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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가족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5.29 11:32
  • 수정 2021.05.2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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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퇴근 후 부서 동료와 가벼운 산책길에 올랐다.
업무 관련 이야기로 시작해서 우스운 농담들로 끝날 무렵, 공직생활 15년차인 이 선배가 “근데 우리 부서 사람들은 참 좋은거 같어. 그렇지 않니?” 라며 혼자만의 감탄인지 모를 질문을 내게 건냈다. 내가 요새 느끼는 감정을 타인도 느낀다는 동질감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내 기준에 좋은 동료란 단순히 나와 친하다는 기준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이유 없이 까탈을 부리거나 비협조적이지 않는 것이다. 요청한 업무 회신 기한을 잘 준수하고 잘못된 상황이 왔을 때 책임을 전가하는 것보다 수습이 우선임을 알고 있는 사람, 동료로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굉장히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부서 내 서무업무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동료가 드물다는 것 또한 동감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하루 8시간을 함께 보내는 22명의 해양치유담당관실 동료들이 하나같이 이 보다 좋을 수 없다.
인연인가! 그 많은 군청 직원들 중 내 옆자리에서 함께하는 내 짝궁, 참 행운이다.
나이는 같지만 입사 15년차로 한참 선배인 그를 보면서 동기부여를 많이 받는다.


자기 맡은 업무에 열정을 다하는 것을 물론이고, 허울 좋은 말보다는 실천하는 행동과 주체적인 모습에서 잔다르크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쉽지 않은 업무에 낙담하지 않고 노력하는 그의 진심과 절심함이 때론 나의 절심함으로 바뀌어 내 가슴에 가득 찰 때도 있다.
1년여 동안 이렇게 재능 있는 그와 함께한 기쁨, 아쉬움, 분노를 비롯한 가치 있는 경험이 나의 성장으로 연결되었고 나만의 특별한 자산이 됐다.


머랄까? 눈으로 말해요.
그외의 것은 그냥 넘어가요.
따지지 말고 설명하려 말고 마음을 봐요.


딱 그다. 공직에 들어온 6년 동안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매운맛 순한맛을 번갈아 겪다 보니 매일 아침 내 옆자리에 그가 앉아있는 것이 너무나 소중하고 소중하다. 
또, 그 조직 전체의 우수성은 그 리더를 능가할 수 없다고 했던가.
해양치유담당관실 내 직원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열심히 일하는 원동력은 우리 담당관님의 따뜻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이 분은 매섭고 거친 바람은 끝내 이루지 못했지만, 해의 따사로운 볕이 나그네가 스스로 외투를 벗도록 해서 해가 내기에 성공한다는 이야기처럼 따뜻한 관심과 소통을 통해 직원 스스로가 더 나아가게 만드는 분이다.
휴직 후 해양치유담당관실에 복직한 나역시 담당관님을 만나서 저 나그네처럼 많은 두려움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었고, 공직에 막 들어왔을 때 가졌던 우리 조직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열정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입사 후 올해 처음으로 담당관님과 함께 한 직원이 “내가 이런 부서장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라고 내게 말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 해양치유담당관실 모든 직원이 하나같이 담당관님을 최고의 부서장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식구(食口)라는 단어가 밥을 먹는 사이, 즉 가족이라면, 직장 동료들 또한 또 하나의 가족.
하루 8시간이라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하루 한끼를 같이 먹고 심심치 않게 저녁도 함께 하지 않은가.


"고맙습니다."
이것이 치유라는 이름인 것이고, 이러한 이름표를 가슴에 단 사람들이 완도군의 해양치유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방희영/군 해양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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