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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 을의 오래된 오해배준연 (고금주조장 대표)
완도신문 | 승인 2018.11.23 11:37

짜장면을 시킨 옷가게 사장이 배달이 늦다고 배달원의 따귀를 때린다. 옷가게 사장에게 배달원은 갖가지 수모를 당한다. 이윽고 배달원은 옷을 산다며 옷가게 사장에게 당했던 수모를 그대로 되갚아 준다.
관객들이 통쾌한 듯 박수를 친다. 갑과 을이 뒤바뀌는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낸다. 이러기를 번갈아 가며 갑은 을이 되고 을은 갑이 된다.
오래 전에 인기가 있었던 한 풍자 코미디에 나오는 장면이다. 갑이 되면 을에게 망설이지 않고 손찌검을 한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우린 웃프다.
 지나치게 부풀리긴 했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을은 자신의 처지가 당연한 듯 체념하며 받아 들인다. 그렇게 살아 왔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갑은 정당한 근거없이 무심코 을을 막 대한다. 이른바 갑질은 폭력일 뿐이다. 오랜 시간 생활속에서 굳어진 ‘적폐’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식당의 손님으로 간 게 갑질을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갑처럼 행동해도 된다는 문화, 갑과 을의 오래된 오해이다.

 요즘 나란한 사이가 아닌 위아래 사이라는 갑질문화가 판을 친다. 누구나 한번은 겪어보았을 예사로운 일이다. 보통사람들의 갑질은 ‘손님은 왕이다’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우리사회의 상술이 지나치게 예의 바름을 강조하고 있다. 비굴할 정도로 고객을 받든다. 그래야 시장에서 살아 남는 것이라 여긴다. 전화를 받는 사람, 가게의 점원, 수리기사, 경비원, 배달원, 회사원...누구든지 을의 위치에 설 수 있는 우리 이웃이다. 또한 모두 갑이 될 수도 있다.

 갑과 을은 계약서에 나오는 평등한 수평적 관계이지만 우리시대에 갑은 가진 자인 강자이고 을은 없는 자인 약자가 되어 버렸다. 갑의 횡포가 매체에서 쉴 새 없이 터져 나온다. 갑질을 보며 화나는 보통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갑질을 하고 있다. 그만큼 갑질문화가 골이 깊다.
예를 들자면 무시하기 대놓고 담배피우기,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꼰대 짓, 꼬리인 주제에 주인인 시민을 우롱하는 관료,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

 정부가 나서서 생활적폐를 없애려 한다. 그 가운데 갑질문화도 있다. 갑과 을의 관계를 풍자했던 코미디프로그램이 있을 만큼 길들여질대로 길들여진 갑질문화, 생각없이 지나치는 갑질을 나도 저지르고 있진 않은 지 살펴 볼 일이다.
누구든 갑이나 을이 될 수 있지만, 갑이 되더라도 갑질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존엄을 짓밟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갑질을 할 수 있는 대상도 되지 않는다.
어떤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완장찬 사람이 거머진 하챦은 권력과 같은 것이다. 작은 권력에 취하면 큰 코 닥칠 일 있을 것이다.

 민중의 삶에 영원한 갑도 을도 없다. 갑이 을의 과잉복종을 당연한 행동으로 받아 들일 때 갑질을 하는 것이다. 이 굴레를 끊으려면 바로 저항해야 한다. 하지만 언감생심 높은 분들이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대에게 대들 수 있겠는가?
 사람을 대하는 자비와 배려가 필요하다. 코미디프로처럼 갑질을 바로 되돌려 주면 기분이 나아지는가? 수없는 싸대기질이 정말 추악한 권력을 가진 자들의 비웃음과 겹쳐 불편하다.
갑과 을을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갑과 을은 서로에게 필요하고 완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지배하고 복종하는 관계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행복으로 가는 동반자이다. ‘사람보다 높은 벼슬이 있을까요?’ 광고 글귀가 맘에 든다. ‘사람위에 사람없고 사람밑에 사람없다.’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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