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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여인의 이름으로 걸어오는 향기로운 발걸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07.3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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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꽃이 피네. 들에도 꽃이 피네. 파란 하늘 한 가운데 흰 구름도 꽃이 피네. 우리네 꽃들은 어디에든지 피어 사랑받고 있다네.
이름도 익살스러우면서 윗집 아저씨, 아줌마 이름처럼 친근한 녀석. 이른 봄에 별의 모양처럼 새겨서 별꽃. 꽃잎이 한결같다 해서 민들레.


입맛이 쓰다고 하여 씀바귀. 접시만큼 꽃이 넓다 하다고 접시꽃. 줄기가 길고 여러 줄기를 합치면 튼튼한 끈이 되고 이걸로 메빵을 달아 짐을 옮길 수 있다고 사위질빵.
7월의 어느 숲속에서 느닷없이 나타나는 야생화가 있다. 바로 며느리밥풀이다. 옛사람들은 친근한 소재로 이름을 지었다. 그래서 우리의 꽃들은 그렇게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상에서 볼 수 있다.


며느리밥풀에는 꽃며느리밥풀, 새며느리밥풀, 그리고 애기며느리밥풀 등이 있다. 꽃말은 질투다. 그때에는 쌀이 부족해 서로 눈치를 보면서 식사를 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얼마나 귀한 쌀인지 야생화 이름을 밥풀이라고 지었을까. 며느리를 붙인 야생화가 더 있는데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이다. 며느리밥풀은 바람이 잘 통하고 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특히 언덕이 있는 산길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우리의 야생화는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미리 생각해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산길을 가다가 순간순간 마주침이다. 콩알만 한 빨간 꽃 가운데 흰 발풀이 두 개 박혀있다. 이것을 직접 보지 않고선 여유로움과 한가로움을 얻을 수 없다. 스스로 자란 꽃을 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새로운 발견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지 못하면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것과 같다. 인생은 빵으로만 살 수 없는 법.


무엇인가 보고 듣고 이해하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게 살아가 수 있다고. 이것이 문학이고 예술이고 철학이 될 수 있다. 하늘을 받치고 있는 하늘말나리 꽃은 열정적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산에 피는 꽃들은 자기만의 개성을 갖고 있다.  그것은 자연으로 부터 얻는 자기만의 철학이다.
꽃을 보고 순간 생각이 깊어지면 정말이지 강같은 평화가 내면에서 만들어진다.
여름날이 뜨거워져도 더 열정적으로 피어있는 며느리밥풀 꽃. 멀리서 날아오는 향기는 마음 끝까지 시원하게 한 사위질빵 꽃.


저마다 살아가는 방법은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열정적으로 사랑한다고 말한다. 우리네 꽃들은 낯선 이웃이 없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수수한 기운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극히 평범하면서 그 속에서는 사랑이 새롭게 피어난다. 이웃집 순이의 이름처럼 우리 야생화는 친숙함으로 다가온다. 부드럽고 정겨운 며느리밥풀 꽃에게 말을 건넨다. 오늘 순간순간 마주침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그리고 이웃들에게 그 마음을 전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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