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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한 조직 운영, 누구를 위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7.17 11:15
  • 수정 2021.07.1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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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우리들의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의 실현을 위해 여러 정책을 개발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중 '자치조직권 강화 및 책임성 확보' 정책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자치단체의 행정수요에 신속하고 책임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방조직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방만한 조직ㆍ인력 운영 방지 등에 대한 책임성ㆍ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 조직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미명 하에 지난 2018년에 '인구 10만 명 미만의 자치단체의 과(課) 설치 상한 폐지와 국(局) 설치'를 허용하는 기준을 시행했다. 이를 근거로 우리 군에서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서둘러 조례를 개정하고 조직을 개편하여 자치행정국ㆍ경제산업국ㆍ해양문화관광국 등 무려 3개의 국을 새롭게 설치했다.


우리 군은 지난 1974년 인구 약 14만 5천 명을 정점으로 산업화ㆍ도시화에 따른 인구 유출이 지속되면서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인구 5만 명(2020.12.말 현재 49,916명)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에 비해 행정기구는 1970년대에는 4개과(내무과ㆍ재무과ㆍ산업과ㆍ건설과)에 불과했었는데, 현재는 3국 15과나 되는 방만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사회가 발전하고 다양화되면서 행정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행정서비스의 양과 질이 높이기 위해 업무량이 늘어나고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조직 규모가 너무 비대해진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의 경제학자 파킨슨(Parkinson, N.)의 이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파킨슨에 따르면, '관료제 조직의 구성원 수가 증가하는 것은 업무량의 증가와는 관계가 없다'는 파킨슨의 법칙을 주장했다. 이 이론은 사람이 늘어나고 조직이 커지면서 여러 단계의 결재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결국 상사 한 명이 최종 결정할 일을 문서를 작성하고 결재를 올리고 수정을 거듭해 여러 명이 의논하는 등 중간 과정이 복잡해지고 시간만 낭비된다는 것이다.


전라남도 17개 군단위 자치단체들의 조직운영 실태를 살펴보니 모든 군들이 국을 신설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 군을 비롯한 불과 7개군에서만 국을 설치했고, 나머지 10개 군들은 국을 설치하지 않고 종전대로 과단위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국을 설치하지 않은 군들의 주민들은 국을 설치한 군들에 비해 주민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을까? 3개의 국을 설치한지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군민들은 보다 더 질 좋은 행정서비스를 받고 있을까? 이런 물음에 계량화된 객관적이고 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로운 기구를 설치하여 공무원들의 자리를 늘리고 직급을 높이는 것이 주민을 위해서 도움이 된다는 발상은 주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피땀 흘려 벌어 납부한 소중한 세금을 물 쓰듯 낭비하여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것으로 후안무치한 짓이다.


군의 행정조직은 군민 중심이어야 하고 군민의 행복한 삶의 토대를 만들어주는 조직으로 구성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또한, 군의 조직은 실질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군정을 혁신하여 군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완도군의 현재 조직은 군민은 안중에 없고 결재란만 늘이는 옥상옥의 자리를 만들어 공무원들의 승진 기회를 늘리기 위한 꼼수에 불과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모든 의사결정은 보다 신속할 필요가 있는데, 결재단계를 늘리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번 군청 정기인사 때 웃픈(=웃기지만 슬픈) 일이 벌어졌었다. 공석이 된 국장 승진인사를 하면서 능력과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승진 배치한 것이 아니라, 퇴직시기를 앞당겨 물러나는 조건으로 퇴직을 눈앞에 둔 자를 승진시켜 주었고, 대상자 중 한 사람은 승진을 하는 것보다 자신의 정년까지 근무를 하겠다면서 승진을 포기했다는 후문이 공무원들 사이에 널리 퍼져 논란이 됐다고 한다. 이는 행정조직을 확대한 본래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흔히들 공무원을 공공 사회의 심부름꾼으로 공복이라고 부른다. 공복은 자신들의 안위를 우선하기 보다는 그들의 주인인 군민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진정한 공복이라면 군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어떤 조직이 필요한가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완도군은 효율성이 떨어진 방만한 조직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조직진단을 실시하여 군민을 위한 슬림한 조직으로 다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이승창/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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