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황토집에서 쥐와의 전쟁

[에세이] 배선희 / 시인·여행작가(완도명예군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12.23 10:09
  • 수정 2020.12.24 19:5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몇십년 내버려두었던 황토집을 이번에 이것저것 수리하면서 생긴 웃지 못할 일이 생겼다. 한밤 중 쥐의 습격인지 천정속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황토집이라 아마도 쥐가 구멍을 내어 내부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우두둑 우두둑 ~~너 조용히 해라! 내가 일어나면 너는 편하지 않을거야! 결국 다음날 약국에 가서 찍찍이를 구입해서 쥐가 다닐만한 곳에 놓았다. 그런데 쥐가 잡히기도 전에 내가 밟아서 양말 한 켤레를 버려야 했다.

아무래도 쥐를 잡지도 못하면서 내가 사고를 칠것 같아 찍찍이들을 거두어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렸다. 핑계는 쥐가 잡히면 처리를 못할 것 같다면서! 그러다가 우리 작업장 야산에 가서 밤송이들을 집게로 집어 한 봉투 가져왔다.시골에 살면서 보았던 쥐 퇴치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쥐가 다니는 길목이나 쥐구멍에 밤가시를 넣으면 쥐가 다른 곳으로 피신을 한다고 했다. 나는 황토흙을 파헤친 곳이나 구멍난 벽 등에 밤송이를 넣어 구멍을 막는 작업을 하던 중 밤송이를 실수로 놓치고 말았다. 밤송이가 내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게 아닌가? 나는 얼른 장갑낀 손으로 막아냈지만  손 여기저기에 밤송이  가시가 박혀버렸다.

쥐도 잡기도 전에 인과응보과보를 먼저 받는건가? 쥐들과 내 공간을 양보하며 공생해야 하는데 노한 마음쥐가 다니는 길을 막고, 내 공간에서 쫒아낼 계획을 세웠기에 내가 먼저 그 과를 받은 것으로 위안했다. 손톱밑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쓰라리고 아팠다.

그날 밤, 작업장에서 잠을 청하는데, 쥐가 움직이는 미동이 들렸다. 그런데 갑자기 후두둑 찌찌직 쥐가 이상한 소리를 내고 다름질치는 소리가 났다. 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야!

세멘트(시멘트 사투리)가 없던 시절 쥐와의 대치 상황에서 밤가시로 쥐들에게 경고를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에는 쥐의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내가 1승한 것 같았다.  하지만 밤가시에 찔린 자리는 아직도 욱신거린다 .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