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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을 기다리는 자연스러운 멋

[완도의 자생 식물] 76. 노간주 남무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1.19 13:02
  • 수정 2019.01.1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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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어 나무 등에 타고 올라가는 붉은 얼굴. 산 넘어 붉은 하늘은 느린 마음을 데리고 마을로 내려간다. 어둠은 별빛을 깨우고 별빛은 새벽을 깨우는데 눈이 내린 산길에는 아직도 잠들고 있는 임이 있다. 이미 깨어서 잠들지 못한 그리움도 있다.

겨울나무를 한참이나 들려다 보는 이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12월의 산은 적막하기만 하다. 예전에는 땔감용으로 갈퀴나무를 하고 나면 온 산이 우리 집 마당처럼 깨끗하게 쓸려있어 온 산이 사람 냄새가 듬뿍 쌓여 있었다. 그 산길은 핏줄이 이어지듯 두근거렸고 새로운 세계로 가는 듯했다. 지금은 산길은 지워졌다.

기후 온난화 때문인지 낙엽송들이 많아져 넓적한 낙엽들만 소복이 쌓였다.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면서 노간주나무에 다소곳이 쌓이는 눈꽃송이를 보며 그리운 추억이 아련히 밀려올 때가 지금이다. 노간주나무를 베어다가 크리스마스트리를 해본 적은 없지만 어릴 적 종소리 따라가면 조그만 알사탕을 한 주먹 안아 주었던 예쁘장한 주일학교 여선생님. 그 옆에 노간주나무 위에 하얀 솜털과 반짝이는 종이가 올려 있었다.

노간주나무는 측백나뭇과에 속하는 늘푸른큰키나무이고 두송목(杜松木) 또는 노송나무라고도 부르며 석회암지대에서 잘 자라고 잎은 바늘 모양이고 나무껍질은 세로로 갈라진다. 꽃은 5월에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 따로 피는데 수꽃은 달걀처럼 생겼으며 1~3송이씩 피고 암꽃은 한 송이씩 핀다. 열매는 10월에 검붉게 익고 추위에 강하며 메마르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견디는 특징이 있는 나무이다.

가을에 열매를 달여서 먹기도 하지만 그 물에 목욕하거나 마찰을 하면 어혈이 풀리고 굳어진 근육이 풀리며 몸 안에 있는 온갖 독소들이 밖으로 빠져나오고 몸이 개운해지며 햇볕에 말려 기름을 짜서 무릎 관절염의 통풍 부위에 바르고 찜질하면 통증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노간주나무는 연하면서 부드럽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쇠코뚜레로 사용하였고 거름 소쿠리를 만드는데 긴요한 재료로 사용했다. 그리고 천박한 땅에서 잘 자라면서도 눈이 내리면 아름다운 눈꽃송이가 된다.

첫눈을 기다리는 마음에 이보다 자연스러운 멋도 없을 것 같다. 고요한 새벽을 깨우는 별빛 아래 노간주나무. 성탄 이브 새벽 송을 불렀던 그 추억은 아직도 그 눈길을 가고 있다. 지금은 혼자 산길을 가다 보면 어쩌다가 사뿐히 쌓인 갈퀴나무 위에 어린 노간주나무를 보면 왠지 따스함이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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