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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가슴과 가슴이 맞닿은 꽃잎처럼, 당신에게 닿아요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06.04 13:04
  • 수정 2021.06.0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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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것들이 오늘같이 행복하다. 신선함이 나는 놀라 너를 다시 한번 본다. 살아 숨 쉬는 생소한 날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오늘 어디에서 발길이 머물지 몰라도 내가 살아있음으로 너의 싱싱함과 가장 온유함으로 순간 설레는 마음이다. 네는 내 앞에 있지만 이미 내 안에 들어와 숨을 쉬고 있는 꽃.

 


겹친 듯 겹치지 않고 여러 장의 꽃잎이 기대고 있지만 스스로 꽃잎은 한없이 하늘이 너그럽게 그리고 고맙게 내 마음도 그렇게 피라고 한다. 순간의 눈빛은 스쳐 가지만 언제나 그 자리 잡고 있는 너. 고요한 가슴과 가슴이 맞닿아 있는 꽃잎.
가장 부드러운 만남이 영원히 기억될 줄이야 그 눠가 알았겠는가. 바람이 불면 살짝 웃음 짓는 모습을 정확하게 기억할 순 없지. 그러나 너의 몸 전체가 나를 향하고 눈을 감고서도 볼 수 있는 꽃. 5월 6월 피는 붓꽃 잎이 녹색에다 백색을 약간 띠는데 창포와 비슷하나 잎맥이 돋아 있지 않고 앞뒤의 구별이 없는 점이 다르다.


꽃줄기 끝에 두세 개 꽃망울을 다는데 꽃잎 안쪽에서 흰색, 노란색, 갈색, 자주색이 차례로 무늬를 이루어 핀다. 천남성과에 여러해살이풀로 향기가 있고 연못에서 개울가에 잘 자란다.
그래서 계손, 수창포, 창포붓꽃이라고도 한다. 꽃망울이 붓을 닮았다 해서 붓꽃이라고 했는데 참으로 그럴싸하게 이름을 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붓 끝이 부드러울수록 붓이 좋다고 한다. 가장 부드러워야 강한 힘을 실을 수 있다. 그 부드러움이 손끝에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붓꽃은 그 강한 비바람에 찍히지 않는다.


그러나 손으로 만지면 얼마나 부드러운지 모른다. 오묘한 삶의 방식은 그리 멀지 있지 않다. 당장 내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 그 자연에선 그리 복잡하지 않고 꽃잎 몇 장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세상을 채우고 남는다. 한편 그 단순함에서 나온 아름다움을 오늘도 만나기도 한다. 먹구름이 쏟아져도 꽃잎 여섯 개에서 오는 부드러움은 흔들림이 없다. 잠시 머물다 가는 빗방울을 향하여 언제가 함께 가자고.


그때 강물이 되어 언제가 큰 바다로 가자고. 세월은 구김 없이 꽃잎이 지고 나면 난 그때 어느 강물에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땐 고요히 흐르고 있겠지. 6월의 녹색위에 뜬금없이 보랏빛 얼굴을 내면 붓꽃. 그는 언제나 흐르는 물길 위에 선다.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놓는 붓꽃.
그 사연 아무리 얘기한들 무엇 하리. 태곳적 슬픔을 지녔기에 뒤돌아봐야 무엇 하리. 문득 생소함이 오늘 살아있다는 증거다.
거기에다 가장 부드러운 꽃잎을 보며 이미 내 안에 들어와 있는 온유함이 모든 사물에게 향한 마음이 겸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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