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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님 방송보고 소감문 제출’공문 한장에 발칵 뒤집힌 완도군청

다음날 공문 철회했으나‘관료주의 못벗어난 구시대적 발상“ KBS보도 후 일파만파

  • 박주성 기자 pressmania@naver.com
  • 입력 2020.10.23 10:07
  • 수정 2020.10.2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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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군수가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한 뒤 소감문을 제출하라는 공문 한 장으로 인해 완도군청이 발칵 뒤집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9일 신우철 군수가 케이블로 방송된 LG헬로비전 ‘이홍렬의 볼매토크-신우철 완도군수 편’에 직접 출연해 완도의 역사와 문화 관광지 등을 홍보한 영상을 보고 완도군이 군수 지시사항이라는 제목으로 공무원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뒤 소감문을 제출하라는 공문이 내려오면서부터다.   

이 공문에는 시청하지 못할 경우 재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시청하라면서 제출한 직원의 경우 상시학습을 1시간 인정해주겠다고 적혀있다. 상시학습은 공무원들이 승진을 위해 이수해야 하는 의무교육이다.

공문이 발송되자 완도군청 공무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우리가 초등학생이냐, 동영상을 보고 무슨 감상문이냐” “왕조시대냐” “줄세우기 아니냐” 등 아무리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군정 홍보를 독려하기 위함이었다고는 하지만, 관료주의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한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완도군공무원노동조합(완공노) 게시판에는 ‘소감문’이란 “이게 실화냐” “이것이 과거 북한이여 뭐여?” “정말 훌륭하십니다. 결실에 계절, 그 긴세월 도로위에서 흘린 노력에 대한 값진 결실이네요 고생한 공무원들에게 이런 좋은 선물을 주시니 감사드리네요”라는 제목과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 

완도군은 논란이 일자 다음날 하루 만에 해당 공문을 철회했다. 철회 공문에는 직원 의견을 수렴하여 자율 시청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부서 관계자는 ”시청을 강요한 소감문 작성에 부담감을 느낀다는 직원들의 의견이 파악되어 기획예산담당관에서 자체 회의를 거쳐 (공문발송 다음날인) 21일 자율 시청으로 변경하는 공문을 시행했다“면서 ”부서간 협의를 통해 상시학습 인정 등 코로나19로 인한 의무교육에 편의를 기하기 위한 것이었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해도 해프닝으로 끝날 사건이 철회 공문이 나간 21일 ‘군수님 방송보고 소감문 제출?…완도군 공문 논란’이 광주KBS에 보도가 된 후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몰지각한 지시를 한 완도군수로 낙인시키는 사태가 발생하며 일파만파 커져 버렸다. 

이와 관련해 19일 간부회의에 참석한 몇몇 실과장들의 전언에 따르면 신 군수의 지시사항 발언은 “완도군정과 역사·문화에 대해 공무원들이 먼저 알아야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고, 첫 번째 공문이 그렇게 나간 것은 분명 군수 발언 취지와는 달랐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신 군수는 간부회의 발언을 하고 이틀간 경기도 화성시와 교류협력 행사에 참석해 있었다. 그러다보니 내부에서는 일부 간부 공무원들의 과잉충성, 오버액션 등의 비판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로 노동조합도 이번 공문으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완주 위원장은 “코로나19 발열체크를 하면서 고생한 공무원들에게 위로의 말을 해줘도 시원찮을 판에 이런 말도 안되는 공문이 발송된 것은 이해가 안간다. 도대체 군수나 간부들이 공무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냐?”면서 “이미 외부에까지 보도돼 별도로 성명서는 발표하지 않겠지만 해당 부서장, 부군수, 군수를 만나 이번 공문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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