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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신비로움은 너의 존재로 인하여

[에세이-고향 생각] 배민서 / 완도 출신. 미국 거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7.15 15:30
  • 수정 2019.07.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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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희야! 너가 나에게 온지도 벌써 28년, 아니다, 29년이란 말이 더 정확한지도 모르겠다. 오늘 나는, 네가 알지 못한 너에 대하여 기록해 보기로 했어. 
 
엄마랑 아빠가 만나 결혼을 한 후 우리는 너를 만나기 위해 두 손을 모았고 간절하게 기도를 시작했었지.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호가 온거야! 수정된 너의 존재가 내 속에 함께 한다는 인증샷처럼 핏물이 한 방울 꽃잎처럼 떨어졌구 말이야. 그때 부터 였어. 심한 배 멀미같은 어지러움증과 구토가 시작되었고 식탐이 많던 내가 음식냄새까지 민감해져 손사래를 치며 도망하곤 했었지. 뱃속에 너를 잉태한 그날부터 엄마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이러다 큰일 나겠다며 억지로 뭔가를 먹게 하면 자리에서 일어서기가 바쁘게 화장실로 달려가 토악질을 했으니 참 별나기도 했었다. 그러나 넌 내 안에서 아주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지.

 어쩌면 그 기간들은 엄마로서 자격 미달이었던 나를 엄마답게 훈련시키는 시간들 이었는지도 몰라! 그때 난 죽음을 각오하고 너를 지켜내야 겠다고 결심했었지. 그것은 이기적이었던 내가 엄마가 되기 위한 첫 관문이었나 보다! 분만실에서 "이쁜 공주님입니다" 하며 의사 선생님이 너를 내 품에 안겨주었을 때 너는 눈도 뜨지 못한 채 환희에 들뜬 내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미소짓고 있었어. 

 그 당시 우리가족은 엄마의 월급으로 아빠를 타지에 있는 대학원에 보내고 너의 양육비를 지불하며 생활했으니 얼마나 알뜰하게 살았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을거야! 언젠가 퇴근하고 너를 데리러 갔더니, 이제 막 기어 다니던 너가 현관 출입문 쪽을 바라보며 엄마를 기다린다는 말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몰라. 그러나 신기하게도 어린 너는 어느 누구에게도 징징대거나 귀찮게 하지 않았고 땡깡을 부린적도 전혀 없었지. 그것은 너의 타고 난 성품이었을까? 너는 어떤상황에서도 재밌게 노는 법을 스스로 발견해 가는 거 같았어. 엄마가 퇴근했을 때 어쩌다 잠들어 있는 너를 발견하면 심심해서 살째기 너를 깨울 정도로 나는 너 바라기였단다.

 설레임으로 퇴근시간을 기다려 너에게로 달려갔고 젖 냄새 폴폴 풍기는 너를 끌어 안고 까만 너의 눈을 마주하면 피로는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지. 그리고 어린 너에게 마치 친구라도 되는 양 이야기를 했는데, 글쎄 너는 그걸 다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방실방실 웃으며 좋아라 하는거야. 내가 그것을 지인들에게 자랑했더니 모두들 깔깔대며 이 세상 엄마들은 다 거짓말쟁이라고 놀리더구나 하하. 그래도 괜찮았어. 나는 너를 모두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야.

 그 순간 '사랑스럽다'는 말은 바로 너를 위해 생겨난 언어 같았고 우주의 신비로움은 바로 너의 존재로 인하여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고 느끼고 있었거든......

 6월의 어느 날, 겨우 23개월 된 너를 동구복지관 어린이집 종일반에 보내기로 결정하고 나는 그곳 진료실에서 일을 시작했었지. 어린 네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하던 나의 우려를 뒤엎고 너는 그곳에서 완전 스타가 되고 있었어.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무용을 어쩜 그리 귀엽게도 잘 따라 하던지, 경로잔치마다 너는 초대되어 갔었고 어린이집 언니 오빠들의 사랑까지 듬뿍 받으며 너는 쑥쑥 자라고 있었지.(계속)

배민서 / 완도 출신. 미국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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