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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 모두 보길도 여행 한번 했으면"

[창간30주년 특별기획 – 완도사람 이야기] ② 보길도 선창리 카페 보길씨 주인 박영수 씨

  • 강미경 기자 thatha74@naver.com
  • 입력 2020.09.04 16:25
  • 수정 2020.09.0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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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선창리 마을 마당 한 켠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낯선 카라반 한 대가 운행을 멈추고 서있다. 마치 윤선도가 제주도를 향하다 보길도의 풍경에 반해 보길도에 자신만의 낙원을 만든 것처럼 수십 년간 세계를 누볐을 오래된 캠핑카는 자신의 마지막 여행지는 이곳 보길도라고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멸치잡이로 유명한 선창리. 비릿한 냄새가 어울릴 법한 이곳에 고급진 커피향이 먼저 코끝을 자극했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신선한 커피 향에 이곳에 찾아온 본분도 잊은채 커피부터 빨리 맛보고 싶었다. 까페 주인은 준비된 원두의 특징을 설명하며 내게 커피콩과 커피 잔을 선택하라 했다. 커피 한잔에 이토록 설레어 본 적이 있었던가?

도시를 떠나 온 뒤론 체인점 까페의 일률적인 커피맛에 익숙해져 버린 지 오래다. 주인장이 정성스레 커피를 내리자 작은 캠핑카 안에 커피향이 그윽하게 퍼진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한평 남짓한 공간이 세상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보길도에서 이토록 황홀한 커피를 마시게 되다니! 까페 보길씨의 박영수씨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멸치잡이로 유명한 선창리. 비릿한 냄새가 어울릴 법한 이곳에 고급진 커피향이 먼저 코끝을 자극했다.

까페 보길씨의 박영수(38)는 대기업에 다니다 1년간 휴직 계를 내고 지난 4월 가족과 함께 어머니가 계시는 이곳 선창리에 내려왔다. 선창리에서 태어나 보길 중학교를 졸업후 대학에서 IT를 전공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취업하고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도 했다. 토끼 같은 자식도 둘이나 있다. 누가봐도 남부럽지 않은 단란한 가정이었지만, 도시 생활이 길어질수록 자연으로의 갈증은 더욱 심해져갔다고 그는 말한다. 그동안 백팩킹, 캠핑 등 틈만 나면 가족들과 자연을 찾아 다녔지만 자연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매일 반복적인 일상에 젖어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살고 있지 않은가? 라는 의문이 늘 따라다녔어요. 2019년 12월 스웨덴 스테판 뢰벤 총리가 내한하여 국회에 초청받아 참석 한 적이 있었는데, 스웨덴 총리가 비슷한 겨울을 지내는 한국과 스웨덴의 우호를 기리자며 윤선도의 시조 <춘효음>을 읊더라구요. ( "엄동이 지나 거냐 / 설풍이 어디가니 / 천산만산에 봄 기운이 어리었다") 그때 깨달았어요. 그동안 늘 그리워만 했던 내 고향 보길도로 돌아가야겠다고”

까페 보길씨의 카라반은  본분을 잊은채 멈춰서 있다. 손님을 찾아 움직이지 않지만, 멀리서 오는 손님에게 최고의 커피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커피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영국서 건너온 40여년된 카라반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된다.


다행이 회사에 1년간 휴직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서 가족들의 동의를 구해 1년만 살아보자며 지난 4월 이곳 선창리 어머니가 사시는 집 마당에 영국서 들여온 빈티지 카라반을 놓게 되었다. 까페가 목적은 아니였다. 커피 판매가 목적 이였다면,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예송리나 통리 바닷가로 찾아갔을 것이다. 바퀴달린 카라반이니 손님이 있는 곳 어디든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까페 보길씨의 카라반은  본분을 잊은채 멈춰서 있다. 손님을 찾아 움직이지 않지만, 멀리서 오는 손님에게 최고의 커피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커피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영국서 건너온 40여년된 카라반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된다.

주인장의 센스 있는 음악 선곡이 추억을 방울방울 소환한다. 금새 커피향에 취하고 추억에 취해버렸다.

세상 사람들 모두 보길도 여행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박영수씨의 보길도 사랑이 이어졌다. “섬은 육지를 그리워하고 육지는 섬을 그리워하죠. 많은 곳들이 연육교가 놓아져 더 이상 섬이 아닌 곳이 되었어요. 섬마을에는 섬마을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어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걸 알리고 싶어요”

그가 이곳에 까페 보길씨를 만들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회사에서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해왔던 그는 ‘섬마을만의 문화 콘텐츠를 생각했고, 까페 보길씨가 콘텐츠를 담는 공간이 되었다. 마음을 잇는 공간=살고 싶은 섬 만들기’를 위한 그의 앞으로의 여정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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