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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를 못하면 무능한 공무원이라니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7.03 10:24
  • 수정 2021.07.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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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그 행위가 순수한 심정에서 이뤄진다는 점에 가치를 두고 결과에 신경 쓰지 않는 게 신념윤리다. 공직자라면 자신의 행위가 예견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책임윤리다.”
독일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가 세상의 윤리를 책임윤리와 신념(심정)윤리, 두 가지로 구분하고 공직자에게 책임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서울시장 선거의 대참패.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참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회사까지 차려 부동산 투기에 나섰던 정황이 경찰 수사로 드러나고 이 과정에서 전현직 직원들이 공모하였고,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을 사들인 정황이 원인이었으며 결정타였다.
 LH가 매물로 나온 주택 등을 시세보다 비싼 값에 사들이게 해놓고는 직원들이 뒷돈을 챙기기까지 조장했다니 이건 막장드라마 보다 더한 수준의 꼴이다. 내부의 공직 기강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문제는 LH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져 있고 곳곳이 자치단체 공무원과 공사 공단 임직원 등이 비리 비위에 수시로 경찰에 고발까지 된 상황이다. 정부에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동산 투기에 가담한 공직자들에게는 가차없는 징계를 지시했다.


완도군도 예외는 아니다. 해조류 치유센터 단지 그리고 국립난대수목원 인근 토지 등 '공무원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주변에서 들리고 있고, 지역 내 아파트가 건립되면 공무원들이 앞다퉈 재테크 수단으로 가장 먼저 선점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재테크를 안하는 공무원이 무능한 공무원이라는 말까지, 주민의 공복인  공직자에게 공직 윤리를 무시한 이 말은 참으로 통탄스러운 말 아닌가!


완도군 또한 시군 공직자 토지 투기조사를 위해 개인정보 수집 이용 및 제3자 제공 동의서를 2021. 4. 30.에 시행을 하였고 조사에 들어간 상황으로 알려졌다. 또한 완도군 해양치유지구예정지를 2014~2021년까지 토지 거래를 한 공무원에게 대하여 조사 착수 전에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자진신고센터를 운영하여 자진 신고의 기회까지 준 상태이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모든 공직자의 토지 투기 등 공직기강이 이처럼 무너진 데는 솔선수범하지 못한 선출직 공무원 그리고 간부공무원의 책임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공무원과 도의원 군의원 등 지역과 부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많은 공직자들이 지금이라도 투기라도 했다면 자진해서 반성하고 뉘우쳐야 하며, 이것을 바로 잡는 것의 시작은 오직 자기 반성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완도군에서도 막장드라마 같은 투기 행각을 벌인 공직자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한톨의 먼지조차도 부정투기를 찾아 처벌해야하며 뿌리를 뽑고 환수조치까지 해야할 일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철저하게 공직자 윤리를 강조하는 사회가 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공직자의 청렴성과 공직 사회에 대한 신뢰를 높일 중요한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환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렴한 공직 사회로 가는 제도적 틀이 구축됐다”며 법 제정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사전에 예방·관리하고 직무 수행 과정에서 부당하게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다. 2003년 정부 입법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발의되고도 의원들의 외면으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과 공직자들의 투기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공직자 이해충돌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된 것이 돌파구를 열어줬다.


선조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조선 초기에 조준대감의 동생인 조윤이라는 선비는 조정의 불의를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본인의 이름을 개 견자를 넣어 조견(犬)이라 하여 공직을 사직하고, 산 속의 은둔생활을 한 기록을 볼 수 있다.  강진에 유배왔던 다산 정약용 선생은 공직자들이 청렴해져서 백성들이 착취와 압제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것이 일생의 소원이라고 했다.
공무원이라면 공복으로 살아가는 이유와 명분에 대해 곰곰이 곱씹어보고 이를 실천하며 살아가야 할 요즘이다.

 

김정호/본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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