언론지에는 헤밍웨이체를 개발해 기사를 쓰는 기자도 있다. 선배들은 처음에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시대가 변화하고 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그 파급력은 실로 대단했고 독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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