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인물
“시각 잃었지만, 마음의 눈 갖게 됐어요”[차 한잔의 인터뷰] 시각장애인1급 고은하 씨
강미경 기자 | 승인 2020.11.13 10:23

시각장애인을 인터뷰 한다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혹시나 의도와는 상관없이 실례되는 질문을 하여 상대가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완도군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난 그녀는 그런 편견을 한순간에 깨트렸다. 검은색 멋진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붉은 립스틱을 바른 입술은 방긋 미소를 머금고 반갑게 맞이했다.

“어릴적 꿈은 여군이 되는거였어요. 제복입은 모습이 멋지잖아요. 키가 작아서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삶이였어요. 적당한 나이에 연애하고 결혼 하여 아들 둘 낳아 사업하는 남편 내조하고 아들둘 키우며 사는 여느 평범한 주부처럼 살았죠. 14년전, 38살에 갑자기 눈이 멀었어요. 저희 아이들이 초등학교 6학년,5학년 됐을 때였죠. 스티븐존슨증후군이라고 들어보셨어요? 100만명당 1명 나온다는 희귀질환이래요. 감기약이나 항생제 부작용으로 생긴다고 하더라구요. 이 병이 피부발진을 시작으로 장기손상을 일으킨다고 하더라구요. 저같은 경우는 눈으로 가장 심하게 온 케이스예요.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였어요. 절망 뿐인 삶이였죠. 왜 하필 나냐고 울부짖었어요. 전대 병원에 3년간 입원치료를 받으며, 각막이식도 일곱차례나 받고 세포이식 수술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이렇게 살아서 무얼할까 하는 절망적인 생각만이 가득한 나날이였어요.”

친정엄마는 어릴적부터 책 좋아하는 딸이였는데, 당신의 눈이라도 하나 떼어주고 싶다며 눈물이 마를날이 없었다고 했다.

“병원에 입원해있으면 목사님들이 병실을 돌면서 기도하러 다니잖아요? 비록 육체의 눈은 멀었으나 마음의 눈을 뜨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는데, 그때 목사님의 기도가 어찌나 듣기 싫었는지 몰라요. 마음 속으론 눈 멀어보고 그런 말 하시지? 하면서 말이죠. 그저 죽고싶다는 생각 뿐이였어요. 병원에 입원한지 3개월쯤 되었을까 그때는 희미하게나마 물체 형태가 보였었거든요. 계단 난간이 보이더라구요. 저 난간을 짚고가면 옥상까지 갈 수 있겠다 싶더라구요.” 그녀는 절망 뿐인 삶 속에서 나쁜 마음을 먹은 적도 있었다고 했다.

“남편이 그러더라구요. 눈 먼 봉사 부인이라도 좋으니 옆에 있어달라고...엄마 없는 애들이라는 손가락질은 받지 말아야 하지 않겠냐고...그 말에 힘내 살아야겠다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과거를 회상하며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지금요? 날마다 설레고 신나요! 장애인복지관 올 때면 오늘은 또 어떤 신나는 일이 생길까 하루 하루가 너무 기대되요. 복지관에 나오기 전 1년은 집에만 있었거든요. 앞이 안보여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이 미치도록 미워서 남편하게 내가 붙박이 장롱이냐 왜 아무것도 못하게 하느냐며 소리 지르며 살았어요. 우울증이 심해져서 정신병원 갈 정도였죠.”

장애인복지관이 생기고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고 했다.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르게 복지관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설레임 그 자체란다.

“장애인 복지관에 나와서 운동도 하고 악기도 배우고 같은 처지의 친구들도 만나고 얘기하니 숨통이트이더라구요. 젊은시절 읽었던 책들이 많은 도움을 줬어요. 비록 앞은 못보게 됐지만, 마음의 눈을 떴다고 할까요? 그때 병원에서 말씀하셨던 목사님의 기도의 뜻을 이제야 알 것같더라구요. 눈이 안보이니 자세히 많이 듣게 되고 듣다보니 말하는 이가 어떤 뜻으로 말을 하는지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거 같더라구요.”

눈을 잃으니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했다. 시각장애를 얻기 이전에는 남이랑 비교하면서 살았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며 마음이 편해졌단다.

“장애를 얻었다고 다 비극적이지만은 않아요. 비록 시력은 잃었지만,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 수 있는 진정한 삶을 얻었어요.” 남과 비교하며 살던 가난한 마음이 사라지니 마음부자가 되었단다.

그녀는 지금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칼림바(엄지손가락으로만 연주하는 악기)를 배워 손주들에게 연주해주고 싶어 틈나는대로 연습하고 있고,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상담사도 되고 싶어 점자책 공부에 매진 중이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르다는 고은하씨의 앞날에 밝은 빛이 함께 하기를 바래본다.

 

강미경 기자  thatha74@naver.com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미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편집규약 및 강령 등
59119) 전남 완도군 완도읍 개포리 1244-1번지  |  대표전화 : 061-555-2580  |  팩스 : 061-555-1888
등록번호 : 전남 다 00049  |  발행인 : 김정호  |  편집인 : 김형진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형진
Copyright © 2020 완도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