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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에 부치는 편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5.21 09:16
  • 수정 2021.05.2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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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타고난 곳이 있습니다
타고나고 자란 곳이 가정입니다

지금은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이 없습니다
엄마의 아늑한 채 대신 조리원 간호사의 온기 없는 품이 대신합니다
태어날 때의 가정은 조리원이 돼버리고,
청소년의 가정은 살벌한 학원이 되며
늙어서는 감옥 같은 요양원이 가정이 돼버렸습니다

아빠는 가장이고 교장선생이라면
엄마는 담임선생이고 가정교사입니다

그러나 아빠는 명예 가장이 돼버렸고
엄마는 보모가 되고 시간강사가 돼버렸습니다

아빠와 엄마의 무릎 밑이 슬하입니다
부모의 슬하대신 마루바닥이 슬하가 돼버렸습니다

비록 화장품은 싸구려 한 통이지만
동백기름에 머리 빗고 구루무화장에 미소 짓는
울 엄마 화장 경대 자리에
어린이집 cctv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부대끼며 맞대고 부비는 곳에서 정이 생기지만
거꾸로 가까운 사람끼리 다투고 싸우며
멀어지고 헤어지는 것이 어쩌면 숙명처럼
안고 가야하는 삶의 역설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악마 같은 코로나가 부모님 가정이 돼버린
요양원 담장을 높이고 비틀거리는
가정을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황사나 코로나는 개인마스크가 있지만
오염되고 붕괴돼 가는 가정마스크는
구할 수 없다는 것이
아프도록 나를 우울하게 합니다

 

김권채/완도문인협회 회원(신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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